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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칵테일 -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상큼한 세계사가 온다!
역사의수수께끼연구회 지음, 홍성민 옮김, 이강훈 그림, 박은봉 감수 / 웅진윙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주당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음주에 대한 각종 기호가 있다. 삼겹살에는 소주라든가 맥주에는 치킨이 좋다와 같은 궁합에서부터 여러 경우의 순서로 여러 종목의 술을 마셨을 때 숙취의 차이 등, 경험을 통해 암암리에 체득된 것이 고집이 된 까닭이다. 그런데 이 고집에 의해 당최 선택하지 않는 주종(酒種)이 있으니, 그 중 하나가 칵테일이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일단 효과에 비해 고가라는 점 때문이다. 칵테일에 취할 정도 자금이면 소주로는 응급실 근처까지 갈 수 있고, 굳이 술에 돈을 쏟자면 더 비싸지만 위스키를 선택하는 쪽이 왠지 후회가 없다. 물론 취한다는 것 외의 요인(분위기라든가)으로야 칵테일이 비교우위를 차지할 수 있겠지만 어중간하다는 편견을 씻을 수 없다. 이게 다 고주망태가 되어야만 마신 것 같아 직성이 풀리는 우리네 음주문화 때문이다.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세계사에 대한 우리의 문화 역시 술 문화와 유사한 면이 있다. 중, 고등학교 시절 시험을 위해 배웠던 세계사는 암기과목이라는 오명을 쓰고 별표의 개수에 따라 중요도를 나눠 힘들게 외워야 했던 재미없는 과목에 불과했다. 이렇게 접했으니 세계사라는 이름부터 광범위한 학문에 흥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유리잔에 소주 한 홉을 부어 연신 마셔대면 그 끝은 구토와 꼴도 보기 싫은 빈 병만 남듯 연도, 인물과 지명, 그리고 사건의 요약을 억지로 머릿속에 쑤셔 넣은 세계사 지식 역시 종래엔 모조리 토해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에, <세계사 칵테일>(웅진윙스. 2007)은 이 책에 꽤나 어울리는 제목이다. 칵테일에 다소 얕보는 인식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술이라고 하기도 음료라 하기도 마땅치 않은 칵테일의 이미지와 같이 이 책은 세계사에 한껏 취하기엔 도수가 낮다. 또한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는 사건을 시원하게 풀어줄 것처럼 끄집어내기만 하고 결론이 빈 강정 같아지는 부분도 눈에 밟힌다.
하지만 즐길 수 있다. 세계사하면 연상되는 숨 막히는 암기과목의 허울을 벗어버린 신나는 칵테일 쇼는 무엇보다 독자를 즐겁게 한다. 더불어 가십거리가 되기 십상인 흥미유발 위주의 사건이 모여 세계사의 큰 줄기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은 무시 못 할 장점이다. 또한 이 책은 이미 세계사란 술을 잘못 마셔 구토를 경험한 기성세대나 억지로 구역질을 참아내며 마시는 중에 있는 청소년, 모두에게 유효하다. 세계사하면 주량불문 나이불문하고 구토를 유발하는 고약한 술이라는 편견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독한 술과 음료의 조화로 독특한 맛을 내는 칵테일을 즐기듯 세계사에 빠져보자. 억지로 외우거나 이견이 분분한 하나의 사건을 무턱대고 파고들다 곤드레만드레 되지 말고 적당히 취해보자. 가끔 마시는 술이라면 신선하게 즐기고 매일 마시는 주당이라면 한 번쯤은 쉴 겸 칵테일을 즐겨보자. 현란한 색상과 가벼운 느낌의 이 술은 마셔보지 않으면 그 맛을 짐작키 어려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