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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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욕망을 부추긴다.
욕망이 향하는 곳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쌓아올린 그것을 자기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결핍을 인정하고 자신을 갈고닦아
나를, 주변을, 채운다. 행복에 가까운 것으로.
어느덧 결핍이 자리한 곳은 더 이상 결핍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듯 결핍이 불러일으킨 욕망이 이로운 방향으로 향할 때,
그 모습이란 자기 발전이라는 비슷한 형태를 띤다.

하지만 반대로 흘러갈 때,
욕망이 만들어내는 그것은 저마다 사뭇 다르다.

괴물을 빚어내고,
집착으로 변모하고,
광신을 낳는다.
나와 주변을 모두 불행으로 물들인다.

여기 등장인물들이 보인 욕망의 형태는
어둡고, 섬뜩했다.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고 생각한 피비와
구원과도 같은 신앙을 저버리고 더 이상 신을 믿지 않으려는 윌

그들 모두,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어떠한 결핍을 마음속에 지닌 채
남들처럼, 평범하게 일상을 영위한다.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그 둘은 우연한 만남 한 번에 서로에게 이끌리는데
아마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한 자신의 결핍을
상대는 어렵지 않게 들여다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들 모두
서서히, 그리고 은연중에
자신을 괴롭혀 온
결핍의 존재를 인지한다.
이때부터 그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어머니의 부재가 낳은 결핍과 사이비 교주 존 릴과의 만남이 더해져
피비는 그가 이끄는 기독교 기반 사이비 종교 모임인 ‘제자’에 가입한다.
그 모임에서 그녀는 어머니를 여윈 자신의 결핍을 점점 더 선명하게 확인해가고,
그럴수록 남자친구인 윌에게 의지하는 대신
존 릴과 어울리는 빈도를 높인다.
그녀가 자신의 통제에서 점차 벗어나자 분노와 질투에 휩싸인 윌은
그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집착으로 바꾸며
둘의 관계를 구렁텅이에 빠뜨린다.

신앙이 자리한 곳을 피비로 채우려는 윌과 그럴수록 제자에 깊숙이 스며드는 피비의 모습이 날이 갈수록 극명하게 드러나며 둘은 어쩌면 상반된 선택을 내리는 듯 보였다.

끝끝내 피비를 포기하지 못하는 윌과
테러를 자행하는 피비.

어쩌면 인간은 자신의 결핍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데 애를 먹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결핍이 자리한 곳을 욕망으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 그 욕망이라 함은 너무도 다양한 모습을 띠어 예측을 벗어나기에 인간을 이해하는 게 더욱 힘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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