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와 빈센트 (반양장)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제법 날씨가 선선해져서 여름은 끝이 났다는 걸 체감하는 요즘, 다가오는 계절 가을 하면 떠오르는 시, 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시인 윤동주를 생각하며 두 천재들의 만남, <동주와 빈센트>를 꺼내들었다. (참, 고흐는 성이고 빈센트는 이름이지. ‘동주’ 하니까 친숙해서 좋다.)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온 시 한 구절. 추억처럼 서 있었던 그 사나이. 그 사나이가 나에겐 동주가 될까, 빈센트가 될까? 사나이‘들’이 아니라는 게 참 아쉽다.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부끄럽지만 시인 윤동주의 시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이 윤동주의 시와 딱 들어맞는 게 신기할 정도로 가짓수가 다양하게 많다는 것도 몰랐다. 익숙한 시보다, 익숙한 그림보다 훨씬 더 자주 마주치게 된 익숙하지 않은 시와 그림들. 하지만 새로운 것에서는 신비로움을, 익숙한 것에서는 편안함을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읽어나갔다. 이렇게 느릿느릿 읽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음 장에는 또 어떤 시와 그림이 나를 반겨주고 있을까, 기대하면서.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별 헤는 밤>의 윤동주, <별이 빛나는 밤>의 빈센트 반 고흐. 별로 유명한 두 사람이지만 <별 헤는 밤>의 배경이 가을이라는 것도, <별이 빛나는 밤>이 윤동주의 시와 끝내주게 잘 어울린다는 것도 모두 <동주와 빈센트>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잠시 새벽감성을 느낀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이토록 별을 애타게 부르면서 가을 밤하늘을 올려다봤을 윤동주처럼, 별 빛나는 아름다운 밤을 그리기 위해서 몇 번이고 별을 바라봤을 빈센트 반 고흐처럼 하늘을 보았다. 슬프게도 별은 보이지 않는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한 천재 시인 윤동주의 <서시> 일부분이다. 읽을 때마다 울컥하게 되는, 참 특별한 시. 빈센트의 그림도 좋아하고 윤동주의 시도 좋아하지만, 이번에 읽을 때에는 윤동주의 시에 더 많이 끌렸다. 조국을 사랑했고 모든 죽어가는 것을 진심으로 사랑한, 정말로 사랑할 줄 알았던 소중한 사람. 스물아홉, 정말 짧은 삶을 살았지만 누구보다도 매사에 온 마음 다해 살 줄 알았던 사람. 그의 시가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참, 시와 끝내주게 잘 어우러진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도 감사한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느끼는 감동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