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야 형제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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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혹은 은둔형 외톨이와 정이 넘치는 형제, 그 이미지 사이에 마미야 형제가 있다. 연애 한 번 못해봤을 것이 거의 확실한 그들은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자신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공유한다. 형제의 우애가 깊은 것을 탓할 사람은 없겠지만 유년기를 지나 ‘아저씨’라는 명찰을 단 지금에도 어쩌면 앞으로도, 그들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은 드물다. 그들의 어머니와 그 집에서 놀아본 사람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마미야 형제>(소담. 2007)는 외모가 불량하다. 물론 이것은 외모지상주의의 배타적인 기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어떤가. 그 기준이 진리와도 같은 요즘이다. 때문에 형제에게 학창시설은 추억이 아닌 잊고 싶은 과거이고, 직장에 다니는 지금도 고립되거나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정 보다는 상처를 받아왔기에 당연한 일이다. 이쯤 되고 보면 기준미달의 외모를 통렬한 웃음으로 날려버릴 유쾌한 성격이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역시 현실이란 그리 녹녹치 않은 것인가 보다. 관계라는 것인즉 타인과의 소통일진데, 그들의 남다른 외모와 성격-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의문과 같다-을 대하는 상대방의 처사는 일단 외면하고 보자는 식이다. 이래서는 ‘마이페이스’의 독선도 불가능하다. 싫고 좋고의 반응 자체가 없이 무시당하는 것이다. 결국 형제는 더욱 조심스러워 지고 그것에 영향을 받은 사고방식은 그들을 집으로 몰아넣는다.

집단이기주의의 희생양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때문에 좁아질 수밖에 없는 대인관계에서 형제는 비록 대범한 처사를 보이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 상처받을 요인을 미리 제거하고 그들만의 유희에 빠지면 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형제는 우애가 깊다. 물론 그 우애만으로 말라빠져 옷 입는 센스조차 없는 형에 대한 동생의 인식이나 육중한 체구에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고 빠르게 실연당하는 동생을 바라보는 형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서로를 외면하지는 않는다. 싫은 것도 봐주고 좋은 것도 봐주는 것, 대인 관계의 기본예절이 있다면 바로 그것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인상을 찌푸리고 형제를 대면했던 몇 사람들이 마아야 네의 조촐한 파티에 참석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또는 개인적은 상실감으로, 그렇게 사람들이 형제를 찾는 이유는 조금 불순하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자기학대와 같다. 자신이 떨어질 나락(마미야 형제와의 교류)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보자는 호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때문에 혹시나 하고 찾은 집은 역시나 이다. 별 볼일 없는 그들처럼 그 파티도 별 볼일 없다. 손님들은 이내 형제의 집에서의 어색한 자신을 비웃는다. 헌데, 그런 그들이 형제의 집을 또 찾는다. 갈수록 정이 가는 외모라서? 아름다운 내면을 새삼 발견해서? 모르긴 해도 분명 그것은 아니다. 이 소설에 미녀와 야수, 개구리 왕자 같은 반전은 없다. 또한, 돌이켜보면 아름다운 사람과 같은 역전극도 없다.

형제는 연애에 대한 환상 앞에 또다시 좌절하고 겉이 번지르르한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을 한다. 잠시나마 달콤한 꿈을 꾸게 했던 손에 잡힐 듯했던 사랑도 결국 그들만의 리그였을 뿐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상처를 얻음으로 자신을 학대하지 않는다. 그것이야 말로 마미야 형제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 타인의 시선일 뿐 형제 자신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마미야 형제는 또다시 집으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온다. 아니,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이기에 돌아온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목욕하는 방법도 옷을 입는 취향과 이상형의 여인상도 다르지만 언제나처럼 직소퍼즐을 맞추고 비디오를 보며, 각자의 책장에서 책을 꺼내 읽는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형제라는 것, 서로에게 소중한 형이며, 동생이라는 것은 여전하다.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종종 집요할 정도로 인간의 관계를 파고든다. 상대적인 부부간의 사랑, 우정에 가까운 모녀의 정, 차가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뜨거운 불륜에 까지. 이렇듯 그녀의 소설에 유독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은 그것이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 영원한 것은 없다. <마미야 형제> 역시 소설 마지막 장에서 짓는 웃음이 그들의 영원한 우애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세월에 때가 고스란히 묻은 보드게임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마음에 드는 영화와 책을 보고 또 보는 것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변치 않는 그들의 집에 놀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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