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새는 뭐 해?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28
마티외 라브와 지음, 문소산 옮김 / 북극곰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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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부터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천적 관계 아니, 여우가 새를 잡아먹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아이라면 소리를 지를지도 모르겠다. 갓 알에서 깨어난 아기 새의 천진난만함과 이를 주시하는 여우의 의도라는 대비되는 설정이 긴장을 고조시킨다. 문답의 형태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는 경쾌함과 리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 가지에 정신이 팔려버린 아이는 위험하다. 애벌레가 온 세상의 전부인 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아기 새는 더 위험하다. 하지만 그들 뒤에는 부모가, 어미 새가 있어 그들의 하루는 안전하다.
상황의 심각성과는 달리 너무 귀여운 캐릭터들의 행동과 표정에 미소짓기 일쑤다. 단순한 선의 조합과 밝은색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기 새는 뭐 해?>는 해피엔딩이다. 아기 새도, 애벌레도 상처입지 않는다.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평화로운 밤을 맞이하며 이야기가 마무리될 수 있었던 건 어미 새의 기지 덕분이었다.
아기 새를 구하는 방식이 재밌기도 하면서 그 현명함이 놀랍기도 하다. 여우에 맞서거나 직접 개입하지 않고 아주 세련된 방법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으로 아기 새를 구해낸다. 더욱이 상대에게 원한이나 분노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여우에게 착각과 안일함만을 남길 뿐이다.

아이와 함께 <아기 새는 뭐해?>를 읽으며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든든한 조력자로 아이들 뒤에 부모가 있다는 안정감을 함께 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양육 방식에 대한 반성과 개선을 위한 고민의 시간은 덤으로 갖게 될 것이다.

동화는 짧은 글과 단순한 그림으로 많은 여백을 허락한다. 그 여백은 아마도 작가가 부모에게 전하는 무언의 메시지일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동화책 한 권으로도 오래도록 잠들지 못한다. 소란스럽게 목청껏 소리내 읽으며 손짓, 발짓으로 어수선하던 아이는 어느새 잠들었지만 부모는 여백을 탐독하며 아이 생각으로 여념 없는 시간에 멈추고 만다. 자아~다시<아기 새는 뭐 해>의 첫 장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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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독해 개념이해 박지성의 참독해 시리즈 1
박지성 지음 / 종합출판(EnG)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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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있지 않나요? 영어 지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석하고 이해도 했는데 문제만 풀면 틀린다거나 시험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거나 객관식에서 아리송한 답이 매번 두 개씩 남는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에요. 아마도 나무에 집중한 나머지 숲을 볼 수 없었을 수도 있고 질문 속 핵심 단어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 주제는 글을 통해 다루려는 내용으로 "무엇에 관한 글인가?"에 해당한다. 요지는 주제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필자의 생각, 견해이므로 주제와 요지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p145)

문장의 구조를 한번 들여다본다거나 주제, 소재, 단락 등의 기본 개념을 다시 짚어보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루는 영어교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대부분 영어독해 교재들은 문장을 읽어내는 방법이나 문장 구조를 풀이하는데 머물죠. 그래서 객관식으로 된 문제집이 대부분이에요.

영어교재<박지성의 영어독해 개념이해>의 차별화가 두드러진 이유도 여기 있을 거예요. 모든 문제가 주관식으로 되어 있어요. 그 흔한 2지선다도 없습니다. 양자택일만 해도 생각해야 할 문법적 경우의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수고가 덜한 게 사실이죠. 하지만 한 번 더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개념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기회는 잃게 되죠.

