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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평점 :

성차별, 유리천장, 층간소음, 갑질 등, 다양한 사회적인 현상들의 민낯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을 때, 무슨 감정이 들어야 정상이고, 무슨 생각을 가져야 바른 것일까? 부끄럽지만 나는 저자가 ‘이것은 비정상적인 것이다’고 말하며 변화를 촉구하고, 독자들에게 깨어 있으라고 권고하는 부분들에서 지극히 당연하다고 느껴왔거나, 혹은 순리라고 생각하며 그저 받아들이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전 세대가 그래왔고 지금의 세대도 그러하듯, 나 역시 감내하면서 살아야 하는구나, 싶은 것을 훨씬 더 어렸을 때부터 눈치껏 알게 된 것일 지도 모르겠다. 무척 안타깝고, 또 슬픈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정말 읽다 보니, 나 자신이 ‘하나도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묵묵히 감내하면서 살아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속으로는 불평불만이 꽉 차 있어도,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튄다는 이야기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바른 방향으로 역주행하기 보다는 사회를 거스르지 않고 함께 묵묵히 따라가는 길을 택한 나. 언제부터일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이.
감정이 오작동하고 있는 21세기 사회에서 나를 지키도록 돕는 실천 인문학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를 통해 처음으로 이러한 사회 현상들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내가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하지만 하는 수 없이 받아들였던 불편한 진실들을 표현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옳지 않더라도 눈치를 보면서 옳다고 맞장구치던 사회와 시대는 벌써 저 멀리 떠나버렸다는 것도.
이 책을 읽는 것은 불편하다. 책의 내용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때로는 도망가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도망갔더라도 다시 돌아와서 책을 펼쳐 들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하나의 거짓이 없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를 제대로 보여주는 거울이었으니까. 작은 일에도 불편함을 느끼고 옳지 않다는 것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고,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저자의 바른 생각 역시 무척 닮고 싶었다.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잘못된 방식으로 굴러가는 세상을 마주볼 수 있도록 돕는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를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생각이기에 바꾸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로 하겠지만, 그래도 ‘하나도 괜찮지 않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으니, 오늘부터 하나씩, 조금씩, 천천히 바꾸어 나가려고 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