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음 - 삶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쓴 것들
아비 모건 지음, 이유림 옮김 / 현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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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소설같은 그러나 이건 에세이였다. 오래 전 ‘사랑하는 사람이 식물 인간이 된다면 ‘ 이라는 주제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미 일어난 일도 아닌데도 상상만으로도 울컥했던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감정이 올라왔다. 사랑하는 남편이 기억을 잃고 나를 알아보지 못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감정들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 우리는 너를 늘 사랑해 우리는 여기 있을 거야.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던 걸까? 어린 시절은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다.

우리는 그 약속을 어겼다.


이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는 미어지는 심정이 느껴진다.

예고 없이 찾아온 상실에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나 자신 

모두를 돌보고 지킬 용기가 있는가? 

문득 묻게 된다.


  • 나는 때때로 나 자신이 얼마나 냉혹하고 잔인해졌는지를 체감한다. 다른 사람들과 제이콥을 나누어 가진다는 느낌. 제이콥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정해 예약을 해야 한다는 그 생각 때문에 나는 이기적으로 굴고 화를 내고 제이콥을 잃은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 나를 모르는 제이콥이 나를 잊으려면 나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서서히 제이콥이 나를 잊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제이콥은 나를 알지도, 내가 누구인지, 갈피를 잡지도 못한다.


예전에 남편과 같이 찍은 사진을 찾아내고 소중히 마음에 담는 장면은 가슴에 굉장히 짠했다.

남편이 늘 우리의 손을 잡고 이끌어 주었다고, 

가장 두려운 순간을 최고의 모험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그 순간을 기억할 거라고 되뇌는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거의 모든 날 누군가 주먹으로 가슴을 세게 때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산다고 하면서도

마치 말발굽에 치인 것 같이 말 그대로 심장이 아프다 하면서도

결코 상실을 상실로 여기지 않고 

사랑과 자신을 붙들고 지켜낸 이 이야기는 더없이 큰 잔상과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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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컬쳐블룸에서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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