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코믹스 Volume 1
라이언 노스 지음, 셀리 페럴라인 외 그림, 서애경 옮김, 정한결 감수 / 작가정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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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쳐 타임>은 정말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라 TV를 잘 보지 않는 나조차도 주인공, 그리고 그 옆에 함께 다니는 개-이번 기회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개’도 알고 보니 주인공이더라-는 알고 있었다. 아, 물론, 그 주인공의 이름이 ‘핀’이고 ‘사람’이라는 것(외계인이 아니었다!)과 그 옆의 개 이름이 ‘제이크’이고 ‘마법 개’라는 건-으음, 그냥 평범한 개도 아니고 ‘마법’ 개라니-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고. 제목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지만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쳐 타임 코믹스>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스핀오프 격으로 제작된 코믹스다. 원작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무척 좋아할 법한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쳐 타임 코믹스>! 


일단 만화 자체가 정말 오랜만이고, 만화를 리뷰 쓰기 위해서 읽는 건 또 처음이라 초반에는 읽으면서 이야, 이걸 어떻게 쓸까 하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핀과 제이크의 모험 이야기답게 ‘모험 이야기에는 언제나 빠짐없이 등장하는’ 악당에 맞서 아주 기발한 방법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모습과, ‘하지 말라고 하면 좀 하지 말 것이지 꼭 시도해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주인공들이 실수를 만회하는 순간에 집중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그런 고민은 사라졌다. 물론, 다 읽자마자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영어가 원작인 애니메이션이고 만화다 보니 영어로는 재밌었을 포인트들이 번역으로는 표현되지 못했다는 게 약간 아쉽지만, 핀과 제이크의 모험은 여전히 흥미진진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전개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말 그대로 떨어뜨린 럭비공 같았다고나 할까. 이건 코믹스 계의 ‘럭비공’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감히 정의를 내리고 싶다. 상식을 뛰어넘고 사정없이 뒤통수를 때리는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쳐 타임 코믹스>! 읽기 전에는 ‘얼굴만’ 알았던 캐릭터였다면, 다 읽고 나니 이들의 매력에 사정없이 빠져든 나머지 세 번째 책이 너무나도 손꼽아 기다려진다. 이러다가는 안 보던 애니메이션도 찾아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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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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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열지 말았어야 했다. 운명과도 같았던 첫 만남 이후, 순조로운 연애를 거쳐 결혼한 신혼부부 에린과 마크. 두 사람은 신혼 여행지인 보라보라 섬으로 떠나던 중에 바다 한가운데서 수상한 가방 하나를 발견한다. 사방으로 망망대해뿐 아무것도 없다. 우리 주변 물속에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종이. 하얀 종이들이다. 이게 뭐야? 사방으로 수평선뿐이다. 물밑에는 작은 비행기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가방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흔적 역시 바다 깊은 곳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추락한 비행기, 시체, 그리고 수상한 가방. 가방을 열지 말았어야 했다. 가방에는 100만 달러어치 다이아몬드, 수상한 USB, 권총 한 자루, 그리고 100만 달러의 지폐가 들어 있었다. 가방을 열지 말았어야 했다. 가방을 차지하기로 한 이후, 관련된 모든 정황을 없애버리는 데 성공하며 완전범죄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서던 바로 그때. 당신 누구야? 회색 점들이 진동한다. 깜빡. 깜빡. 깜빡. 가방의 주인이, 다이아몬드와 100만 달러, 그리고 USB의 주인이 에린과 마크를 뒤쫓기 시작한다. 가방을 열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후회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너무 늦었다. 


