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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평점 :
그날 아침, 너를 어둠에서 꺼내준 것은 나였지만 실제로 나를 구해준 건 바로 너였어.
사람들과의 소통보다는 사회와의 단절을 택한 유명 극작가 가스파르와 형사 출신인 매들린이 기계 오류로 파리의 같은 아파트를 임대하게 되면서 [파리의 아파트]는 시작이 된다. 천재 화가인 숀 로렌츠가 살던 공간인 그 아파트는, 가스파르는 물론이고 매들린까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두 사람은 숀 로렌츠가 사용하던 물건이 그대로 남아 있는, 숀 로렌츠의 숨결이 배어져 나오는 공간에서 생활하며 화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숀 로렌츠의 법적 상속인으로부터 천재 화가의 외아들인 줄리안이 뉴욕에서 납치돼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괴한들에게 죽임을 당했고, 그 이후로 붓을 손에서 놓았던 숀 로렌츠가 죽기 얼마 전에 그린 그림 석 점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가스파르는 형사 출신인 매들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그림을 찾을 것을 권한다. 그런데 그들이 찾아낸 그림 석 점에는 하나같이 같은 메시지가 숨어져 있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줄리안은 살아있다.
과연 이 메시지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숀 로렌츠는 아이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 아내의 말을 믿지 않고 아이가 살아 있다고 믿는 것일까? 줄리안이 살아 있다면 어느 곳에 있을까? 줄리안을 납치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스파르와 매들린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연쇄살인범의 그림자는 과연 줄리안과 관련이 있는 사람인 것일까?
[파리의 아파트]는 작가 기욤 뮈소가 전작인 [브루클린의 소녀], [지금 이 순간], [내일]과도 같이 서스펜스의 요소를 다분히 많이 섞어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다. 로맨스에서 비중을 서스펜스로 점차 늘려감과 동시에, 언제나 끝을 알 수 없는 전개가 눈을 끈다. 예상할 수 없는 결말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스토리, 빠른 전개와 끝에 끝을 물고 나타나는 수수께끼들을 풀어 나가는 주인공들과 함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몰입해서 읽은 [파리의 아파트].
책을 덮고 나자 ‘역시 기욤 뮈소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종이 여자]를 통해 처음 만난 기욤 뮈소는, 매 작품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작가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작품을 통해 나타냈다. 이번 [파리의 아파트]는 숀 로렌츠가 천재 화가였기 때문에 예술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많이 가미가 돼 예술, 특히 미술과 음악 분야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사실이라고 생각될 만큼 섬세한 묘사가 특히 눈을 끌었다.
기욤 뮈소를 사랑하는 한 독자로서, 언제나 그의 전작에 나왔던 인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반가움과 작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이번 [파리의 아파트]에서는 [브루클린의 소녀], [지금 이 순간], [천사의 부름]에서 등장했던 인물들 몇을 발견할 수 있어서 몹시 기뻤다. 그렇지만 [천사의 부름]의 주인공이자 함께 미래를 약속하는 것으로 결말 지었던 매들린과 조나단의 만남이 비극으로 끝이 나고, 그 다음 이야기처럼 펼쳐지는 [파리의 아파트]를 읽으며 살짝 슬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작가가 [천사의 부름]의 속편을 써 낼 것처럼 이야기 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서 조나단과 매들린 커플의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파리의 아파트] 처음 몇 장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언제나 반전의 반전을 통해 결말까지 이야기를 힘 있게 끌고 가는 기욤 뮈소의 글쓰기는 몇 번을 읽어도 적응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신작이 더욱 더 기대되는 것은 아닐까. 매년 한 편씩 책을 펴내는 기욤 뮈소의 다음 신간이 나올 내년 이 맘 때를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