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아난드 딜바르 지음, 정혜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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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들이 소중한 선물이자 기적이라는 걸 잊고 사는 거야. 삶에서 매일매일 선물을 받지만 그걸 낭비하는 거지.


한 순간의 선택으로 식물인간이 되어 기계들의 도움으로 삶을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그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삶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서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끝내겠다며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독으로 인한 죽음.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는 눈동자마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듣고, 볼 수는 있었으나 의식이 있다는 것을 그 어느 방법으로도 표출할 수 없었던 그. 가족들의 아픔과, 의사 그리고 간호사의 비리 등을 목격하면서도 위로를 해 줄 수도, 도와달라고 소리칠 수도 없었던 그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무엇을 깨달아 알았을까?


이 책은 그가 깊은 공허함 속에서 자신의 의식과 나눈 이야기들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기록한 것이다. 그는 평소에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매일 아침에 일어나고, 심장 박동과 감각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할 수 없게 됨으로 오히려 그것들의 경이로움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는 것과, 아픔으로 인해 가족들이 더 단결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고 그는 질문을 던진다. 부모님이 슬퍼하시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왜 진작 자기에게, 또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하기로 선택하지 않았을까?”


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 그만큼 죽음은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를 찾아올 수 있고, 우리는 언제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나야 하는 지를, 또 떠날 지를 예상할 수 없다. 그렇기에 매사에 충실하고,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라고 권고하는 것이 아닐까. 인생은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 시간인데, 미워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그들이 반문하듯.


책의 제목은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이다. 어떻게 보면 의식이 주인공에게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가 독자들에게 충고하는 것이라 받아들일 수도 있다. 미워하면서,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서, 괴로움과 불행만 가득하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그러기엔 당신이 너무 소중하고, 그 인생의 가치가 너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이 삶의 의미일까?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이 삶의 의미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는 것,

그건 존재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를 즐기는 걸 말해.

우린 우리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짧은 시간을 부여받았으니,

최대한 그 시간을 활용해야 해…. 


책이 말하는 인생의 의미는 이것이다. 당신의 소중한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 세상에 당신 같은 사람은 단 하나 뿐이고, 인생 역시 단 한 번뿐이니, 그 누구도 살 수 없는 당신만의 삶을 살으라고. 인생은 짧고 사람은 연약하니, 다른 사람의 눈치 보기에도 짧은 시간이니, 당신만의 삶을 찾으라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 나가라고.


정말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것을 종종 잊는다. 갖고 있을 때에는 그것의 소중함을 모르다가, 그것을 잃게 되고 빼앗기게 되면 그제야 뒤늦게 소중함을 알게 된다. 우리 곁에 있는 모든 것의 소중함, 그 존재의 가치를 더 진작, 더 빨리 깨닫게 된다면, 우리가 대하는 삶의 태도가 완전히 변화돼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수 있을 텐데. 그 누구도 내가 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나만의 삶을 누리고 즐기라고. 그러기에도 시간은 매우 짧다고.


삶과 죽음의 기로 사이에서 사람은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를 통해 그 기로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나 역시 삶과 죽음에 대해, 인생에 대해, 나의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뒤돌아보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의 1월도 벌써 반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 나를 성찰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는 삶의 태도를 바꾸어 준 아주 소중한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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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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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근심이 없고 밤에 욕망과 슬픔이 없을 때 그대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모든 것이 그대의 삶에 휘감겨도 그것들을 벗어 던지고 얽매임 없이 일어설 때 그대는 진정으로 자유롭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읽는 내내 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같은 세계에 살았던 사람이 맞나?’ 이러한 신선한 충격은 인도 시인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것으로, 순간 멍하니 머릿속으로 방금 읽었던 문구를 되뇌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글을 통해 가르침을 주고, 또 깨우침을 선사하는 지브란의 [예언자].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알아야 하는 스물여섯 가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브란의 글을 접하며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글을 통해 만난 칼릴 지브란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문체와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는 따뜻한 문장들로 심금을 울릴 줄 아는 훌륭한 시인이자, 먼저 인생을 경험해 본 선구자로서 좋은 안내자의 역할을 감당한 사람이었다. 아직까지도 그의 글은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메리 해스켈이 말했듯 [예언자]의 진가는 점점 더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언자]를 통해 만난 칼릴 지브란은 천재성을 드러내는 훌륭하고도 완벽한 시인이며 안내자의 모습 뿐 아니라 인간적이고도 연약한 사람의 특징 역시 보여주었다. 그도 많은 사람들처럼 어려움들이 닥친 가운데 절망하고 좌절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경험 속에서도 교훈을 깨달아 알게 되고, 그것을 예술로 표현해냈다. 내가 칼릴 지브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예언자]를 읽으면서 그를 존경하게 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겪게 될, 적어도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될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어 함께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그러면서도 따뜻한 말로 위로를 건네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펼쳐보게 될, 그리고 위로를 해 줄 [예언자]는 오랫동안 기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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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커렐라
애슐리 포스턴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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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만 하면 못할 건 없겠죠. 카민도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도 카민도어는 노력할 거예요.”


