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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 -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말하는 부의 공식
로버트 기요사키 외 지음, 김재영 외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사람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다르다. 행복의 실현을 꿈꾸는 20-30대의 직장인의 예를 들어 보자. 그들은 동년배의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개인 사업자와 기업가, 그리고 투자자들과 비교해 사회구성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요건은 일정한 급여 안에서 가계를 꾸린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 다양하고 모두가 부동산의 가치에 대해 목청을 높이고 있는 등 얼마간의 급여를 운용하는 일조차 사뭇 복잡해 고교시절 적분을 처음 접했을 때의 위압감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개인의 방식은 크게 다르다. 재테크 노하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가. 또한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들 간의 배경에도 큰 차이가 있어 결과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으니, 그들 중 일부는 부자가 된다는 것이다.
글의 첫 문장이 행복의 기준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야기를 결국 물질적인 행복에 국한시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돈이 행복을 준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기요사키와 도널드 드럼프의 신작 <부자>(리더스북. 2007)에 대한 글에 행복 운운하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가 암암리에 지고 가야가는 마음의 짐, 즉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고려하면 행복과 돈이 등호로 성립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이 영향인자임은 틀림없다.
책의 서문에서부터 도입부라고 하기엔 상당한 분량이 왜 부자가 되어야하느냐에 할애되어 있다. 요컨대, 부자가 된다고 행복해지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불행하리라는 분명한 사실이 부자가 되어야함을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가난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부자가 되어야한다는 말은 억지가 아닌가? 가난만을 피해서 적당한 부를 누리면 되지 않은가? 이에 대해 이 유명한 두 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부자가 아닌 당신은 곧 가난해 질 것이라고 말이다.
왜 그런가? 왜 부자가 되지 않으면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최소한의 삶에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고 그 안에서 돈과 거리가 먼 행복을 찾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이것에 대해 두 저자는 사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금의 사회를 이끌어 가는 국가는 근면하게 일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일차적은 부로 정상적인 삶을 누리려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이미 국가 부채는 감당키 어려울 지경이고 이는 곧, 은퇴 후 노후를 보장하고자 생겨난 연금과 복지제도의 붕괴를 예측하게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부의 금융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백반 한 끼에 5천 원 정도의 가치를 기준으로 모아온 개인의 금융자산에는 소폭 상승하거나 아예 변화가 없는데 백반 한 끼가 5만원 아니 10만원이 된다고 생각해보자. 식빵 한 봉지를 사기위해 수레에 현금을 실어 가야했다는 과거의 재앙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상상이 아니다. 경악할만한 코앞의 미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그들이 예측하는 미래와 그 기반인 과거는 미국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제1의 경제대국이 무너지면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 미칠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우리의 정치, 경제적 노선은 이미 그들의 것을 그대로 좇고 있다. 이제는 한미FTA로 인해 단일 시장의 통합이 이뤄질 판 아닌가. 때문에 그들이 지적하는 국가의 위기와 개인의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다. 결국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극히 부정적인 국가와 개인의 미래를 지루하게 확인하고 나면 두 부자의 직접적인 조언이 시작된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느 곳의 부동산을 사라. 어떤 종목의 주식을 사서 어느 시기에 되팔라는 조언이 아니다.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왜 부자가 되어야 하느냐를 절실히 의식한 후에 금융IQ를 높여 부자가 되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 상당히 막연한 이야기이다. 저변 지식이 아주 없는 사람에게 깨닫고 부자가 되라니 일견 방만한 부자들의 자랑쯤으로 들려 거북하기도 하다. 그렇다. 판단은 두 가지이다. 이들의 조언이 막연한 자랑 질로 들릴 수도 있는 반면 세세한 투자전략을 찾아낼 독자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방법을 접할 수가 있다. 때문에 투자와 투기의 구분이 모호하다. 우연히 혹은 치밀하게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는 부동산 정보와 유망한 투자 종목에 대한 권고들은 이 책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그런 최신의 정보는 인터넷을 뒤지는 것이 빠르다. 하지만 이러한 실시간의 정보는 지식이 될 수 없다.
이것은 두 저자가 말하는 금융IQ와도 거리가 있다. 그들의 말하는 IQ는 관심에서 출발한 교육을 통한 지식이다. 시류를 탄 자본의 흐름에 동승하는 정보를 얻는 것은 투기를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와는 달리 그 속내를 파악하고 자신만의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것이 지식이다. 또한 지식은 과거와 미래를 아우른다. 우리가 한국사와 세계사를 배우는 것처럼 금융IQ 역시 역사를 배우는 것이 매우 용이하다.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언급대로 이 책은 그렇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국가를 바꾸려는 실질적 노력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다. 더불어 매달 꼬박꼬박 바친 국민연금이 노후를 보장해줄 것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비약에 불과한 두 부자의 억지이다. 다만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개인주의적 가치관일 수 있지만 세상을 바꾸기보다 그에 맞춰 부자가 되는 지식을 배우라는 것이다. 국가가 개인의 삶을 보장해주지 못할 것이 분명한 현실에서 하루라도 빨리 부자가 되라는 것, 그리하여 가난에 개인의 행복을 희생시키지 말라는 당연하지만 인정하기 어려운 논제이다.
당신은 지금 부자인가? 아니면 앞으로 부자가 되려고 하는가? 이 책에 따르면 이미 현실은 이 두 부류에게만 안정적인 미래를 약속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책장을 덮거나 부자가 되거나,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