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관계 1
얏꽁 글.그림 / 경향BP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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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림이면 그림, 글이면 글 이렇게 명쾌하게 나누어져 있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만화책을 손에 들지 않은 지도 정말 오래되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 오래 있게 되면서 책으로나마 봄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동안 많이 접해온 시나 소설보다는, 만화로. 마침 계절 ‘봄’을 연상시키는 따뜻한 그림체가 눈에 들었다. 제목에서부터 봄의 설렘이 느껴지는, <이상적인 관계>를 그렇게 읽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리 훌륭한 작품은 아니었다. 내용 자체가 탄탄하지 않고, 등장 목적을 이해할 수 없는 인물도 여럿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까지도 나왔는데, 이 모든 것을 상쇄할 만큼 아주 큰 장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학생들이 좋아할 법한 그림체. 복잡한 관계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관계를 찾아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제삼자가 봤을 때 정답은 분명해 보였다. 다만 오랜 시간의 오해와 원한이 그 사이에 얽히고설켜 있었을 뿐. 


해피엔딩을 좋아하고 을 느끼고 싶었던 나에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다. 두 권의 시리즈이지만 잡은 자리에서 바로 끝내버린 <이상적인 관계>. 이상적인 관계가 됐든 뭐가 됐든 사람을 만나지 않아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에서, 네 명의 달콤 살벌한 이야기는 심심함을 달래주기 충분했다. 가장 바람직한 나날을, 이상적인 외출을, 평범한 하루하루를 얼른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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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의 위로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정유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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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하다. 나는 이 사실을 꽤 오래전에 깨달았다. 어린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이들의 순수함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종종 있다. 예쁜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맑은 눈을 바라보고 있자면 어디서 그런 예쁜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게 되더라. 그럴 때마다 하나같이 그 아이들은 책 한 권을 가지고 나에게 왔다. 그림이 많이 그려진 동화책이었다. 새까맣고 탁해진 내 눈과 마음이 파스텔 톤으로 반짝반짝 빛나게 바뀐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설명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 그대로 마음에 초록 새싹이 퐁퐁 자라나고 허허벌판에 생명이 자라는 느낌. 아, 봄이 오는 느낌이다. 


<다람쥐의 위로>, 나는 이 책을 동화라고 기억할 것이다. 마을에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날 때 다람쥐는 늘 그 중심이다. 누군가를 위로해주기도, 누군가로부터 깨달음을 얻기도, 또 누군가와 함께 웃고 울기도 한다.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이 책은 정말 봄을 부르는 책이라는 걸 깨달았다. 잔잔한 위로를 마음에 선물해주는 책, <다람쥐의 위로>. 동화를 통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라 처음에는 유치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이건 정말, 어른을 위한 동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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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회화의 결정적 단어들 영어의 결정적 시리즈
서영조 지음 / 사람in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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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관련 책들이 넘치도록 출판되는 요즘, 참 반가운 책 한 권을 발견했다. 회화에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을 모은 <영어 회화의 결정적 단어들>이 바로 그것이다. 난 무엇이든 실생활에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면 빨리 적응한다. 그것이 언어든, 새로운 습관이든, 뭐든지 간에. 안타깝게도 나에게 영어를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사람 대다수는 점수를 올리는 데에만 급급했다.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은 현지인 뺨치도록 잘하겠지만,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당신은 어떤가.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는 일은 없었나?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참 신기하게도 단어를 보는 순간, 어떤 한 기억이 확 되살아나더라. 경험상 말하는데, 실제로 <영어 회화의 결정적 단어들>에 등장하는 단어 대부분은 내가 그곳에서 살면서 경험을 통해 서서히 흡수한 것들이었다. 회화는 소통이 중요하다. 회화를 잘하고 못하고는, 어떤 언어를 잘하고 더 잘하고 판가름하는 것은 단어의 수준이다. 늘 사용하는 단어들을 반복해서 쓰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우리, 회화에 결정적인 단어들을 통해 실력을 향상하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날마다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도 참 많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접하게 된 책 중 하나가 바로 <영어 회화의 결정적 단어들>이었다. 장담하는데, 이 책과 함께라면 코로나가 잠잠해질 무렵엔 부쩍 성장한 영어 회화 실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 회화는 이 책으로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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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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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따뜻한 날 중 맞이한 쓸쓸하고도 차가웠던 날들을 가리켜 여름의 겨울이라 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소녀에겐 겨울의 여름만 간간이 존재했을 뿐, 여름의 겨울은 존재하지 않았다. 폭력적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두려워하며 자식들을 지켜줄 힘조차 없는 아메바 같은 어머니 밑에서 자라온 열 살 소녀. 소녀는 자신이라도 네 살 어린 동생 질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나는 질을 사랑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순수한 사랑이었다. 아무것도 돌려받고자 하지 않는 사랑. 파괴될 수 없는 사랑. 그 누구보다도 돈독했던 남매의 사이는 그 사건 이후로 완전히 틀어져 버리고 만다. 하이에나가 나타난 것이다. 