<스타필드>의 페더레이션 왕자 카민도어 역을 맡게 된 스타 배우 대리엔은 기사들과 악성 댓글들, 그리고 원작의 팬들이 그를 인정해주지 않자 괴로워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무척 좋아하는 작품, 배역에 대한 부담감 모두가 합쳐져 가짜 배우인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 대리엔. 그러다가 그는 얼굴도, 나이도, 심지어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과 우연히 문자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오랜 연예계 생활로 굳게 닫혀버린 마음의 빗장을 풀기 시작한다. 그 둘의 공통사는 <스타필드>를 좋아하는 것 외에는 없었지만, 상대방이 스타 배우 대리엔 프리먼이 아닌 인간 대리엔 프리먼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스타필드>의 팬인 엘은 <스타필드> 제작사 측에서 코스프레 대회를 개최하자 상금을 노리고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못된 새엄마와 쌍둥이와의 지치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려면 상금 획득이 아주 절실했기 때문이다. 매직펌킨이라는 이름의 푸드트럭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대회에 출전하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엘. <스타필드> 코스프레 행사인 <엑셀시콘>을 창시해 낸 엘의 돌아가신 아버지 휴대폰 번호를 물려받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던 엘은, 우연히 <스타필드> 코스프레 행사와 관련해 한 남자에게서 문자를 한 통 받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의 문자는, 여태껏 엘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정들을 느끼게 해 준다. 과연 엘은, 그리고 대리엔은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로도 처음 느껴본 그 감정들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기커렐라>는 ‘괴짜’라는 뜻의 단어인 geek와 신데렐라를 합쳐 만든 단어로, 현대판 신데렐라라고 불릴 만큼 암울한 삶을 살고 있지만 <스타필드> 그리고 부모님과의 추억이 유일한 삶의 기쁨인 엘에게 세상이 붙여준 단어다. 남들이 볼 때에는 코스프레가 쓸데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쁨이고, 하나밖에 없는 존재일 만큼 소중한 행사 중에 하나라는 것을 보여 준 엘.


문자를 통해서 서로에 대해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진솔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했던 대리엔과 엘은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고, 각자의 트라우마와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선물했다. 그 덕분일까? 대리엔은 끝내 사람들에게 카민도어 왕자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고, 엘 역시 자신을 억눌렀던 새엄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영역을 개척하면서 용기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스타필드>의 주인공인 카민도어 왕자와 그의 공주가 그랬듯이.


현대판 신데렐라라는 타이틀이 꼭 들어맞는 아름다운 소설 [기커렐라].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법한 21세기의 신데렐라 모습이 완벽하게 부합되며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술술 넘겨졌던 [기커렐라]의 두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소소한 문자 하나로 두 사람의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되고, 결국 운명처럼 만나게 되며 서로를 바꾸어놓을 줄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책의 끝이 다가온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게만 느껴졌던 [기커렐라]는 오랫동안 기억될 아름다운 소설 중 한 권이 될 것이다. 그동안 상상해 왔던 신데렐라가 눈앞에서 춤을 추듯 새롭게 각색이 되니 더욱 더 재미있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21세기 신데렐라와 왕자인 엘과 대리엔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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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J. 라이언 스트라돌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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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건 분명 셰프라는 직업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라르스 토르발은 아내가 가정과 아이가 자신의 꿈을 펼치는 데 있어 제약이 된다고 생각하고 편지 한 장 남긴 채 떠나버렸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딸 에바를 돌본다.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은 바로 음식을 통해서였다. 이유식만 먹여야 하는 어린 나이라서 어른이 먹는 음식을 주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어떻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냐는 논리를 펼치는 라르스. 


라르스는 자신이 만들어 낸 음식들로 태어난 지 몇 개월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에바에게 맛있는 음식들로 행복을 선사한다.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 천재적인 미각과 함께. 라르스는 에바와 함께 한 몇 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아이에게 셰프가 아버지로서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한다.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은 남들보다 훨씬 큰 키에 남다른 덩치를 가지고 있고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분야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수없이 많은 놀림과 괴롭힘을 당한 에바가 천부적인 재능을 살려 미국 최고의 셰프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사이사이에 음식과 얽힌 다른 사람의 일생 이야기도 곁들여져 나오면서, 그들의 삶 속에서 에바가 음식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그들의 일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볼 수 있었다.