나는 인생에서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단지 집과 남편, 그리고 가끔 떠나는 휴가. 좌석은 일반석이면 충분하다. 그냥 조용한 삶을 살고 싶다. 우리의 삶을. 여행 중 갑자기 바다에서 200만 달러를 가지고 있는 가방이 두둥실 떠올랐다면, 그리고 당신이 경제적인 압박을 받고 있었다면, 200만 달러를 가지기로 한 뒤부터는 모든 초점이 오직 하나에 맞춰지게 될 것이다. 완벽범죄. 에린과 마크는 제법 성공적으로 자신들의 흔적을 없애는 데 성공했으나, 그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를 없애기엔 역부족이었다.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독단적으로 한 행동은 서로에게 불신과 화를 심기엔 충분했고, 서로에게 다정다감했던 신혼부부는 그렇게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제삼자보다는 에린과 마크의 불화와 불신이 마크의 죽음을 자초하는 원인이 된 게 아니었을까.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누군가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누군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평범한 삶을 살던 한 신혼부부가 수상한 가방과 그 내용물들을 가져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한 <썸씽 인 더 워터>.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라 꽤 많이 기대했던 작품인데, 마구 몰아치면서 전개가 빨랐던 초반부와는 달리 이후 계속 늘어져 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숲 속에서 마크의 무덤을 파는 에린의 모습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사실 에린의 뒤통수를 치고 그를 곤란하게 만드는 범인을 너무 빨리 알아낼 수 있었다는 점은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고려할 때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다른 말로는, 도입부가 끝내주게 좋았다는 것. 도입부의 스릴과 그 여운을 끝까지 가지고 가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마도 당신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매력적인 도입부, 실망스러운 전개와 결말의 연속이었지만 그런데도 <썸씽 인 더 워터>를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작할 때 에린이 나에게 던진 이 질문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을 때 무덤을 파고 있는 한 여자. 죽은 남자에게서 자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주도면밀이 움직이는 에린의 모습은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어 훅 들어온 질문. 과연 에린은 나쁜 사람일까? 나는 내 나름의 답을 찾았다. 에린은 가방을 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 열지 않았더라면 마크는 어떻게 되었을까? 에린과 마크는 완벽한 부부가 되었을까? 하지만 그랬더라면 <썸씽 인 더 워터>는 시작되지도 않았겠지. 원래 마피아나 그 어떤 암흑 세력보다 더 무서운 건, 적어도 소설 속에선, 바로 주인공의 호기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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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빈센트 (반양장)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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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제법 날씨가 선선해져서 여름은 끝이 났다는 걸 체감하는 요즘, 다가오는 계절 가을 하면 떠오르는 시, 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시인 윤동주를 생각하며 두 천재들의 만남, <동주와 빈센트>를 꺼내들었다. (참, 고흐는 성이고 빈센트는 이름이지. ‘동주’ 하니까 친숙해서 좋다.)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온 시 한 구절. 추억처럼 서 있었던 그 사나이. 그 사나이가 나에겐 동주가 될까, 빈센트가 될까? 사나이‘들’이 아니라는 게 참 아쉽다.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부끄럽지만 시인 윤동주의 시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이 윤동주의 시와 딱 들어맞는 게 신기할 정도로 가짓수가 다양하게 많다는 것도 몰랐다. 익숙한 시보다, 익숙한 그림보다 훨씬 더 자주 마주치게 된 익숙하지 않은 시와 그림들. 하지만 새로운 것에서는 신비로움을, 익숙한 것에서는 편안함을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읽어나갔다. 이렇게 느릿느릿 읽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음 장에는 또 어떤 시와 그림이 나를 반겨주고 있을까, 기대하면서.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별 헤는 밤>의 윤동주, <별이 빛나는 밤>의 빈센트 반 고흐. 별로 유명한 두 사람이지만 <별 헤는 밤>의 배경이 가을이라는 것도, <별이 빛나는 밤>이 윤동주의 시와 끝내주게 잘 어울린다는 것도 모두 <동주와 빈센트>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잠시 새벽감성을 느낀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이토록 별을 애타게 부르면서 가을 밤하늘을 올려다봤을 윤동주처럼, 별 빛나는 아름다운 밤을 그리기 위해서 몇 번이고 별을 바라봤을 빈센트 반 고흐처럼 하늘을 보았다. 슬프게도 별은 보이지 않는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한 천재 시인 윤동주의 <서시> 일부분이다. 읽을 때마다 울컥하게 되는, 참 특별한 시. 빈센트의 그림도 좋아하고 윤동주의 시도 좋아하지만, 이번에 읽을 때에는 윤동주의 시에 더 많이 끌렸다. 조국을 사랑했고 모든 죽어가는 것을 진심으로 사랑한, 정말로 사랑할 줄 알았던 소중한 사람. 스물아홉, 정말 짧은 삶을 살았지만 누구보다도 매사에 온 마음 다해 살 줄 알았던 사람. 그의 시가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참, 시와 끝내주게 잘 어우러진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도 감사한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느끼는 감동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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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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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싶어요. 나이 마흔, 딱 연애하기 좋을 나이지! 캘리포니아에서 비영리단체를 이끌고 있는 사라는 늘 그랬듯이 휴가를 맞아 부모님이 계신 영국을 방문한다. 영국 태생이지만 좋지 않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 달갑지 않았던 방문. 하지만 영국은 사라가 그곳에서 에디를 만나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과거를 잠시 잊고 현재에 충실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뀐다. 에디와 꿈같은 일주일을 보낸 이후,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다고 느낀 것도 잠시. 난 네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해. 넌 어떤 남자를 만나서, 일주일 동안 같이 지냈어. 그다음에 그 사람은 휴가를 갔고 다시는 너에게 전화하지 않았어. 그게 현실이야. 휴가를 간다는 남자는 애타게 연락을 기다리는 여자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는 왜 전화하지 않을까? 