수험 영어는 정형화된 글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문장과 문단이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지 골격을 한번 해부해 보면 답을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을 텐데 이런 시도를 아직까지 해보지 않았다는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교재의 설명과 조언대로 따라가다 보면 문장을 읽고 도식화가 가능해 집니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영문일지라도 몇 개의 상자로 나뉘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자연스럽게 주제와 소재는 무엇이며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표지에 '영어독해의 혁신'이란 문구가 있는데 정말 맞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롭고 참신한 접근 방법들로 이뤄진 영어교재입니다.
객관식 문제에 익숙하다거나 문장의 구조나 해석방법에 취약하다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다행히 교재에서 다루고 있는 영어 문장은 평이한 수준입니다. 해석이 어려운 문장은 많아 보이지 않아요. 또 세세한 부가 설명이 있어 진도를 나가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대신 스스로, 주도적으로 공부해야 할 몫이 여타 영어교재보단 많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얻는 답도 많아진다는 것이죠. 글을 쓸 때 골격은 어떻게 세우고 내부는 어떻게 채워나가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에 큰 틀을
<박지성의 영어독해 개념이해>로 잡고 부족한 것들을 찾아내 채워나가다 보면 독해뿐만 아니라 작문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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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으로 텔레비전을 만드는 경제학
러셀 로버츠 지음, 이현주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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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개념을 <알약으로 텔레비전을 만드는 경제학>만큼 쉽고 재밌게 풀어낸 책이 있을까? 다양한 예시와 흥미로운 설정으로 무리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신과 함께'를 연상케 하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주장을 주고받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보호무역, 관세, 쿼터, 덤핑, 비교우위론,자유무역협정등의 경제 용어와 개념을 설명하는 동시에 보호무역의 폐해를 보여주며 자유무역 옹호 입장을 피력한다. 논리와 논거를 기반으로 신변잡기적이고 친숙하며 쉬운 예시로 읽는 동시에 이해가 따른다.

전문가들의 언어가 아닌 많은 저작 과정을 거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언어로 쓰여 있어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아이에게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의 무역 정책에 관한 토론이나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이보다 좋은 예상 문항이나 해답도 없을 듯하다.

21세기의 문맹은 더이상 글을 읽고 못 읽고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쓰고 읽는 재료와 종류가 달라진 것이다. 정보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가, 도표와 수치로 가득한 데이터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가가 문맹의 정도를 가르는 척도가 되었다.
경제 분야 전반에 걸쳐 눈과 귀가 어두웠던 나로서는 책 한 권이 주는 해방감이 정말 컸다. 개인적으로 책 <알약으로 텔레비전을 만드는 경제학>은 경제 문맹 탈출을 돕는 가장 쉽지만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늘의 미국이,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연일 내놓는 무역 정책이 이해 불가라든가, 그를 즉흥적이 극단적이며 심지어 제정신이 아니라 생각한다면 이 책은 필독서다.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얼마나 체계적으로 자신의 의도대로 상황을 만들어 가는지 화가 치밀 정도로 또렷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민자와 외국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것, 자국 내 공장 설립을 요구하는 것, 자유무역을 압박하는 것... 중구난방처럼 보이는 이 모든 것이 결국은 보호무역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면, 최종 피해자와 수혜자를 구분할 수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조삼모사의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거대 기업의 오너를 대통령의 자리에 앉히지 않았을 것이다.

책 한 권이 지구에서 달의 반대편을 볼 수 있게 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현상의 이면은 볼 수 있게 해준다. 달의 반대편을 보는 경이로움은 아니지만 책 한 권이면 소소하게 자주 즐거울 수 있다. 이번에는 그 역할을 <알약으로 텔레비전을 만드는 경제학>이 톡톡히 해주었다.
뉴스와 신문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는 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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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청춘은 얼마인가요
종닝 지음, 박주은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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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을 때의 버릇이다. '종닝'이라는 낯선 저자의 이름이 각인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책 <당신의 청춘은 얼마인가요>는 도발적인 제목보다 더 파격적인 내용과 에너지를 품고 있다. 누군가의 한계와 틀을 부수고도 남을 만큼의 힘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경험과 지혜로 채워진 사람의 눈은 누군가의 과거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말하는 가정환경과 기질의 상관관계 그리고 거기에서 얻은 표본, 정형화된 유형은 헛웃음이 날 정도로 정확했다. 평소 난해하기만 했던 나와 타인의 이상 행동들이 한순간에 이해되었다. 고달프게만 느껴지던 인간관계의 족쇄에서 해방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이런 이해는, 기질로 인해 한 개인이 범하기 쉬운 실수와 빠지기 쉬운 함정을 예측 가능케 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입에서 회자되는 에디슨의 말이다. 자기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이 말에 힘을 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맥이 빠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후자는 알고 있다. 이 말에 방점이 어디 찍혀 있는지.
<당신의 청춘은 얼마인가요>는 현실을 왜곡하거나 막연한 희망을 주며 현혹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전자와 같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적이고 날카로워 때론 언짢기까지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이면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천재와 범인의 차이는 1%의 영감이며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천재성을 강조한 에디슨의 의중을 저자는 거리낌 없이, 가감 없이 밝히고 있다.

