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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10년 대폭락 시나리오 - 일본을 통해본
다치키 마코토 지음, 강신규 옮김, 차학봉 / 21세기북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코스피 지수가 1700포인트 선을 넘어서면서 은행의 예치금을 찾고 집을 팔아 주식 시장에 뛰어든다는 주변의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뭐, 꽤 오래전부터 주식시장은 지속적인 성장 일로에 있었으니 이 가파른 상승세가 그리 특이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불패의 신화, 재테크의 최종진화물이라 여겨지던 집, 그러니까 부동산을 팔아 주식을 산다니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올 해 들어 거칠 것 없이 치솟던 아파트 값이 주춤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자신들이 내놓은 묘안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고 말하고 투자가들은 적립식펀드를 위시한 개인투자자들의 위력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시기에 현명한 대처법은 뭐인고? 하니, 어떤 중계업자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니 지금이 적당한 매수 시기라 하고 다른 편에선 장기적 가격하락에서 심할 경우 가격 붕괴로 이어질 수 있으니 어서 팔아 이익을 실현하라 한다. 부동산이라는 한 단어가 소비인구로써의 우리에게 최대의 화두인 만큼 그에 대한 의견은 동네 반상회에서 정책회의에 이르기까지 난상토론을 야기할 정도이다.
이때 시류를 탄 책이 있으니, 바로 <부동산 10년 대폭락 시나리오>(21세기북스. 2007)이다. 이 책엔 일본인 경제 애널리스트 다치키 마코토가 자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의 원인과 향후 흐름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떠한가. 대체로 야비하고 이유 없는 분노를 불러일으킨다는 감정적인 인식을 배제하고 보면 우리와 유사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분산투자를 위해 일본펀드와 국내 적립식펀드를 동시에 투자해선 안 된다고 한다. 그만큼 증시현황이 연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부동산 과열 양상을 살펴보아도 그 접점을 군데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일본과 우리 경제의 연동성과 공통점. 그것이 이 책의 시의성이다. 물론 현재 국내의 부동산 시장은 일본의 버블 붕괴 직전과 비교할 수는 없다. 떨어지는가 하면 오르고를 반복하며 강남 재건축아파트 등의 시세는 하루만에 1-2억의 차이를 오간다. 이런 까닭에 대부분의 진단은 부동산불패신화에 무게가 실려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보다 의미 있는 가치는 이러한 시의성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작가는 경제 애널리스트로 미시적인 경제현상을 넘어 거시적인 국가문제를 분석하고 있다. 서점 가에 난립한 수많은 재테크 서적처럼 돈 없어도 집은 사라든가 돈 안 되는 집을 팔아치우고 주식을 사라고 하지 않는다. 즉, 돈 꽤나 만진 애널리스트의 충고를 이 책에서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보다는 연금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와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을 지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꿈꾸는 국가의 존망을 걱정하고 있다. 나아가 부동산불패신화에 광신하는 우리의 문제점은 비생산적인 활동에 몰두하는 사회문제라고 말한다. 국내총생산에 포함되는 아파트 값의 허구는 정보가 지배하는 미래 사회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과거 일본의 버블 붕괴. 이는 우리네와 많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의 양상이 그네들과 꼭 같으리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도쿄를 중심으로 버블 붕괴 후에도 꾸준히 지가가 상승하는 것처럼 서울, 그것도 강남에 집중된 우리 부동산 투기의 모습은 일본의 초반 붕괴를 건너 띤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양국의 공통점으로 투기 전략을 찾겠다는 이유로 이 책을 받아들인다면 단지 흔해빠진 선진국 사례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을 최고의 자산 가치로 여기는 풍조에 대한 의구심이다.
결국 포괄적이고 다소 도덕적인 가치판단이지만 작가는 부동산을 부의 축적의 도구로 택하는 것을 재고하라 한다. 더불어 미시적인 경제 현상에서 거시적인 흐름으로 눈을 돌리기 위해서 위정자는 물론 개인도 연구하라고 한다. 이것을 이 책의 결론이라고 한다면 다소 맥 빠지는가?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는 국가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 여파에 허덕이며 현재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종래엔 예금봉쇄와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닐까싶다. 개개인 마다 투자의 방법이 다르고 그에 따라 판이한 선택을 내리겠지만 국가가 파산하면 무슨 소용인가. 그렇다면 이 나라가 어떤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돈 벌 궁리를 떠나서 말이다.
덧붙이는 말 : 경제주체를 남성에 국한 시키는 경향이 있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