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 -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제자에게 듣는 교양 물리학 수업
다카미즈 유이치 지음, 김정환 옮김, 김범준 감수 / 북라이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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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뿐 아니라 픽션)의 흔한 소재. 어린 시절 한 번쯤은 해봤을 상상.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시간은 무엇일까? 제목을 읽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책을 잘못 골랐구나,였다.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처음부터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난감했다. 그저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제자가 썼다는 말에 혹 해서 읽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후회가 몰려왔다. 왜 고대의 철학자들 대부분이 수학자와 과학자였는지 저절로 알게 될 것 같은 깊이였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렇게 읽기 시작한 <시간은 되돌릴 수 있을까>를 통해 우주를 동경하는 멋진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땡스 투 과거의 나. 


방정식은 자연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인류가 획득한 최고의 방법이다. 그런 방정식이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시간이 역행할 가능성도 조금은 현실성 있어 보이지 않는가? 처음으로 지각하게 된 사실. 방정식은 사실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지 않는다! 책에 나온 제법 복잡해 보이는 공식의 분수에서 양수와 양수는 양수, 음수와 음수의 조합은 여전히 양수이기 때문이다. 방정식만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구분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전달하며 시간 역행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이 왠지 모르게 들뜬 것 같아서 나도 함께 들떴다. 뭐야 뭐야! 과학자들 타임머신 만들 수 있는 거야 뭐야! 


양자역학에는 불확정성 원리가 있고, 시간과 무엇인가가 종종 불확정성 관계에 있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값을 갖는지가 어떤 범위 속에서 요동친다는 것이다. 만약 시간이 플러스 값과 마이너스 값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다면 시간의 화살을 따라서 플러스 방향으로만 나아가던 시간이 우연한 계기로 요동을 쳐 마이너스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시간의 화살 진행 방향이 반대가 되는 것이다! 검은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니라… 아득해지는 정신을 겨우겨우 붙잡고 읽어 내려간 양자역학에서 발견한 두 번째 사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를 시간과 연관 짓는다면 ‘우연한 계기’가 시간의 역행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동쪽을 향해 직진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서쪽을 향해 직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왜냐! 시간의 역행은 일어날 수 없다. 그러나 소립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살피는 양자 세계에서는 시간이 역행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이 ‘우연한 계기’를 어떻게 만들지냐가 관건이겠으나, 이론상 가능하다는 것 자체만으로 (어른인) 과학자를 어린아이와 같이 기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우주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대단한 우주가 아니다.” 우리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고, 자연은 우리에게 사랑받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스승인 스티븐 호킹이 남겼다는 말을 곱씹으며 책을 마무리하는 호킹 교수의 마지막 제자, 다카미즈 유이치. 물론 과학은 100% 완벽하게 우주의 기원과 시간의 시작을 설명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창조주’의 존재를 애써 지워내기 위해 이 책을 빼곡히 수놓은 언어들과 공식들이 탄생했는지도. 진화론이 아닌 창조론을 믿는 독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책은 오히려 창조론을 확신하도록 만들었다. 마치 아인슈타인이 우주에 시작이 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삽입한 우주항이 결과적으로 우주의 시작 원동력이라 생각되는 제2의 인플레이션을 발견하는 데 일조를 한 것처럼. 창조론을 믿든 진화론을 믿든, 우주는 경이롭고 신비함은 분명하다. 그 사실을 물리학에 기초하여 느껴보고 싶다면, 부디 겁내지 말고 시도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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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수학책 -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시간
수전 다고스티노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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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문에도 나와 있지만, 수학은 사랑을 받거나 미움을 받거나 둘 중 하나다. 그리고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 이유를 꼭 뒤에 붙이곤 한다. 몇 학년 때까지는 수학을 좋아했지만, 어떠한 계기로 포기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다정한 수학책>의 저자 수전 다고스티노는 말한다. 수학을 향한 애증의 감정은 결국 내면에 길을 잃은 수학자가 있다는 뜻이며, 이 책이 빛을 밝히는 안내자의 역할을 할 것임을 말이다. 


