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J. 라이언 스트라돌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이건 분명 셰프라는 직업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라르스 토르발은 아내가 가정과 아이가 자신의 꿈을 펼치는 데 있어 제약이 된다고 생각하고 편지 한 장 남긴 채 떠나버렸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딸 에바를 돌본다.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은 바로 음식을 통해서였다. 이유식만 먹여야 하는 어린 나이라서 어른이 먹는 음식을 주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어떻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냐는 논리를 펼치는 라르스. 


라르스는 자신이 만들어 낸 음식들로 태어난 지 몇 개월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에바에게 맛있는 음식들로 행복을 선사한다.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 천재적인 미각과 함께. 라르스는 에바와 함께 한 몇 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아이에게 셰프가 아버지로서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한다.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은 남들보다 훨씬 큰 키에 남다른 덩치를 가지고 있고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분야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고, 수없이 많은 놀림과 괴롭힘을 당한 에바가 천부적인 재능을 살려 미국 최고의 셰프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사이사이에 음식과 얽힌 다른 사람의 일생 이야기도 곁들여져 나오면서, 그들의 삶 속에서 에바가 음식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그들의 일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볼 수 있었다.


에바는 절대적인 주인공이 아니다. 여덟 개의 장은 각기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부터 서술되었고, 그 중에서 두 번째 장에서나 나름 에바의 시점에서 서술됐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인생 속에서 더 성장한 모습으로 잠깐씩 나오는 에바의 모습은 놀라움과 행복 그 자체였다. 괴짜라는 낙인이 찍혀 왕따였던 한 소녀가, 이제는 몇 년을 기다려서라도 한 번 맛보고 싶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미국 최고의 셰프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함께 지켜보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참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결국은 원하는 꿈을 이루어낸 에바. 에바의 험난한 성장기와 미국 최고의 셰프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에바 본인이 만든 요리, 또는 그녀가 삶을 살아가면서 맛보았던 요리들로 삶에 정의를 내렸기 때문에 더욱 더 흔히들 표현하는 인생의 매콤달콤 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음식과 가족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 더욱 더 와 닿았던 에바의 눈물겨운 성장기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도 역시 조명되었기 때문에 온전한 그녀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했을 때 표지에 그려진 것보다 더 훌륭한 그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림 속에 표현된 재료들 하나하나는 에바가 커다란 깨달음과 그녀의 인생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도록 도운 재료들이었고, 그것들이 훗날 모여 에바의 레스토랑에서 훌륭한 요리로 재탄생되었으니 말이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상과 특히 <올해 최고의 문학상> 등을 다수 수상한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은, 그러한 만한 가치가 확실히 증명된, 나에게 있어서는 2018년을 멋지게 열어준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준 에바의 멋진 성장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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