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미셀러니 사전 - 동서양을 넘나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앤털 패러디 지음, 강미경 옮김 / 보누스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단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라 할지라도 한 권의 책으로 망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단편적인 조각을 모아 한 권의 책에 역사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것은 헛된 욕심이자 망상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아니, 유추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역사에 있어서 ‘정확한 사실’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에 역사를 다루는 일은 언제나 고된 인내심을 요구하는 풀리지 않는, 신이 내린 숙제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역사 자체가 후대의 유추로 살을 붙이고, 승리자의 전리품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그 당위성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 누구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고, 가졌다 손치더라도 그 기준이 분분한 역사이이에 이 조각모음의 한 권을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 칭하는 것이 그리 억지스러운 주장만은 아니다. 무엇을 역사라고 할 것인가는 개개인의 판단에 달려있는 것 아닌가.
 
아폴로 11호로 달에 처음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을 기억하지만 뒤이은 버즈 올드린의 발자취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역사 미셀러니 사전>(보누스. 2006)의 첫 페이지를 넘기며 떠올린 책이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열린책들. 2001)이었다.―이 책의 전신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열린책들. 1996)이다.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이 나에겐 닐 암스트롱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단어의 일차적인 의미와는  상당한 거리감을 보인다. 언뜻 보면 단지 ‘믿거나 말거나’ 모음집 정도의 인상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각을 조금 넓혀 생각해보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누군가(다른 곳, 다른 시대의)에게 절대적인 지식이 우리에게 믿거나 말거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절대적임과 상대적임의 경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로 <역사 미셀러니 사전> 역시 상대적인 의미와 절대적인 의미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이 이 두 기준에 따라 타당성을 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읽는 사람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나뉜다. 역사의 방대함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을 가진 독자에게는 이 길지 않은 분량의 한 권의 책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부제가 거부감을 줄 것이고, 역사 자체의 맹점에 시선을 맞춘 상대적인 기준을 가진 독자라면 시작도 끝도 없이 연결고리조차 찾기 힘든 역사의 기원과 흐름을 갈무리한 작가의 고된 노력에 박수를 칠지도 모른다.―나의 경우는 후자이다.
 
인간의 역사는 고정관념에 따라 이루어진다. 때문에 과거의 사실은 현재의 허구가 될 수 있다. 그 고정관념이라는 것 자체가 시간의 영속성에서 본다면 일시적인 변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떤 진실로 마무리 지어질 지 가늠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인류와 지구와 우주, 그리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한 권의 책에 모든 것을 담아낸다는 다소 치기어린 시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책에 하나의 사건의 고찰을 담아내는 인내까지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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