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버지가 히브리어와 라틴어를 공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라틴어는 남들보다는 그래도 조금 더 친숙하고도 재미있는 글자로 기억되었다. 발가락으로 쓴 것 마냥 꼬부라지는 글자들이 너무나 신기했고, 발음은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소리가 나서 외계인의 언어가 아닐까 하고 진지하게 나름 고민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문득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라틴어에 대해 새삼 새롭게 깨닫게 되는 점이 많았다. 유럽에서 쓰는 언어 대부분의 어원을 깊이 들여다보면 라틴어가 있었고, 영어를 사용하다 보면 라틴어에서 파생된 단어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한국어의 대부분이 한자어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영어와 라틴어 또한, 또 많은 언어들이 라틴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라틴어 수업]은 내가 그간 읽어왔던 책과는 느낌이 달랐다. 5년간 수많은 청강생들을 매혹시킨 명강의라는 표현이 저절로 이해됐다. 그간 인문학 열풍이 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기본적인 ‘언어’를 다루지 않았다는 게 이제야 의아할 정도로 언어는 인간의 모든 생활양식과 행동에 깊숙이 연관돼 있었다. 라틴어 하나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역사, 생활, 인문, 사회 등 많은 부분을 고루 언급하며 대한민국 현재 상황과 비교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든 요즘,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며 생각의 사고의 폭을 넓힌다. 라틴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말이다.
라틴어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다름 아닌 ‘내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성찰이라고 작가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