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게임 - 포춘 500대 기업의 협상교과서
체스터 L. 캐러스 지음, 김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주식투자와 부동산 등의 재테크, 세제관련 노하우 등 직장인들이 사석에서 업무를 제외하고 나누는 이야기는 주로 돈에 관련된 것이다. 아니 어떤 면으로는 업무보다도 돈에 대한 지식 공유가 이들의 주된 관심사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이런 관심은 결국 연봉과 직결된다. 자신이 얼마를 받고 있으며 그것이 동종업계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하는 의문은 예사로 연봉협상제가 정착된 기업에서는 바로 옆자리 동기와의 연봉 차이를 숨기거나 캐내려는 눈치가 그리 특이할 것 없는 현상이 되었다. 이유인 즉 베블렌이 말한 ‘지위 이론’이 연봉을 기준으로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리 밝히자면 이 글에선 <협상게임>(21세기북스. 2007)이라는 신간에 대한 내용을 담고자 한다. 그런데 왜 서두를 연봉과 지위 이론을 들먹이며 시작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현상게임이 거창하고 공식적인 테이블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이 말하는 것은 협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흔히들 ‘연봉 협상제’라는 단어를 익히 사용하고 있으니 연봉과 협상의 밀접함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문제이다. 헌데 우리는 이 단어 조합의 익숙함과는 달리 협상의 실체를 인식하고 있지 못한다.

국내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일부 IT관련 벤처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등을 제외하고는 연봉협상제가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말이 연봉 협상이지 연공서열에 익숙한 기업문화는 이 협상의 과정에 과거 급여제의 기준을 둔다. 즉 전년도 프로젝트 참여시간이나 근무기간을 반영하는 등의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비슷한 근무기간을 가진 이들이 같은 직급과 십만 원단위까지 같은 연봉을 얻는 결과를 보여준다. 자신이 직접 능력에 맞은 연봉 자체를 제시하시 못하는 현실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협상의 요점이 숨어있다. 업계 평균의 연봉을 받는 직종, 직급의 인사가 대부분 이를 보편적 기준으로 삼기에 협상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자신의 몸값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과 그 액수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연봉 협상’이라는 단어를 익숙한 개념으로 받아들이면서 실제로 자신은 협상테이블에 앉지도 못하는 흔한 현상이다.

결국 이런 문제는 협상의 메커니즘을 파악하지 못하는 데 있다. 이 책의 저자가 <협상게임>이라는 자신의 저서를 ‘현대의 분석적 사고방식을 협상의 실제와 결합한 최초의 책’이라 평한 이유도 이것에 있다. 저자는 협상가로서 자신의 실제 경험을 도태로 곳곳에서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간과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인식하고 행하지만 종종 발생하는 오류를 수정하고자 한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대표적인 협상게임은 앞서 언급한 연봉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오류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대표적으로 우리가 협상 임할 때 상식처럼 여기는 힘의 논리에 따른 성과 예측이 그것이다. 당신이 계약을 위해 협상테이블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계약은 유형의 생산품일 수도 무형의 기술일 수도 있다. 우선 이 계약에는 돈을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있다. 구매나 도급이 갑이고 판매나 하도급이 을로 엄연한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또는 앞서 자본에 의한 힘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협상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라고 해도 그 협상에 유용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쪽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니,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다. 자본이나 정보 등  힘을 기진 쪽이 협상에서 우위에 있을 수는 있지만 결과적인 이득은 그 우위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위를 선점한 쪽이 무지하고 동기부여가 된(보다 의지가 강한) 쪽에 관용을 베풀어 실제적 이득은 역전되는 경우가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와 같은 협상의 실체를 분석한 후, 이것을 응용할 개념적인 근거와 구체적 방안이 소개된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분석과 응용이 특정한 직업군에 한정되고 미국을 무대로 하기에 국내 실정과 다소 맞지 않는 다는 점이다.―전자의 단점은 그 직군의 독자에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분석적 사고를 기반으로 엮인 책이기에 글의 흐름이 버거울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쉬운 현상이 개념화되면서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게 독자에 따라 이 책에 대한 판단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기업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협상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낀다거나 자본과 정보, 지위에 따른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협상테이블의 세상에서 유능한 협상가가 되고자 고민하는 독자라면 얼마간 의미가 있는 책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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