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7월 4일 밤에 일어난 일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전부 그들 잘못이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지 겨우 2달이 되었을 때였다. 밤낮이 바뀌고, 생활 패턴이 바뀌고, 몸과 머리가 예전 같지 않아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지고, 경제적이고도 현실적인 문제들이 들이닥치고, 아이는 밤낮없이 울어대는 그 때. 뉴욕 맘카페 ‘5월맘’에서 활동하던 엄마들은 정말 오랜만에 삶을 즐기기로 한다. ‘아이 없이’ 말이다. 5월맘에서 제일 활동을 열심히 하던 프랜시, 콜레트, 넬은 아이를 혼자 두고 갈 수 없다며 여러 차례 거절한 위니마저 설득해 술집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 같은 시각, 위니의 집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 마이더스가 없어졌다고만 했어요. 요람을 봤더니 없다고.
후회할 일은 없을 거예요. 딱 한잔하는 건데 뭘. 베이비시터가 잠든 사이에, 엄마들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누군가는 위니의 집으로 슬쩍 들어와 요람에 있었던 마이더스를 데려갔다. 뉴욕 한복판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 위니가 싱글맘이자 과거에 배우이자 하이틴 스타로 유명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매체는 온갖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냈고, 미국 전역은 슬픔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마이더스가 사라지던 날 위니와 함께했던 프랜시, 콜레트와 넬은 죄책감을 느끼고 납치범을 찾아 나선다. 과정 속에서 그날 밤 위니가 엄마들과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여론은 순식간에 뒤집혀 위니와 엄마들을 나쁜 엄마로 매도한다. 그리고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는, 엄마들이 그토록 감추려고 애써왔던 말 못할 ‘진실’들. 마이더스가 실종되고, 그래서 내가 모든 걸 잃어버린 건 그들 때문이다.
<퍼펙트 마더>는 사회가 바라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모성애’를 극단적으로 그려냈다. 사람들의 눈에는 완벽 그 자체로만 보였던 그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뻔한 이야기이고 결말 자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작가는 그 대상을 ‘엄마’로 정하면서 공포를 더했다. 이건 진정한 공포 스릴러 소설이다. 다른 누구라도 동일하겠지만,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영원히 남는다. 보통 엄마들은 틀림없이 매일 아이 걱정을 하겠지만, 납치범은 위니와 그 주변 엄마들로 하여금 ‘납치’의 위험까지 걱정하도록 만들었다. 위니의 ‘공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 그것이 <퍼펙트 마더>를 진정한 공포 스릴러 소설로 만든 요소다.
(아마도) 작가가 원했던바 그대로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자꾸만 생각을 바꾸고 결국엔 범인을 추리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난 <퍼펙트 마더>에 완벽히 속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범인-다 읽고 나서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프롤로그와 1장을 자세히 읽으면 금방 범인을 잡을 수 있다. 나처럼 너무 곧이곧대로, 작가가 의도한 것 그대로 읽는다면 범인은 21장에서나 잡을 수 있을 거고-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충격은 너무나도 컸다. 프랜시, 콜레트 그리고 넬이 느꼈을 법한 배신감마저 느꼈다. 상대는 벌을 달게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벌을 받음에도 여전히 씁쓸한 것은, 위니의 공포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이미 안다는 것과, <퍼펙트 마더> 속의 사회가 위니를 ‘나쁜 엄마’이자 ‘용의자’로 지목했을 때 나 역시 그를 의심하고 마음속으로 몰아갔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위니,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