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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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싶어요. 나이 마흔, 딱 연애하기 좋을 나이지! 캘리포니아에서 비영리단체를 이끌고 있는 사라는 늘 그랬듯이 휴가를 맞아 부모님이 계신 영국을 방문한다. 영국 태생이지만 좋지 않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 달갑지 않았던 방문. 하지만 영국은 사라가 그곳에서 에디를 만나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과거를 잠시 잊고 현재에 충실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뀐다. 에디와 꿈같은 일주일을 보낸 이후,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다고 느낀 것도 잠시. 난 네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해. 넌 어떤 남자를 만나서, 일주일 동안 같이 지냈어. 그다음에 그 사람은 휴가를 갔고 다시는 너에게 전화하지 않았어. 그게 현실이야. 휴가를 간다는 남자는 애타게 연락을 기다리는 여자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는 왜 전화하지 않을까? 


내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발신 제한 번호였다. 에디가 안 좋은 일을 당했을 거라는 나쁜 생각은 끊임없이 사라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에디는 사라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사라의 연락을 받지도 않았다.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 발신 제한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몇 번이고 반복되었지만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착한 수상한 문자들. 에디에게서 떨어져, 문자 내용이 그랬다. 마침표도 없고, 인사도 없고, 주어도 없다. 그냥 떨어져. 어렵게 연락이 닿은 에디의 친구를 찾아가 혹시 근황을 알 수 있을까 했더니, 상대방에게서 돌아온 말. 당신은 그를 찾고 싶지 않을 겁니다. 내 말을 믿어요. 에디 데이비스를 찾아서 당신에게 좋을 일이 없어요. 에디는 왜 사라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일까? 그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지 않을까? 


에디,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아나요? 내가 왜 다시는 영국으로 돌아가서 살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 절절한 사랑의 고백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돌아온 게 차디찬 무반응이라면 누구나 사라처럼 행동하지 않을까. 사람을 구름 위까지 끌어 올렸다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내리꽂는 것. 사람의 마음을 가장 행복하게 하기도, 가장 아프게 만들기도 하는 그것. 사라와 에디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지만, 19년 전부터 시작된 악연은 현재의 둘을 방해한다. 서로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비밀들. 19년 전의 아픔. 당신은 혹시 그 사람일까 봐 내가 두려워하는 바로 그 사람인가요? 


미스터리 로맨스라는 장르는 처음이었지만 정말 말 그대로 로맨스에 약간의 미스터리가 더해진 거라 금세 익숙해졌다. 하지만 모든 미스터리가 그렇듯, 베일에 감춰져 비밀스럽게 다뤄지는 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면 그 다음부터 등장인물들의 반응을 내가 납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재미도와 몰입도가 바뀐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의 도입부는 무척 신선하다고 여겼지만, 그 사건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하거나 납득할 수 없어서 많이 실망했다.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에서 집중하며 읽어야 하는 부분은 바로 19년 전 사건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졌고, 과거의 악연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도 눈치 빠른 독자들은 금세 알게 될 테니까. 그런데 나는 읽는 내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 속 등장인물들은 꼭 사라가 가해자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가해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사라의 동생, 한나. 그 바보 같은 차를 타겠다고 말한 것도 한나였고,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사라에게 돌린 것도 한나였으니. 


사라를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 보면, 누구나 사랑 앞에서는 바보가 된다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동생을 사랑하고, 에디를 사랑하는 사라의 마음, 그리고 자신들의 앞에 닥친 난관들을 극복해나가는 게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면 그나마 좀 이해가 된다. 누구나 진정한 사랑을 꿈꾸듯, 그 많은 역경을 딛고 일생일대의 사랑을 놓치지 않은 사라와 에디가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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