내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발신 제한 번호였다. 에디가 안 좋은 일을 당했을 거라는 나쁜 생각은 끊임없이 사라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에디는 사라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사라의 연락을 받지도 않았다.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 발신 제한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몇 번이고 반복되었지만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착한 수상한 문자들. 에디에게서 떨어져, 문자 내용이 그랬다. 마침표도 없고, 인사도 없고, 주어도 없다. 그냥 떨어져. 어렵게 연락이 닿은 에디의 친구를 찾아가 혹시 근황을 알 수 있을까 했더니, 상대방에게서 돌아온 말. 당신은 그를 찾고 싶지 않을 겁니다. 내 말을 믿어요. 에디 데이비스를 찾아서 당신에게 좋을 일이 없어요. 에디는 왜 사라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일까? 그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지 않을까? 


에디,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아나요? 내가 왜 다시는 영국으로 돌아가서 살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 절절한 사랑의 고백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돌아온 게 차디찬 무반응이라면 누구나 사라처럼 행동하지 않을까. 사람을 구름 위까지 끌어 올렸다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내리꽂는 것. 사람의 마음을 가장 행복하게 하기도, 가장 아프게 만들기도 하는 그것. 사라와 에디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지만, 19년 전부터 시작된 악연은 현재의 둘을 방해한다. 서로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비밀들. 19년 전의 아픔. 당신은 혹시 그 사람일까 봐 내가 두려워하는 바로 그 사람인가요? 


미스터리 로맨스라는 장르는 처음이었지만 정말 말 그대로 로맨스에 약간의 미스터리가 더해진 거라 금세 익숙해졌다. 하지만 모든 미스터리가 그렇듯, 베일에 감춰져 비밀스럽게 다뤄지는 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면 그 다음부터 등장인물들의 반응을 내가 납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재미도와 몰입도가 바뀐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의 도입부는 무척 신선하다고 여겼지만, 그 사건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하거나 납득할 수 없어서 많이 실망했다.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에서 집중하며 읽어야 하는 부분은 바로 19년 전 사건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졌고, 과거의 악연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도 눈치 빠른 독자들은 금세 알게 될 테니까. 그런데 나는 읽는 내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 속 등장인물들은 꼭 사라가 가해자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가해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사라의 동생, 한나. 그 바보 같은 차를 타겠다고 말한 것도 한나였고,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사라에게 돌린 것도 한나였으니. 