종닝은 현실의 불합리함과 불공정함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코 무기력하거나 패배적이지 않다. 오히려 도전적이고 진취적이다.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열망과 실패가 더이상 두렵지 않은 대담함의 자극한다. 노력을 말하지만 지금을 유예하거나 저당 잡히지 말라 당부한다. 가격을 높이기보다는 가치를 높이라 한다. 속도보다는 방향을 강조한다.

+ 자신의 가치를 너무 높게 매겨서 당겨 받지 마세요. 그것은 자신의 미래를 당겨 써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에게 더 높은 가격을 매기려고 하기보다는 더 높은 가치를 갖추려 노력하세요. (p109)

+ 창업에는 일종의 법칙이 있습니다. 당신이 A를 하고 싶어서 A를 추진하면, 결과는 B가 되고, 돈은 C에서 벌고, 마지막에 D로 성공하는 식입니다. (p179)

<당신의 청춘은 얼마인가요>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겪게 되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프리뷰이자 가이드라인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에게도, 정중앙을 달리고 있는 이에게도, 내리막에 이른  이에게도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판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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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6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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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랑거림의 진동, 손과 턱에 와 닿는 장력, 사포 같은 혀의 오묘한 촉감, 다리 사이로 유연하게 빠져나가는 앙고라 털의 포근함... 고양이의 헤아릴 수 없는 매력의 극히 일부라도 느껴본 이들이라면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에 대한 설명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되기 이전부터 그들의 머리와 가슴 속을 달리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헤리엇은 작은 동물 친구들의 수호천사로 변함없이 영국의 한 마을을 지키고 있다.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에서는 이전 에세이보다 조금 더 성숙한 수의사 헤리엇과 사랑스러운 삽화 그리고 조금 더 진한 감동의 고양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헤리엇과 연이 닿은 고양이는 그들의 생김새만큼이나 성격도 제각각이다. 눈이 마주치면 도망치기 바쁜 녀석이 있는가 하면 오토바이 모터를 켜고 달려오는 녀석도 있다.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경계심 강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 발길이 미치는 곳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녀석도 있다. 책장을 넘기며 심장이 분홍빛 솜사탕이 되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후자의 오지랖 넓은 고양이 오스카 덕분이다.

사계절 내내 공원에서 망부석처럼 지내던 고양이를 한 방송에서 구조해 입양을 보낸 적이 있다. 구조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고양이는 자연 일부로 전혀 이질감 없는 풍경이었다. 오히려 구조라는 명목으로 가해진 인위적인 힘이 부자연스러웠을 뿐이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어디가 가장 안전하고 안락한 곳인지. 그리고 이것이 사람들의 관점과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다. 입양된 공원 고양이의 최후는 처참했다. 이미 예고된 비극이었는지도 모른다. 관점과 관점 사이에서 선한 의지는 무서운 흉기가 될 수도 있다.

헤리엇 부부와 올리,지니와의 관계를 통해 이 간극을 조금은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함부로 상대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 시간의 힘을 믿으며 소유가 아닌 공존을 향해 가는 것... 그들이 길 위의 생명과 관계 맺는 방식은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변질되지 않고 그대로 머물 수 있게 해준다.

* 녀석들은 내가 충분히 시간을 들여 귀여워해 줄 때까지는 먹이를 쳐다보지도 않아요. 녀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배려와 친밀감이에요. (중략) 그건 참을성 있게 해나가지 않으면 안 돼요. 나도 녀석들의 신뢰를 얻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p193)

달달한 사탕 가게 고양이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남기고 떠난 고양이까지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를 가진 작지만 강한 생명들, 그들에게 호의적인 사람들 그리고 인간미 진하게 풍기는 수의사 덕분에 혹한의 겨울 날씨도 따듯하게 보낼 수 있었다.

거리의 생명들에게도 이 온기를 전하고 싶은 겨울밤에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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