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나다 - 첨단 패션과 유행의 탄생
조안 드잔 지음, 최은정 옮김 / 지안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주말에 소개팅이 있다. 뭉그적대다 나온 터라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에 간다. 그날따라 구두는 먼지가 끼어있다. 바지에 어울리지 않는 스니커즈를 신고 나올 수밖에 없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가는 내내 신발이 마음에 걸린다. 머릿속에는 얼마하지 않는 신발의 가격이 맴돌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자학(?)은 온 몸으로 치닫는다. 재킷도 바지도 셔츠도 손목에 찬 시계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날, 하루를 즐길 여력이 내겐 없다. 온종일 마음에 들지 않는 옷에 신경 쓰느라 노심초사 했을 뿐.

고가의 명품에 열광하는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우리는 어느 정도 스타일에 매어있는지도 모른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그리고 신문기사에 경쟁적으로 등장하는 과소비와 소비 자체가 파생하는 문제를 접하며 혀를 차지만 결국 그런 문제에 초연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은 비단 옷차림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유행하는 음악, 영화, 연극 등의 공연 관람 까지, 문화라는 것 자체가 스타일에 목을 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는 만큼은 보고자 하는 호기심의 속내에는 유행을 좇는 불나방의 본능이 숨어 있다.

여기서 소비행태에 따른 사회문제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아니 최소한 나는 ‘스타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TV를 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고가의 유럽산 수입가구의 가격 거품에 관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그날 입은 옷차림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있는 개인감정에 까지 현대사회의 우리에게 ‘스타일’을 떼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그것에 지배당한 기원은 언제부터 어떻게 일어난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면 이 책, <스타일 나다>(지안. 2007)을 보자.

책에 소개된 여러 유행과 스타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루이 14세’라는 인물과 ‘프랑스’라는 나라로 모든 것이 귀결된다. 그것을 모든 유행의 기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의 소비행태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친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처럼 보인다. 작가가 의도한 것은 그것에 대한 비판도 추종도 아닌 일정한 거리를 둔 역사기행 정도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과도한 프랑스 애찬이 섞인 거북한 역사기행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것이다. 명품 스타일하면 떠오르는 나라 중 1,2위를 다투는 프랑스라는 국가의 이미지는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장된 것이라는 작가의 지적 말이다. 프랑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국가의 수장에 의해 의도적으로 양성되고 국민들은 그를 추앙하는 것만큼 그 이미지가 보장하는 문화를 맹신한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정책적으로 키워진 문화가 300년 이상 소비되는 것이, 아니 그것이 문화 자체로 인식되는 것이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작가의 논지를 따라가다 보면 순간 고개가 끄덕여진다. 적어도 루이 14와 그의 서포터즈의 의도가 일간 적중한 것처럼 보인다. 오로지 패션으로 귀결되는 소비문화와 삶의 방식을 그들이 간파한 것이던, 사치품으로 인한 무역의 누수를 막기 위한 미봉책이었던 그것이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그 시대의 정책을 마케팅이라 칭하는 것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책의 목차에 나열된 의복과 액세서리에서 주거 환경까지 고국에 막대한 부를 안겨준 철저한 마케팅의 소산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유럽이 자신의 사치를 위해 신세계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나라를 짓밟은 것과 같이 문화를 창조한다는 미명으로 소비를 부추기는 것 역시 문화적 침략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촌에 살면서 같은 문화를 소비하는 동시대인으로서의 삶에 무슨 문제가 있겠는 가만은 그것이 한 국가의 마케팅의 소산이라면 우리는, 적어도 그들이 아닌 우리는 적어도 우매한 소비자가 되는 것만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패셔니스트의 세상을 지탱하는 사회의 이면에는 역사 깊은 명품을 갖추기 위한 신용불량자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의 주머니 사정을 이해한다며 등장한 학생복의 세계에도 엄연히 명품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것을 단순히 경제적 능력과 취향의 선택으로 봐준 다해도 이러한 소비문화가 과소비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마케팅은 그것을 소유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패배감을 안기며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미에 이런 뻔한 우려를 늘어놓는 것은 구차한 피해의식일지도 모른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을 가졌기에 패션이라는 명사가 달뜬 자신감과 세련됨을 가져다 준 기원을 찾는 이 책에도 뻔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시대적 자료와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패션을 해부한 이 책 <스타일 나다>가 과소비와 스타일,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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