사라를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 보면, 누구나 사랑 앞에서는 바보가 된다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동생을 사랑하고, 에디를 사랑하는 사라의 마음, 그리고 자신들의 앞에 닥친 난관들을 극복해나가는 게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면 그나마 좀 이해가 된다. 누구나 진정한 사랑을 꿈꾸듯, 그 많은 역경을 딛고 일생일대의 사랑을 놓치지 않은 사라와 에디가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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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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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밤에 일어난 일은 내 잘못이다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전부 그들 잘못이다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지 겨우 2달이 되었을 때였다밤낮이 바뀌고생활 패턴이 바뀌고몸과 머리가 예전 같지 않아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지고경제적이고도 현실적인 문제들이 들이닥치고아이는 밤낮없이 울어대는 그 때뉴욕 맘카페 ‘5월맘에서 활동하던 엄마들은 정말 오랜만에 삶을 즐기기로 한다. ‘아이 없이’ 말이다. 5월맘에서 제일 활동을 열심히 하던 프랜시콜레트넬은 아이를 혼자 두고 갈 수 없다며 여러 차례 거절한 위니마저 설득해 술집으로 데려간다그리고 그 같은 시각위니의 집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 마이더스가 없어졌다고만 했어요요람을 봤더니 없다고.

 

후회할 일은 없을 거예요딱 한잔하는 건데 뭘. 베이비시터가 잠든 사이에엄마들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누군가는 위니의 집으로 슬쩍 들어와 요람에 있었던 마이더스를 데려갔다뉴욕 한복판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위니가 싱글맘이자 과거에 배우이자 하이틴 스타로 유명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매체는 온갖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냈고미국 전역은 슬픔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마이더스가 사라지던 날 위니와 함께했던 프랜시콜레트와 넬은 죄책감을 느끼고 납치범을 찾아 나선다과정 속에서 그날 밤 위니가 엄마들과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여론은 순식간에 뒤집혀 위니와 엄마들을 나쁜 엄마로 매도한다그리고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는엄마들이 그토록 감추려고 애써왔던 말 못할 진실. 마이더스가 실종되고그래서 내가 모든 걸 잃어버린 건 그들 때문이다.

 

<퍼펙트 마더>는 사회가 바라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모성애를 극단적으로 그려냈다사람들의 눈에는 완벽 그 자체로만 보였던 그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뻔한 이야기이고 결말 자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작가는 그 대상을 엄마로 정하면서 공포를 더했다이건 진정한 공포 스릴러 소설이다다른 누구라도 동일하겠지만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영원히 남는다보통 엄마들은 틀림없이 매일 아이 걱정을 하겠지만납치범은 위니와 그 주변 엄마들로 하여금 납치의 위험까지 걱정하도록 만들었다위니의 공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그것이 <퍼펙트 마더>를 진정한 공포 스릴러 소설로 만든 요소다.

 

(아마도작가가 원했던바 그대로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자꾸만 생각을 바꾸고 결국엔 범인을 추리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난 <퍼펙트 마더>에 완벽히 속았다고 볼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진짜 범인-다 읽고 나서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프롤로그와 1장을 자세히 읽으면 금방 범인을 잡을 수 있다나처럼 너무 곧이곧대로작가가 의도한 것 그대로 읽는다면 범인은 21장에서나 잡을 수 있을 거고-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충격은 너무나도 컸다프랜시콜레트 그리고 넬이 느꼈을 법한 배신감마저 느꼈다상대는 벌을 달게 받아야 마땅하다그런데 벌을 받음에도 여전히 씁쓸한 것은위니의 공포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이미 안다는 것과, <퍼펙트 마더속의 사회가 위니를 나쁜 엄마이자 용의자로 지목했을 때 나 역시 그를 의심하고 마음속으로 몰아갔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위니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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