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 책의 제목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밤의 세계의 위엄에 읽는 내내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새까만 바탕에 금빛으로 빛나는 표지며 제목은 책 자체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래, 아마 ‘기묘하다’는 단어로밖엔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영어 학원에서 만난 동료들과 교토에서 열린 구라마 진화제에 갔다가 하세가와가 실종된 이후 무려 1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다시금 진화제에 참여하게 된 나. 다시 만난 그들은 그 동안 겪었던 기묘하고도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하나씩 풀게 된다.
집을 나간 아내를 찾으러 가게 된 폐가 같은 집에서 아내와 똑 닮은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우연히 만난 그 집의 주인은 집 안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며 이상하게도 아내의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또 한 사람은 직장 동료와 그의 여자친구, 그녀의 여동생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그들 중 두 명의 죽음을 예언한 한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다른 사람은 불타는 집 안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자기 자신과, 옛날 같은 마을에 살았던 옛 친구가 어린 시절 모습 그대로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한 사람은 여고생을 만나기도.
모두 다 다른 이야기, 제각각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모든 소설 자체에서 유일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등장하는 화자들이 모두 다 기시다 미치오라는 화가의 <야행>이라는 그림을 보고 제각각 다른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내를 보기도, 함께 여행을 간 동료의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기도 한 그들.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면, <야행>을 보고 기묘하거나 섬뜩한 느낌을 받았고, 또 동시에 그들이 닮았다고 생각한 여성들에게서부터도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헷갈리는 책’을 읽게 됐다. 화자들이 바뀌고, <야행>의 그림이 계속 나오지만 다른 관점으로 비추어질 때마다 어느 쪽으로 이해를 해야 할까, 계속해서 그냥 무작정 읽어 나가야 할까 고민하게 됐다. 맨 마지막에 모든 것이 밝혀지는 순간까지도 나는 사실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망설였다. 내 존재 자체가, 내가 여태까지 읽었던 책들과는 차원이 다른, 곧 주인공과 내가 과거에 존재하는지, 현재에 존재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었고, 다 읽은 다음에 곧바로 한 번 더 읽기 시작했다.
기묘함을 입히며 동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화자들이 계속 바뀌는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된다. 한 작가의 <야행>이라는 그림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 그리고 화자가 바뀌면서 [야행] 특유의 섬뜩함과 기묘함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고 느낀다. 무더운 여름, 당신이 <야행> 속에서 만나게 될 그 여자는 누구일지 상상해보면서 읽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