에바는 절대적인 주인공이 아니다. 여덟 개의 장은 각기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부터 서술되었고, 그 중에서 두 번째 장에서나 나름 에바의 시점에서 서술됐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인생 속에서 더 성장한 모습으로 잠깐씩 나오는 에바의 모습은 놀라움과 행복 그 자체였다. 괴짜라는 낙인이 찍혀 왕따였던 한 소녀가, 이제는 몇 년을 기다려서라도 한 번 맛보고 싶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미국 최고의 셰프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함께 지켜보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참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결국은 원하는 꿈을 이루어낸 에바. 에바의 험난한 성장기와 미국 최고의 셰프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에바 본인이 만든 요리, 또는 그녀가 삶을 살아가면서 맛보았던 요리들로 삶에 정의를 내렸기 때문에 더욱 더 흔히들 표현하는 인생의 매콤달콤 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음식과 가족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 더욱 더 와 닿았던 에바의 눈물겨운 성장기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도 역시 조명되었기 때문에 온전한 그녀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했을 때 표지에 그려진 것보다 더 훌륭한 그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림 속에 표현된 재료들 하나하나는 에바가 커다란 깨달음과 그녀의 인생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도록 도운 재료들이었고, 그것들이 훗날 모여 에바의 레스토랑에서 훌륭한 요리로 재탄생되었으니 말이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상과 특히 <올해 최고의 문학상> 등을 다수 수상한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은, 그러한 만한 가치가 확실히 증명된, 나에게 있어서는 2018년을 멋지게 열어준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준 에바의 멋진 성장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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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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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스미타는 카스트제도에서 최하위이자 노예인 수드라보다도 더 낮은 달리트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랬고,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랬듯, 스미타처럼 달리트로 태어난 여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싼 똥을 맨손으로 바구니에 담아 치우는 것이다. 노예보다도 못한 존재로 태어났기에 학교는커녕 글도 읽지 못했고, 높은 계급의 사람들과 접촉하지도 못했으며, 말을 거는 것, 쳐다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달리트의 삶을 사는 스미타. 자신은 타인의 배변을 맨손으로 치우는 삶을 살지만, 하나뿐인 딸은 전 재산을 주어서라도 학교에 보내 글을 배우게 하겠다는 것이 유일한 꿈이자 삶의 낙이었던 스미타. 그렇지만 학교에서조차 부당한 대우를 하고, 이에 대해 ‘하지 못하겠다’고 당당히 말한 딸아이가 심하게 매질당한 상태로 돌아온 그날 밤, 스미타는 목숨을 건 중대한 결심을 한다. 자신과 딸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인모로 가발을 만드는 공방을 무려 3대 째 운영하고 있는 줄리아의 가족. 시칠리아의 전통적인 방식대로 가발을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가발 공방이라는 사실은 줄리아와 가족들에게 아주 큰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공방을 열고 닫았던 줄리아의 아버지가 갑작스레 사고를 당하게 되고, 줄리아는 우연히 공방이 엄청난 빚더미 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가족이나 다름없는 공방의 식구들의 미래와 밥줄은 모두 이 가발 공방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어떻게든 이 공방을 살려야 하는 줄리아. 돈이 급급한 줄리아에게 우선 가족들을 먼저 생각하라며 넌지시 온 제안은 바로 결혼이다. 자신의 꿈과 유일한 희망인 공방을 살리기 위해 줄리아는 과연 이 제안을 수락해야 하는 것일까?


캐나다에서 오직 로펌 최고 변호사가 되기만을 바라며, 보이지 않는 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외길만 걸어온 사라. 두 번의 결혼을 했고, 두 번의 이혼을 했으며, 아이들의 학교 행사들과 사소한 일상들까지 모두 다 포기해야만 했다. 더 강인한 모습으로, 신중하게, 또 믿음직스러운 변호사가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녀. 그런데 갑작스런 암 선고를 받게 된다. 최고의 로펌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했던 모든 일들은 다 수포로 돌아가고, 그녀를 물어뜯기 위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눈독을 들이고 있던 경쟁자들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아무 소득 없이 침대에 눕게 되었다.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완벽한 커리어, 완벽한 변호사라는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좌절하고 주변의 시선에 더욱 더 괴로워하게 된 사라. 과연 사라는 암과 함께 찾아온 우울증이라는 녀석에게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무엇이 더 그녀를 강인하게 만들어 주었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각기 사는 형편도, 위치도, 나라도 다르지만 모두 다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그들의 삶을 결정지을 만큼 아주 거대하고도 복잡하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려워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자의 삶의 배경을 통해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온 몸으로 배운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몸을 내던지면서 사회와 나라와 그들의 환경에 저항했고, 마침내 승리를 이끌어냈다.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부각되어 보이는 이 세 사람이 어떻게 [세 갈래 길]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그들은 남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닥칠 때, 보통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거나 타협하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하지만 스미타와 줄리아, 그리고 사라는 잠깐 머뭇거릴 수는 있으나 온 힘과 열정을 다해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회에 신념으로 여겨져 왔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맞서 싸운다.


정말 안타깝게도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아주 많다. 그들은 신분 차이, 사회적인 관습, 인종, 성별 등 다양한 이유들로 차별을 받고 마침내 그들을 쓰러뜨리려 한다. 심지어 일어나려고 애쓰는 사람을 더 깊은 수렁에 가두어두기까지 하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다행이고 또 감사한 것은, 책에 나온 스미타, 줄리아 그리고 사라와 같이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깨우쳐질 거라는 거다.

소설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차별들과 억압들을 둘러보며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나 역시 그 일들을 감내하는 것은 아닌가, 이들처럼 일어나 싸울 배짱은 되지 않더라도, 사리분별은 바르게 해야겠다는 자세를 취하게 됐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첫 발을 내딛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갔던 세 명의 인물들의 모습들을 지켜보며 어느새 부터인가 나도 그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삶의 주도권을 잡고,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았던 강인한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불의에 맞서 싸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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