모든 소재가 흥미로웠지만, 내가 몇 번이고 다시 읽고 또 읽은 부분은 내 최애 영화 <히든 피겨스>의 주인공 캐서린 존슨을 다룬 파트였다. 영화는 아무래도 스토리와 전개, 흐름에 집중하다 보니 과학적이나 수학적인 부분은 주인공의 천재성을 부각하는 것을 위주로 편집하느라 가볍게 훑고 간 반면, <다정한 수학책>은 그가 실제로 작용과 반작용 법칙을 고려하며 우주선을 안전히 돌아오게 하는 데 힘썼음을 보여주어서 인상적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수학을 배우지 않을 것 같은 학과를 나왔지만—나는 문과다—생각해보면 수학적인 사고는 언제나 나와 함께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질문하고 다른 방향이 없을까 고민하는 일상 등, 비판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순간은 우리에게 언제나 찾아온다. 그러한 순간에는 소설책이나 신문보다 <다정한 수학책> 한 권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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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심리학 상식 사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에밀리 롤스.톰 콜린스 지음, 이은경 옮김 / CRETA(크레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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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왜 저렇게 행동하지?’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필수적이고, 이때 크고 작은 마찰 역시 함께 발생한다. 지난 몇 달간 나를 괴롭게 한 것도 결국 사람과의 관계였는데, 이 일을 겪으면서 문득 상대방의 심리에 대해 궁금해졌다. 무엇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이끌었을까, 하는 것이 나의 주된 궁금증이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나름의 설명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심리학 상식 사전> 덕분에. 


심리학이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실 예전부터 내게 있어서 심리학에 대한 이미지는 독심술사에 가까웠다. 사람의 행동이나 말투, 성향 등을 분석하는 나름 체계적인 과학적 접근이 아닌, 자리에 딱 앉자마자 상대방 마음을 꿰뚫고 저의를 읽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상식 사전을 통해 심리학이 과학적이고 설명 가능한 이론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다. 사회심리학, 그중에서도 노먼 트리플릿의 사회적 촉진이 그것이다. 사회적 촉진은 다른 사람이 있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이 있다는 암시만 있어도 어떤 과제를 좀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 유독 집중이 잘 되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를 심리학이 설명해줬다. 간결하고 빠르게. 


심리학의 역사는 과학적으로 접근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이론 혹은 주장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해당 부분에 대한 비판을 바로 밑에 적어두어서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심리학 키워드를 잘 활용하여 관련된 사건 역시 수록했는데, 이 예시가 상당히 흥미로운 것들이 많아 관련 내용을 기억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쉰 개의 키워드로 되어 있어서 관심 있는 부분만 발췌해 읽기에도 아주 좋은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심리학 상식 사전>. 심리학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시작하기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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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지구에게 - 소중한 지구와의 공존을 위해 마음으로 전하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
달라이 라마 지음, 패트릭 맥도넬 그림, 정윤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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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이상기후 등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음을 매일 체감하는 요즘. 과학자들은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고, 이 이야기를 뒷받침하듯 전례없던 더위와 추위, 상승하는 해수면의 온도, 녹는 북극 얼음 등의 SF 영화나 책에서 봤음직한 모습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어 읽고 듣고 배울수록 미래에 대한 염려와 걱정만 커져 간다. 눈에 보이는 문제점, 하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불안감만 더해가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달라이 라마가 쓰고, 패트릭 맥도넬이 그린 아름다운 그림책 <친애하는 지구에게>를. 


