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어쩌면 다른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그것이 죽음일지도 몰라.”


마사키 루리가 생각하는 죽음의 의미는 이것이었다. 다른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이미 결혼한 상태였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던 그녀에게 있어서 미스미라는 이름의 젊은 대학생은 지친 삶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였다. 위험하면서도 위태로운 만남을 그들은 지속적으로 이어갔고,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미스미는 루리의 모습이 안개에 뒤덮인 것처럼 뿌옇게, 베일에 휘감아진 것처럼 희미한 것 외에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스미에게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볍게 두어 번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마사키 루리는 뜻밖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세상은 루리의 죽음을 사고라고 했지만, 미스미는 왜인지 모르게 루리의 죽음은 사고가 아닌 자살일 것이라는 확신을 점차 갖게 되었다. 그리고 떠나간 루리가 언젠가는 자신의 앞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이 루리라는 표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그녀를 기다리게 된다. 루리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으니까, 그녀는 ‘달처럼’ 죽었을 거니까.


[달의 영휴]는 달이 차오르고 기우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삶과 죽음을 반복하며 미스미 아키히코에게 계속 나타나겠다는 루리. ‘나는 달처럼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는, 어떻게 보면 수수께끼와도 같은 말을 미스미에게 남긴 채 세상을 떠나버린 루리의 흔적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온 미스미와, 세 번의 다른 모습으로 미스미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던 루리.


책의 관점 포인트는 다름 아닌 루리를 키워낸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다. 갑작스럽게 달라진 어린 딸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당황해하는 주변인들과, 루리가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환생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것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또한,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시사한 바가 무척이나 크고 하는 말과 행동 모두에서 다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단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고 보느라 쉴 새 없이 메모해야 했고, 책을 여러 분 뒤적거려야 했다. 책 속에서 복선을 찾는 것은 읽는 내내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달과 영휴]에 푹 빠져, 다른 책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미스터리’를 접할 수 있게 되어 무척 행복했다.


“루리도 하리도 빛을 비추면 빛난다.”


안타깝게도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을 달처럼 죽고 다시 살아나 이루려 했던 루리와, 루리의 표식을 알아볼 수 있도록 기다렸던 미스미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많이 익숙해진 ‘환생’을 이용해 작가 사토 쇼고만의 필력으로 완벽하게 독자들을 끌어들였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전혀 평범하지 않은 [달의 영휴]의 탄생과 나오키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있을 법한 소재를 이용하여 신비롭게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을 풀이해 나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여러 권의 나오키상 수상작 작품들을 만나보며, 이제는 ‘믿고 읽을 수 있는’, 증명된 책이라는 타이틀을 걸기에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수상작인 [달의 영휴]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운 미스터리가 끌리는 날이라면, 그런 책을 읽어보고 싶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달의 영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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