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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커렐라
애슐리 포스턴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펌 / 2018년 1월
평점 :
“노력만 하면 못할 건 없겠죠. 카민도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도 카민도어는 노력할 거예요.”
<스타필드>의 페더레이션 왕자 카민도어 역을 맡게 된 스타 배우 대리엔은 기사들과 악성 댓글들, 그리고 원작의 팬들이 그를 인정해주지 않자 괴로워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무척 좋아하는 작품, 배역에 대한 부담감 모두가 합쳐져 가짜 배우인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 대리엔. 그러다가 그는 얼굴도, 나이도, 심지어 이름도 모르는 한 사람과 우연히 문자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오랜 연예계 생활로 굳게 닫혀버린 마음의 빗장을 풀기 시작한다. 그 둘의 공통사는 <스타필드>를 좋아하는 것 외에는 없었지만, 상대방이 스타 배우 대리엔 프리먼이 아닌 인간 대리엔 프리먼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스타필드>의 팬인 엘은 <스타필드> 제작사 측에서 코스프레 대회를 개최하자 상금을 노리고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못된 새엄마와 쌍둥이와의 지치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려면 상금 획득이 아주 절실했기 때문이다. 매직펌킨이라는 이름의 푸드트럭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대회에 출전하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엘. <스타필드> 코스프레 행사인 <엑셀시콘>을 창시해 낸 엘의 돌아가신 아버지 휴대폰 번호를 물려받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던 엘은, 우연히 <스타필드> 코스프레 행사와 관련해 한 남자에게서 문자를 한 통 받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의 문자는, 여태껏 엘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정들을 느끼게 해 준다. 과연 엘은, 그리고 대리엔은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로도 처음 느껴본 그 감정들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기커렐라>는 ‘괴짜’라는 뜻의 단어인 geek와 신데렐라를 합쳐 만든 단어로, 현대판 신데렐라라고 불릴 만큼 암울한 삶을 살고 있지만 <스타필드> 그리고 부모님과의 추억이 유일한 삶의 기쁨인 엘에게 세상이 붙여준 단어다. 남들이 볼 때에는 코스프레가 쓸데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쁨이고, 하나밖에 없는 존재일 만큼 소중한 행사 중에 하나라는 것을 보여 준 엘.
문자를 통해서 서로에 대해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진솔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했던 대리엔과 엘은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고, 각자의 트라우마와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선물했다. 그 덕분일까? 대리엔은 끝내 사람들에게 카민도어 왕자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고, 엘 역시 자신을 억눌렀던 새엄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영역을 개척하면서 용기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스타필드>의 주인공인 카민도어 왕자와 그의 공주가 그랬듯이.
현대판 신데렐라라는 타이틀이 꼭 들어맞는 아름다운 소설 [기커렐라].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법한 21세기의 신데렐라 모습이 완벽하게 부합되며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술술 넘겨졌던 [기커렐라]의 두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소소한 문자 하나로 두 사람의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되고, 결국 운명처럼 만나게 되며 서로를 바꾸어놓을 줄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책의 끝이 다가온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게만 느껴졌던 [기커렐라]는 오랫동안 기억될 아름다운 소설 중 한 권이 될 것이다. 그동안 상상해 왔던 신데렐라가 눈앞에서 춤을 추듯 새롭게 각색이 되니 더욱 더 재미있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21세기 신데렐라와 왕자인 엘과 대리엔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