연민과 자애, 그리고 이타심은 인간을 발전시키는 열쇠이면서 지구라는 거대한 행성의 생존을 위한 열쇠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진정한 변화는 오직 마음가짐의 변화로부터만 가능한 법이니까요.티베트 고원의 대나무 숲에 살던 대왕판다 돔트라는 보금자리를 잃고 인도 다람살라를 향해 먼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 있는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 위해서. 도움을 청하는 대왕판다 돔트라를 반갑게 맞이한 달라이 라마는 대왕판다 돔트라에게 현재 그가 처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준다. 저는 자비로운 혁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다른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먼저 자비를 베푸세요. 나 자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먼저 자비를 베푸세요. 그것이야말로 하나뿐인 지구를, 대왕판다 돔트라의 하나뿐인 대나무 숲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따뜻함이 몽글몽글 솟아나는 책이었다. 분명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희망과 사랑이 가득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는 딱딱했던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세상에 회의감이 들 때, 아무리 생각해도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숨 돌릴 찰나를 만들어 주는 그림책 <친애하는 지구에게>. 분노 대신 자비를, 이기심 대신 이타심을, 증오 대신 연민과 자애를 나누는 삶을 살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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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향한 대담한 도전
린디 엘킨스탠턴 지음, 김아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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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디 엘킨스탠턴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폭력과 학대로 군데군데 얼룩진 유아 청소년기, 여학생 수가 매우 적었던 80년대 공과대학 MIT에 진학한 뒤 자존감을 잃은 청년기를 겪었고, 첫 번째 결혼은 실패하기도 했다.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의 틀에 자신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안 린디는 극심한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고,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서 불합리한 일을 마주하며 공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린디를 과학, 특히 지질학 연구에서 떼어놓을 수 없었다. 지질학과 방대한 지질학적 시간, 행성의 성장 과정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취약성과 실패를 덜 위험한 것처럼, 그리고 결국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린디는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 남편 제임스와 아들 터너, 그리고 자신이 제시한 과학계의 협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굳건히 설 수 있었다. 


과학자로서 연구를 위한 표본 채취 목적으로 러시아에 방문했을 때 일 인분을 넉넉히 감당하는 과학자가 아닌 그저 도움을 주어야 하는 여성으로 인식되었던 경험, 비록 종신 교수직을 보장받지 못한 상태나 커리어를 걸고 성적으로 학대받은 학생들의 편에 서서 학교와 싸운 일, 그동안 학계에서 당연시되던 부조리에 이의를 제기하며 변화를 촉구했던 순간…. 윤리적인 의무와 법적 강제 때문에라도 내가 최종적인 핵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 점차 분명해졌다. 소설가 아나이스 닌은 인생은 나의 용기에 비례해서 넓어지거나 줄어든다고 했다. 나는 내 인생을 넓히는 중이라고 느꼈다. 자신의 인생을 넓혀가는 린디를 보며 뿌리가 깊이 박힌 나무 같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리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쳐도 쓰러지지 않는 나무. 자신이 몸담은, 어찌 보면 정말 폐쇄적인 학계를 더 좋은 쪽으로 이끌고자 하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결국 연구 분야의 모든 노력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상호 작용, 경쟁, 협력, 그리고 사람들이 반응하고 자기만의 결론을 형성하는 것까지가 포함된다. 이 멋진 과학자를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진정한 리더에 관한 것이었다. 자료 공유를 꺼리고 공동 연구도 원활하지 않은 과학계에서, 린디는 하나의 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된 분야 사람들과 여러 그룹을 결성해 연구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시베리아 범람현무암이 생성되던 분출 과정이 페름기 말기의 대멸종을 야기했다는 사실을 성공적으로 입증해 냈다. 또한 한 사람이 진두지휘하는 영웅 모델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큰 질문을 던져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방식을 개발하고 적용한 프시케 프로젝트를 이루면서 여러 사람의 상호 작용, 그리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린디 엘킨스탠턴의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을 다른 말로 정의하자면, <랩걸>의 우주 및 지질학자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편견과 차별이 없을 것으로 포장되는 미국에 백인 여성이 과학자로 또 개인으로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을 보며, 역시 이 지구에 완벽한 곳은 없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러나 책 초반의 배경보다는 결말이 훨씬 더 희망찼으므로, 아직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한 해를 이렇게 멋진 책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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