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명 : 대한민국 - 경제 청진기로 진단한
송하늘 지음 / 지음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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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에 대한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진단하고 또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책인데 매우 정확하고 직관적이라 읽는 내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하는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돈 주고도 팔아야 할 기피 대상이 되었다.

소확행이나 욜로 열풍은 패자가 된 젊은이들이 이제 꿈을 포기하겠다는 항복 선언 일지도 모른다.

2022년 기준 출산율 0.78명,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1위이며 평균의 2배가 넘는 우리나라. 40분에 1명꼴로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우리나라 새로운 갈등들은 사실 경제적 요인에 기반한 경제적 갈등인 경우가 많다고! 대한민국에서 갈등과 혐오가 점점 더 극심해지는 현상은 어쩌면 삶이 팍팍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현실이 투영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 체감이 된다. 


굉장히 공감갔던 내용은 흑인지 백인지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안에 따라 흑과 백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흑묘백묘의 지혜라는 것. 가치 판단은 시각에 따라, 입장에 따라, 배경에 따라, 맥락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가치 판단 또한 시대와 장소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프니카 청춘이다>라는 책이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기류가 좀 바뀌어서 사회적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인적인 성장통으로 취급하고, 정확한 해결책 대신 힐링이라는 미봉책으로 포장한 어설픈 위로라는 비판이 있다. 만약 그 아픔이 일시적인 성장통이라면 청춘을 벗어나 더 나이가 들어서는 성장통이 사라져야 하는데, 그 아픔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고착화되고 심지어 대물림 되기 때문에 구조적인 만성 질환이 있다고 꼬집는다. 예전에는 하면 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해도 안 되는 시대라는 것이 안타깝다.


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명한 실험 이야기도 씁쓸했다. 쥐들이 제한된 공간 내에서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5년에 걸쳐 분석했는데 초반에는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며 두 마리가 1년도 되지 않아 600마리를 넘길 정도였으나 1년 반이 지나자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것. 밀집된 환경에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자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서 공격성이 증폭되었고, 새끼들도 방치하고 기본적인 욕구마저 발현되지 않았다. 야생에서도 불안한 상황에서는 새끼를 함부로 낳지 않고 이미 낳은 새끼들도 정상적으로 키우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어미가 직접 죽이기도 하고 잡아먹기까지 한다. 노예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나다. 노예를 생산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있고, 당신이 애를 낳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비판은 일도 타격이 없다는 것. 먹고사니즘이라는 이념도 생겨날 만큼 각박하 고 팍팍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야말로 팍팍하기 때문에 너무나 안타까운 실정.


어디에도 고용될 수 없었던 그들은 스스로를 고용하기 위해 사장님을 자처하게 되었고 인문계든 자연계든 예체능계든 전공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결말이 치킨집, 과로사, 아사 셋 중 하나라는 도표가 웃픈 현실이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라는 말이 생길 정도인데 이 증상들을 어떻게, 결국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이 꽤 설득력이 있다. 


낙수 효과가 다시 작동하게끔 복원하는 방식이다. 개천 복원을 포기하는 대신 목말라 하는 가재, 붕어, 개구리들을 아예 댐 위로 이동시켜주는 발상의 전환이랄까. 노동자를 아예 자본가로 만들어버리는 취지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해서 미래에 대한 계획이 서도록 도와주고,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을 권장하는 방향, 고용, 부동산, 복지, 교육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중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가령 결혼하면 약 5천만 원을 장기 저리로 대출해주고,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 전환, 둘째 셋째 출산 시 원금 일부나 전액을 탕감해주는 방식, 자녀가 있으면 세금이 없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탈리아의 정책 또 출산율을 올리는 데 성공한 방법이라고 하니 좋은 제도를 어서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동자를 아예 자본가로 만들어 자본을 미처 축적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자본을 직접적으로 지급해서 아이를 낳고 키울 만한 여건을 조금이나마 보상해 주는 것. 곳간이 비어가니 인심도 줄어드는 현상을 이제는 반대로 바꾸어야 할 때. 낙수 효과가 제대로 작동되고 서민을 위한 법이 제대로 시행되어야 대한민국이 환자복을 벗고 하루빨리 퇴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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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컬쳐블룸에서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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