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의견이 분분한 작품들이 있다면, 아마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일 것이다. 현대 미술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 ‘이게 미술이야?’하는 시각도 존재하는 프랑스의 예술가 마르셀 뒤샹의 작품 중 하나인 <레디메이드(Ready-made)>를 내가 처음 보았을 때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내 뇌리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다. 변기를 작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미(美)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다’는 말과 동시에, 미술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무척 당황스러운 작품이었으니까.
그렇게 나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현대미술을 전보다는 더 자주, 근처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언제까지 색안경을 쓰고 작품들을 바라볼까 하는 마음에 나의 편견을 깨고자 집어 들게 된 [한 권으로 읽는 현대미술]. 예술가들의 사진, 그림, 동영상, 조각 같은 대표 예술품들을 선별해서 수록하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코멘트까지 달아주어 언뜻 보면 이해할 수 없고 심오하기만 할 것 같은 예술 세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한 권으로 읽는 현대미술]에 등장한 예술가들의 작품들과 그들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바로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작품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모두 다 제각각이고 의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바라보았을 때에는 ‘아, 이런 것도 예술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는 것이다.
모네나 고흐 같은 화가들의 작품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같은 음악가들의 연주 등,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제한적인 영역들만 예술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현대미술 작품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때문에 호불호로 나뉘고, 예술로 인정해야 하느냐의 문제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
또 예술가들에 대한 부러운 부분이 있다면, 자유롭다는 점이다. 자신의 작품을 사진으로도 찍지 못하도록, 복제에 대한 비타협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는, 티노 세갈(Tino Sehgal)과도 같은 생각을 가진 예술가가 있는가 하면, 복제품들이 인쇄돼 ‘미국에서 일반인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토마스 킨케이드(Thomas Kinkade) 같은 예술가도 존재하니까 말이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함부로 선을 그을 수는 없겠지만, 무엇 하나에 얽매이지 않는 그들의 자유로움이, 그들의 사상이 참 부럽게 느껴지는 순간들을 [한 권으로 읽는 현대미술]을 통해 맛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낯설어서, 무엇인지 이해를 도통 할 수가 없어서 멀리하는 경향이 있던 현대미술이었지만, 예술에는 정답이 없는 것처럼, 보는 사람이 느끼는 대로 작품은 그렇게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살아 숨 쉬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현대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의 틀을 완전히 깰 수 있도록 도운 고마운 책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