눈앞에서 목격한 폭발, 죽음, 그리고 하이에나의 웃음소리. 소녀와 질은 그 이후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가 죽었는데, 그 누구도 사고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시하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여섯 살 꼬마 질, 밝은 웃음이 매력적이었던 어린아이는 그날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짐승이 이제 질 안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불길하고도 불안한 존재는 자기 자신을 상실해버린 어린 동생에게 접근했고, 하이에나는, 짐승은 질을 지배했다. 그리고 소녀가 알았던 어린 동생은 그렇게 사라졌다. 


바로 그때, 그것이 깨어났다. 이제 끝났다. 나는 먹잇감이 아니었다. 포식자도 아니었다. 나는 나였고, 파괴될 수 없었다. 동생의 웃음만이 삶의 이유였던 이름도 모를 소녀를 각성시킨 악마, 하이에나. 먹잇감이 되거나 포식자가 되어야만 하는 소녀의 세계에서, 아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폭력적인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했던 소녀에게 대견하다고, 수고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꼭 안아줄 것이다. 부모에게 받지 못한 애정, 사랑, 그리고 관심을 듬뿍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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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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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사랑이 다시 찾아왔다!’를 보자마자, 누구나 그랬겠지만, <미 비포 유>를 떠올렸다. ‘그가 이별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사랑에 빠졌다’는 말이 새겨진 표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나는 루이자 클라크와 윌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사랑하고, 저자 조조 모예스를 사랑했다. (클라크와 트레이너를 향한 사랑은 아직도 유효하나, 조조 모예스는 아니다. <미 비포 유>는 내 최고의 선택이었고, <애프터 유>는 가장 실망스러운 선택이었으니까!) 아무튼 이 엄청난 우연을 작가가 노린 것인지, 아니면 출판사 편집부(혹은 마케팅부)의 작전인 것인지가 읽기 전부터 무척 궁금했다. (마시멜로 출판사 담당자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워낙 유명한 <미 비포 유>를 떠올리도록 하는 게 신간 <유 미 에브리싱>에게 득일지는 읽어봐야 알 수 있어서, 곧장 읽기 시작했다. 


<유 미 에브리싱>의 애덤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욱했다. 여자 친구인 제스가 아이를 낳는 날 갑자기 잠수를 타질 않나, 하루 지나고 립스틱 자국을 묻힌 채 술 냄새 풍기면서 들어오질 않나. 누가 봐도 바람의 증거였지만 애덤은 부인할 뿐 그 시간에 무얼 했는지 밝히지 않는다. 이 일은 제스와 애덤이 갈라서는 데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제스는 아들 윌리엄과 영국에, 애덤은 프랑스로 떠난다. 그렇게 다시는 애덤을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다시 애덤이 등장한다. 제스와 윌리엄의 삶에. 


불치병을 앓으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엄마의 소원이라면 못 들어줄 것도 없다. 윌리엄에게는 아빠가 필요하다며, 둘 사이의 개선을 위해 제스는 결국 등 떠밀려 프랑스로 향한다. 전남친이자 아이의 아빠인 애덤을 만나러. 아빠가 처음이라 서투른 부분이 많아 윌리엄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시간을 보내면서 둘의 사이는 점점 더 돈독해진다. 제스의 엄마가 바랐던 대로. 그 사이 애덤은 제스와 윌리엄에게 마음을 열어가는데, 이상하게도 제스는 애덤을 사랑하는 듯하면서도 선을 긋는다. 윌리엄과 애덤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제스. 과연 두 사람은 10년 전의 오해를 풀고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미 비포 유>에 비해선 훨씬 희망적인 엔딩이었지만, 명작인 책과 비교하면서 읽다 보니 약간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었다고는 하기 힘들겠다. 가볍게 읽기 좋았던 <유 미 에브리싱>. 새로운 질병에 대한 관련 지식을 알게 되어 만족스러웠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유 미 에브리싱>. 오해를 풀지 못하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안타까운 만큼, 제스와 애덤, 그리고 윌리엄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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