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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 히틀러와 독일·미국의 자본가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ㅣ 질문의 책 27
자크 파월 지음, 박영록 옮김 / 오월의봄 / 2019년 10월
평점 :
우리에게 익숙한
히틀러와 2차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전부가 자본에 의해 왜곡되고 ‘분칠’된 역사다. 너무
독단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단언이 왜 사실인지를 자크 파월은 조곤조곤 설명하고 있는 바, 책을 덮고
난 후에는 이 말이 오히려 완곡어법으로 들리게 될 것이다.
저자는 제멋대로이고 인종주의적인 미치광이
히틀러가 1차대전 패전 후 독일의 경제적 궁핍과 배상금에 대한 민족적 불만을 등에 업고 반유대주의를
앞세워 무지한 다수 대중의 힘으로 집권했으며, 따라서 나치의 정책들은 대중 영합적인 반자본주의적이면서
반공산주의적이라는 널리 알려진 상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먼저, 히틀러가
집권하기 위해 돌격대를 꾸리고 그들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전국적인 선거에서 승리하기까지 (물론 기껏해야
32년 11월 선거에서 31%를
얻었을 뿐이고, 이 선거에서 공산당(사민당과 다른 혁명적분파)은 17%를 얻었다) 사용한
엄청난 비용들이 대자본가들과 금융가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는 감추어진 사실을 지적한다. 그 댓가로 나치는
집권 후 패전까지 독일의 대자본가들과 금융가들의 이해를 최우선으로 하여 그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수상이 된 직후 공산당을 먼저 그리고 사민당을 그 다음으로 노조를 불법화하여 (대외적으로 다수 대중에게 말하는바와 달리) 행동으로 자본가들의 천국이
자신이 목표로하는 바임을 분명하게 천명하였다. 무엇보다도 파시즘은 독점자본주의였고, 나치 집권기 내내 대자본가들에겐 지속적인 이익을 그리고 다수 대중에게는 임금억제와 노동시간 증대 그리고 전쟁터로
몰아넣어 결국 죽음으로 이끌었던 사실을 명백한 숫자로 상세하게 열거하고 있다.
다음으로 호전적이고
인종주의적인 히틀러의 독일에 맞서 민주적인 연합국(특히 미국)의
방어적이고 정의로운 전쟁이 2차세계대전이라는 해석들을 아주 강하게 반박한다. <2차대전의 성격에 대한 정리는 앞서 출판된 저자의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오월의봄]를 일독하길 권한다> 우선 30년대~40년대에
미국 자본의 독일 진출 및 독일자본과의 공생관계의 배경에 대해 설명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대자본가들은
1차세계대전 직후 베르사이유 조약에 따른 배상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독일의 상황을 이용하여, 국제조약의 위배가 분명한 독일 재무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히틀러의 각종 반노동정책들을 통해 독일의 독점자본들과
함께 엄청난 이익을 누렸던 상황을 조목조목 짚어간다. 이 과정에서 히틀러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던 포드, 제너럴일렉트로닉스, 코닥, 코카콜라, 아이비엠 등의 비열한 행태를 서술한다. 게다가 이들 기업들은 독일과 미국이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에 돌입한 이후에도 독일내 자회사를 통해서 히틀러에
군수장비들을 제공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취했으며, 심지어 나치 친위대의 도움을 받아 강제수용소의 인력을
거의 무상으로 활용하여 이익을 극대화했던 사실들도 밝혀진다. 때문에 스탠다드 오일과 아이비엠은 전후에
미국내에서 반역행위에 대한 재판을 받기까지 한다. 물론 이미 금권정치가 주류가 된 미국에서 유야무야
없던 일로 마무리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2차대전이야 말로 미국이 29년 경제대공황을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전쟁의 희망하였고 참전하기 전까지 이 전쟁을 이용해 독일과 연합국 양측에 군수장비
판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영국은 이 빚을 2006년
12월29일에야 완전히 변제했다), 참전기간 동안 미국의 재계, 기업과 은행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정부를 장악하여 정부를 자신들의 수익극대화를 위한 도구로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연합국의 대대적인 고공폭격에도 독일에 남아있던 미국 기업의 자회사나 관련회사들은 폭격에서 면제되었고, 외려
전후에 미국정부로부터 추가보상까지 받아냈던 것이다.
히틀러의 파시즘은
결국 전쟁에서 패배했고, 그 교훈은 오래 지속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날 파시즘의 후예들은 곳곳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분명하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30-40년대에 평등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혁명적 분위기에 맞서 파시즘을 택했던 독일만이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의 지배층들이 선호했던 체제가 파시즘이었다는 것이다.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지고의 선인
자본주의 시스템이 지속되는 한 파시즘은 언제나 가능한 선택지로 살아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번은 그 괴물이
전 세계를 거의 지배할 뻔했습니다.
각 국민들이 그를
제압했지요, 하지만
아직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그가 기어 나온
자궁은 아직도 임신이 가능합니다.
– 베를톨트 브레히트, <아르투노 우이의 출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