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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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따뜻한 날 중 맞이한 쓸쓸하고도 차가웠던 날들을 가리켜 여름의 겨울이라 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소녀에겐 겨울의 여름만 간간이 존재했을 뿐, 여름의 겨울은 존재하지 않았다. 폭력적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두려워하며 자식들을 지켜줄 힘조차 없는 아메바 같은 어머니 밑에서 자라온 열 살 소녀. 소녀는 자신이라도 네 살 어린 동생 질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나는 질을 사랑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순수한 사랑이었다. 아무것도 돌려받고자 하지 않는 사랑. 파괴될 수 없는 사랑. 그 누구보다도 돈독했던 남매의 사이는 그 사건 이후로 완전히 틀어져 버리고 만다. 하이에나가 나타난 것이다. 


눈앞에서 목격한 폭발, 죽음, 그리고 하이에나의 웃음소리. 소녀와 질은 그 이후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가 죽었는데, 그 누구도 사고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시하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여섯 살 꼬마 질, 밝은 웃음이 매력적이었던 어린아이는 그날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짐승이 이제 질 안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불길하고도 불안한 존재는 자기 자신을 상실해버린 어린 동생에게 접근했고, 하이에나는, 짐승은 질을 지배했다. 그리고 소녀가 알았던 어린 동생은 그렇게 사라졌다. 


바로 그때, 그것이 깨어났다. 이제 끝났다. 나는 먹잇감이 아니었다. 포식자도 아니었다. 나는 나였고, 파괴될 수 없었다. 동생의 웃음만이 삶의 이유였던 이름도 모를 소녀를 각성시킨 악마, 하이에나. 먹잇감이 되거나 포식자가 되어야만 하는 소녀의 세계에서, 아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폭력적인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했던 소녀에게 대견하다고, 수고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꼭 안아줄 것이다. 부모에게 받지 못한 애정, 사랑, 그리고 관심을 듬뿍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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