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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으로 텔레비전을 만드는 경제학
러셀 로버츠 지음, 이현주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학 개념을 <알약으로 텔레비전을 만드는 경제학>만큼 쉽고 재밌게 풀어낸 책이 있을까? 다양한 예시와 흥미로운 설정으로 무리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신과 함께'를 연상케 하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주장을 주고받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보호무역, 관세, 쿼터, 덤핑, 비교우위론,자유무역협정등의 경제 용어와 개념을 설명하는 동시에 보호무역의 폐해를 보여주며 자유무역 옹호 입장을 피력한다. 논리와 논거를 기반으로 신변잡기적이고 친숙하며 쉬운 예시로 읽는 동시에 이해가 따른다.
전문가들의 언어가 아닌 많은 저작 과정을 거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언어로 쓰여 있어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아이에게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의 무역 정책에 관한 토론이나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이보다 좋은 예상 문항이나 해답도 없을 듯하다.
21세기의 문맹은 더이상 글을 읽고 못 읽고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쓰고 읽는 재료와 종류가 달라진 것이다. 정보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가, 도표와 수치로 가득한 데이터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가가 문맹의 정도를 가르는 척도가 되었다.
경제 분야 전반에 걸쳐 눈과 귀가 어두웠던 나로서는 책 한 권이 주는 해방감이 정말 컸다. 개인적으로 책 <알약으로 텔레비전을 만드는 경제학>은 경제 문맹 탈출을 돕는 가장 쉽지만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늘의 미국이,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연일 내놓는 무역 정책이 이해 불가라든가, 그를 즉흥적이 극단적이며 심지어 제정신이 아니라 생각한다면 이 책은 필독서다.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얼마나 체계적으로 자신의 의도대로 상황을 만들어 가는지 화가 치밀 정도로 또렷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민자와 외국 방문객 수를 제한하는 것, 자국 내 공장 설립을 요구하는 것, 자유무역을 압박하는 것... 중구난방처럼 보이는 이 모든 것이 결국은 보호무역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면, 최종 피해자와 수혜자를 구분할 수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조삼모사의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거대 기업의 오너를 대통령의 자리에 앉히지 않았을 것이다.
책 한 권이 지구에서 달의 반대편을 볼 수 있게 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현상의 이면은 볼 수 있게 해준다. 달의 반대편을 보는 경이로움은 아니지만 책 한 권이면 소소하게 자주 즐거울 수 있다. 이번에는 그 역할을 <알약으로 텔레비전을 만드는 경제학>이 톡톡히 해주었다.
뉴스와 신문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는 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