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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토지 1~5부 세트 - 전38권 (<아이와 함께 읽는 동화 토지> 포함) - 박경리 원작 대하소설 ㅣ 동화 토지
박경리 원작, 토지문학연구회 엮음, 박건웅 외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토지는 무엇인가. 끊임없이 꿈틀대는 생명의 토지는 박경리 선생님에게는 무엇이었을까.
토지는 개발의 논리에 언제나 파헤쳐 진다. 우리들은 열과 성의를 다해 토지에 철심을 박아 높은 건물을 세운다. 토지를 파헤쳐 도로를 내거나 터널을 만든다. 대운하를 만든다. 생명 존중과 상생의 조화 보다는 개발 논리를 앞세운다. 토지가 우리에게 가져다 줄 이윤을 더 생각한다. 토지 개발을 통한 근대화로 이성은 백지가 되고 평안을 잃어간다. 건강을 잃어간다.
개인과 개인의 소통은 콘크리트 건물에 막혔다. 개인과 개인은 채팅이나 게임에 몰두하면 된다. 모두가 고립이다. 고립의 네트워크라고 해야 하나. 얼마나 친절한가. LCD TV 씨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넷북이며, DMB는. 오, 얼마나 아름다운가. 리모컨 씨.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지 울긴 왜 울어. 모두가 캔디다. 스스로 사탕이 되고 자신의 치아를 좀 먹는, 달콤한 후르츠 캔디, 추파춥스가 된다.
모든 게 물질의 가치로 대변되는 이때에 숭엄한 토지의 존재는 도구화 되어 축소된다. 토지에 더 이상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두질 않는지도 모른다. 경박한 의식이나마 박제화 되거나 기계화 된 것은 아닐까. 토지는 곧 돈이며 부의 창출이거나 상징이 된다. 돈을 불러 모을 수 있는 토지만이 실존이며 미덕이 된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과 소통하려하지 않는다.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하루에 흙을 밟아 보는 분은 몇 분이나 될까? 지금도 자연은 인간에게 무참히 고문을 당하고 살해된다. 마루타 실험이다. 토지를 무참히 고문하거나 살해한 주범이 이 땅에서 더욱 떵떵거리고 살아가는 아이러니를 보게 된다. 또한 기계에 더 친숙한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토지의 모성성을 제거한다. 그 토지에 닭 공장을 세우고, 닭 공장에서 사육된 치킨을 먹거나 돼지 공장에서 사육된 삼겹살을 먹는다. 우린 언제부턴가 사료를 먹고 있다. 토지와 인간의 인스턴트화는 급속히 전개되고 있다. 아토피에 걸린 인간은 가렵다. 피가 나도록 긁지만 계속 가렵다. 가려움이 두려워 더욱 가렵다. 미치도록 가렵다.
박경리 선생님의 《동화 토지》에는 여러 인물이 나온다. 토지를 일구고, 토지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토지를 떠나지 않는 인물이다. 제품화 되지 않은 인물이다. 토지에 두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건강한 인물이다.
《동화 토지》는 우리가 당면한 존재의 고독과 불안에 해답을 말하며, 인간과 자연의 소통의 가치를 거대한 은유로 말하는 게 아닐까. 여전히 《동화 토지》는 전체적으로 무거운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읽히는 까닭은 무엇일까?
토지에는 박토가 있고, 옥토가 있다. 박토에서는 생명이 자라는 게 벅차다. 자라더라도 시들시들하거나 곧 말라 버린다. 사람도 토지처럼 박토이거나 옥토로 나눠 볼 수 있다. 토지가 병들면 토지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도 병들기 마련이다. 마른 땅에서 싹이 나지 못한다. 자명하다. 그런데 어른들은 어린이를 박토로 만든다. 온갖 화학비료에다 농약까지 친다. 개구리, 지렁이, 우렁이, 메뚜기, 미꾸라지, 잠자리도 살수 없는 토지가 된다. 허수아비가 꽂힌 토지가 된다. 새들이 떠나는 토지가 된다. 어린이는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모두가 죽는데……. 어른들은 옥토를 박토로 만든 게 사실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어린이들이 박경리 선생님의 《동화 토지》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값진가. 《동화 토지》는 박토된 어린이뿐만 아니라 우리토지의 온몸을 젖게 한다. 콘크리트 건물 밖으로 어린이를 불러낸다.
《동화 토지》는 읽을수록 삶을 그리고 자연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마음에 있는 자갈이나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등 온갖 썩지 않는 쓰레기를 걷어낸다. 어른들도 햇빛과 바람과 소통하게 한다. 인공호흡기를 떼고 숨을 쉬게 한다. 어린이와 어른으로 하여금 모두가 옥토가 되게 한다. 생명이 움트게 한다.
이 책을 다 읽은 후로 서로가 서로에게 옥토가 되어 서로를 자라도록 힘을 실어 줄 것이다. 모두가 소중한 존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살아 있는 숲을 이뤄 소통할 것이다. 큰 나무도 있을 것이고, 풀들도 있을 것이다. 새가 깃들고, 곤충이 깃들 것이다. 모두가 조화를 이뤄 대동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는 어느새 사료가 아닌 참 꿈의 열매를, 음식을 먹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어린이가 자라 모두에게 열매와 음식을 나눠 주게 될 것이다. 어떠한가.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상생을 그린 풍요로운 《동화 토지》 한 번 만져 보는 게.
논을 다녀온 할머니 가슴에서 풍겨 나오던 흙냄새, 삽을 씻고 낫을 갈던 할아버지의 흙냄새가 왜 그리운 걸까. 태어나면서 플라스틱 젖병을 빨고, 일회용 기저귀를 달고,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지는 게 근대인가. 땅에서 멀어지는 것이 근대인가. 어느 때부터인가 흙냄새가 사라졌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끊임없이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근대는 자유인가? 근대는 인간의 모든 그림자를 몰아내고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가. 해방을 가져왔는가? 해방은 가져올 수 있기는 있는 것인가? 풀냄새가 맡고 싶다. 흙냄새를 맡고 싶다.
영팔이 아내가 두만네에게 : 성님이사 조선에 있을 적 일이나 알지, 말도 마이소. 세상에 고향 잃은 것보다 서러운 일은 없일 겁니다. 눈밭에 얼음판, 그런 곳에서 우찌 살아남을꼬 싶었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