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비교하고, 확인하고, 다시 검토하고, 철저하게 탐구한다. 그런데 이제 볼 수 있는 건 다 봤다. 끝났다. 시몽 랭브르의 뇌는 파괴되어 가는 중이다. 그의 뇌는 피에 잠겨 있다.”
열아홉 살의 소년이 있었다. 수줍음이 많지만 그 누구보다 서핑을 즐기는 아름다운 소년. 그 날도, 사고가 일어났던 그 당일에도 소년은 친구들과 함께 서핑하기 좋은 파도를 찾아 해가 뜨기도 전부터 해안가에 있었다. 추운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맘껏 파도를 즐겼던 소년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게 된다. 고작 열아홉.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여태껏 살아온 날보다 훨씬 더 많고, 서핑하기 좋은 파도를 찾아, 장소를 찾아 여행가길 꿈꾸었던 열아홉 살의 소년은 그렇게 삶과 죽음의 아찔한 기로 사이에 놓이게 되었다.
“그로서는 그 젊은이의 얼굴과 죽음이 아무래도 연결되지가 않는다. 목구멍이 죄여 든다. 그가 죽음을 이웃하며 오간 지가 이제 거의 30년이 되었음에도, 그가 이 분야에서 구른 지가 이제 거의 30년임에도.”
뇌사 판정을 내리는 것, 사망 판정을 내리는 것(병원의 기기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은 그 누구에게나 힘든 일일 터.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장기 기증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으로, 24시간동안 벌어진 일들을 서술해냈다. “훼손된 곳도 없고 피를 흘리지도 않고 미동은 없지만 건장한 게, 휴식을 취하는 젊은 육체와 흡사하고, 잠자는 듯하고 살아 있는 듯” 하기만 한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부모와, 또 함께 논의되는 장기 기증. 부부는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한다. 시몽 랭브르의 심장, 신장, 폐, 간을 적출하기로.
‘만약 내 가족의 이야기였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그리고 만약 이 이야기가 내 이야기였다면, 내 삶이었다면, 나는 과연 어떠한 길을 택했을까. 아마 그 누구도 쉽게 내리지 못할 결정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또 장기 기증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24시간, 단 하루 동안 시몽 랭브르와 관련돼 일어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훌륭하게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서술했고, 긴장감까지 놓치지 않았다. 읽는 내내 100% 몰입한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장기 기증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도, 그들의 결정에 태클을 걸지도 않았지만, 장기 기증에 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젊은 열아홉 살 소년 시몽 랭브르가 문득 떠오르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