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 풀스 데이 - 상 - 데이먼 코트니는 만우절에 떠났다
브라이스 코트니 지음, 안정희.이정혜 옮김 / 섬돌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자식을 먼저 보낸 아비의 심정을 겪어 보지 않은 자가 어찌 알 것인가. 비단 그 아비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그 말 못할 사연을 책으로 쓴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에이프릴 풀스 데이>(섬돌. 2007)는 그 아비의 심정을 담아, 먼저 떠난 아들, 데이먼을 추억하고, 데이먼의 인생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상기시킨다.

하지만 구구절절한 사연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죽음은 당연한 것. 아버지가 추억하는 아들의 기억은 그들과 관계를 맺지 않은 타인(독자)에게는 단지 지극히 감상적이고 다소 작위적인 일회성 감동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혈우병을 갖고 태어나 그로 인해 고통 받고 끝내는 짧은 생을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 속에서 마감하는 데이먼과 주변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에이프릴 풀스 데이> 역시 어떤 독자를 눈물을 짓게 한다면, 또 다른 쪽에선 타인의 빛바랜 추억정도에 그치고 마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 후자의 뻣뻣한 거리두기 마저 무너뜨리는 힘이 있으니, 그것은 이 책이 담고 있는 묵직한 주제, 바로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이제는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AIDS가 빈번히 소재로 등장하며 우리와의 거리를 좁히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여전히 미화된 거부감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포털 사이트에서 AIDS를 검색하면 함께하는 성병이라는 대표성과 동성애자, 난잡한 성교 등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하면 매독 같은 성병의 카테고리에서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AIDS를 터부시되는 성병으로만 인식하게 될 것임을 단적으로 암시한다. 물론 AIDS는 성행위를 통해 감염이 된다.―엄밀히 말하면 혈액을 통해 감염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그것이 성병의 카테고리 안에서 검색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AIDS하면 입에 올리기 조차 꺼려하는 우리네 편견이 두렵다. 질병보다는 신이 추악한 인간에게 내린 형벌로 인식하는 편견 말이다.

<에이프릴 풀스 데이>의 주인공, 데이먼은 전형적인 혈우병의 출혈로 인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혈을 받으며 생명을 유지한다. 그에게 필요한 혈액(혈액응고인자)은 실로 엄청난 양으로 그것에 HIV가 섞여있었다. 그의 아버지인 작가는 이 과정에서 의료계의 병폐를 몸소 체험한다. 권위의식만을 고집스럽게 처방하는 의사들과 HIV라는 폭탄을 가진 혈액을 수혈 받아야 하는 제도적인 문제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환자 위주가 아닌 의료진 위주의 병원 행정에서 작가는 그로인해 죽음에 더 빨리 가까워지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두 가지의 문제점, 즉, HIV와 AIDS라는 질병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콧대 높은 병원행정은 25세 페라리를 소유한 젊은 부자의 꿈을 가졌던 데이먼의 개인적인 죽음을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할 것으로 만든다.

적어도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애인 그리고 친구들에게 데이먼의 AIDS는 수혈을 통한 감염이었기에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사그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AIDS는 필연적으로 동성애자에게 발생빈도가 높고, 그들은 지척의 가족에게 마저 외면당한다는 점에서 이 질병의 무서움이 더해진다. 어쩌면 AIDS에 감염된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의 삶을 너무도 쉽게 포기하고 치료마저 거부하여 그 질병을 치료의 여지가 없는 불치병으로 만드는 것은 그 자체의 무서운 속성보다는 그들을 죄인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눈초리에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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