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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2006년 여름호 - 창간호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풋, 심심해?
풋 이라는 단어는 풋사과의 풋, 첫걸음을 내딛는 발(foot), 익살스러운 웃음의 풋 등의 31한지 아이스크림만큼이나 다채롭다. 문학을 심심타파로 접하는 일이 여의치 않은 요즘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학잡지의 탄생은 반갑기 그지없다.
잡지의 말머리의 편집자의 고뇌처럼 문학을 쉽고 친근하게 그렇지만 진지하게 다루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공존할 수 없는 두 마리의 토끼일지도 모르겠다. 풋 이란 단어에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붙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뚜렷한 목표로 탄생했지만 섣불리 그 끝을 짐작할 수 없는 어려운 도전에 종지부를 찍을 수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조금 무거운 쉼표가 붙은 풋, 그렇다고 미간을 좁히고 한없이 진지해지지 말고 웃으면서 읽어보자. 풋
2006 여름 창간호의 <풋,>(문학동네. 2006여름)을 살펴보면 뚜렷한 흐름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진지한 성찰과 가벼운 유희의 공존이다. 작가와의 인터뷰와 청소년의 이유 없이 허망한 익살스러운 인터뷰가 선의 구분 없이 섞여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한 작가와의 인터뷰에서도 전형적인 편집을 거치지 않은 생쇼가 살아있다. 인터뷰든 산문이든 독자에게 읽히는 것을 목적으로 함에 있어서 그것은 쇼이다. 기왕에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고자 탄생한 잡지가 쇼를 보여주지 않고 독립적인 존재이유를 가진다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이 잡지 <풋,>은 익살과 진중함의 경계를 제쳐두고 쇼에 충실하고 있다.
페이지 번호와 텍스트의 나열의 딱딱한 틀에서 벗어난 문학은 자유롭다. 문학과 예술을 이해가 빠른 그림과 사진에 겹쳐 친절히 설명하기도 하고, 시인의 치열한 두뇌를 압박 없이 해부하기도 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청소년. 물론 거리에서 맹렬한 포스를 내뿜는 그들을 보면 지레 겁을 먹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까지 다듬어 지지 않은 생생함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은 세상을 알지만 어른처럼 익숙해지지 않았기에 새로운 형식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그것이 일회적인 시도가 될지라도 그 때에만 가능한 센스를 가진 것이다. 때문에 조금 치기어린 그들의 글은 책상머리에 앉아 쥐어짜낸 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자유를 가진 것이 아닐까?
자유를 만끽하자. 심심하게 써보자. 마음먹은 <풋,>의 여름 창간호. 문학잡지라는 그리 새롭지 않은 포맷을 지루하지 않고 내용에도 충실한 매력적인 글로 채우는 일은 분명 녹녹치 않아 보인다. 그로인해 자소 억지스러운 글귀에 인상을 쓰기도 했다. 어쩌면 그것은 이미 굳어버린 머리와 마음을 가진 개인적은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풋의 꼬리를 문 쉼표처럼 이제 시작이다. 이 경쾌하게 시작한 발걸음이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어 독자를 끌어당기며, 갈수록 힘이 붙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