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다음엔 아무것도 못 쓰겠다 - 연극에서 길어 올린 사랑에 대하여
최여정 지음 / 틈새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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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다소 길지만 얼마나 많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지... 제목만 보고도 책을 꺼내들 수 밖에 없는 책이다.
책을 쓴 동기를 읽으니 이 작은 책을 더 손에 꼭 쥐고 놓지 않게 된다.
“하루만 사는 공연을 영원히 붙잡고 싶어서 글을 쓴다.”
‘법원에서 나와 설렁탕 한 그릇씩을 먹고 우리가 아닌 남이 되었다.’ 는 문구가 아찔했다. 그 무덤덤함 속에 담긴 사랑의 환희와 이별의 슬픔, 그리고 그것들에 아파하던 시간들, 이별로 고통스러웠던 나날들 동안 연극에서 찾고 깨달은 사랑 이야기를 모았더라. 작가를 치유한 아홉 편의 연극을 한 편 한 편 글로 마주하며 마음에 사무친 뜨거운 이야기와 메시지에 마치 옆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어루만지는 위로를 느꼈다.

공연 장면들이 포스터와 함께 나와 있어 상상하고 떠올리기 좋았다. 며 장 라신의 <페드르>, 배삼식 님의 <3월의 눈>, 최근에 뜨거운 인기를 받았던 <리어왕> 등 장르, 시대를 불문하고 꼽은 아홉 편의 연극에서 뜨겁고도 차가운 사랑을 보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사랑이란, 인생이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문구들이 특히 마음을 많이 건드렸다.

‘결혼이란 시소를 함께 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올라가면 내가 올라가고 그다음엔 또 네가. 그렇게 오르락내리락 마주보며 웃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무게만큼 서로의 다리게 힘을 분산하여 균형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무게 중심은 언제든 시소에서 일어나 떠나 버리는 사람 마음대로 깨져 버릴 수 있음을. 그토록 아슬아슬한 것이었음을. 난 한참이나 지나서야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게 완전히 혼자 사는 것보다 더 외로울 수 있어.’

‘너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게 진정한 사랑이야.’라고 말했지만 그런 사랑은 없어. 나와 타인의 관계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가식과 허위 속에서 더욱 굳건해지더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나 조차도 싫어질 때가 있는데 타인은 어떻게 받아들이겠어.’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잖아.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고 아무리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도 못한다잖아. 친구도 연인도 내 세상의 일부를 가졌던 누군가와의 이별이 여전히 아프지만 그래도 애쓰려 하지 않으려 해. 때가 되면 다시 만날 사람이라면 마주하고 웃을 시간이 다시 오겠지. 시절 인연처럼. 3월의 눈처럼. 그때 다시 반갑게 인사할 거야. 안녕.’

‘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다음엔 아무것도 못 쓰겠다’ 라고 했지만 사실 저자는 이제 비로소 답을 찾은 게 아닌가. 그 답을 알게 되어 이제 펜을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은 후에 사랑이라고 쓰고 이제 아무것도 안 쓰겠다’ 라는 말이 귀에 쟁쟁 들리는 듯...
* 컬쳐블룸에서 제품을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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