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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만난 하나님 - 혼돈의 시대를 건너온 한 신학자의 비망록
김기현 지음 / 복있는사람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증정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1. 본 것 | 삶의 이야기 속에 담긴 하나님의 이야기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새롭게 하소서’가 있습니다.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게스트를 초대해, 그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토크쇼라는 점입니다. 반면에, 미묘한 차이점도 있습니다. 그것은 게스트가 전하는 이야기의 방향성입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한 사람의 삶과 선택, 도전과 성취에 주목한다면, ‘새롭게 하소서’는 그 인생에 개입하신 하나님께 시선을 돌립니다. 구원하시는 하나님, 회복하시는 하나님, 치유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각자만의 인생의 이야기를 써가는 작가와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를 누가 이끌어 가고, 무엇으로 채워가느냐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에 의해서, 하나님을 위해서 인생의 이야기를 써 가는 사람들입니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인생의 이야기도 쓰고 계시고, 완성하실 분이심을 고백하는 자들입니다.
김기현 목사님의 『유배지에서 만난 하나님』은 유배지로 밀려난 것 같은 깊은 고난의 순간에도 더 깊은 은혜로 채우셨던 하나님의 흔적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어린 나이에 맞이한 아버지의 죽음과 가난, 리어카를 끌고 야반 도주하며 이사해야 했던 순간, 최루탄 냄새가 가득했던 거리에서의 신앙적 고민, 그리고 신학과 목회의 길에서 겪은 좌절과 고뇌의 장면이 차례로 펼쳐집니다.
그러나, 깊은 고난의 순간보다 하나님은 더 깊은 은혜로 그의 인생을 채우셨습니다. 비록 이른 나이에 육신의 아버지를 잃었지만, 참 아버지이신 '아바 하나님'을 만났고, 인생의 고비와 고뇌의 순간마다 책과 씨름했던 시간들은 이후,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년인문학교를 인도하는 밑거름이 되어 주었습니다. 또한, 그의 두 자녀 역시 작가의 길을 걷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결코 고난을 낭비하지 않으셨음을, 아니 깊은 고난 속에서도 더 깊은 은혜로 그의 인생을 돌보시고, 인도하셨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책입니다. 마치 고구마 줄기 하나를 잡아당기면 그 아래 매달린 고구마들이 줄줄이 딸려 나오는 것처럼, 저자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여정 중에 그가 읽었던 책들, 만났던 사람들, 그의 신학과 철학을 형성해 준 신학자들과 철학자들도 함께 만나게 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는 그의 인생의 여정을 소개하면서 그와 함께 역사와 사회, 교회와 교육에 대한 그의 담론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2. 깨달은 것 | 유배지 같은 인생의 변방에 찾아오시는 하나님
"유배지는 이상한 곳이다. 사람에게서 멀어졌는데 하나님에게로 가까워지는 곳이다.
길이 막혔는데 다른 길이 열리는 곳이다. 잃은 것이 너무 많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줄 알았는데
바로 그 때 남은 것은 무엇인지 보이는 곳이다.
내게 남은 것은 책이고, 글이고, 성경이고, 예배이고, 가족이고, 교회이고, 무엇보다 하나님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단어는 역시 ‘유배지’입니다. 저자는 실제로 귀양을 간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삶 대부분을 제도권 밖에서 살아온 ‘자발적 유배자’라고 고백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중심에서 밀려나면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인정하는 자리에 서지 못하면 삶의 가치마저 작아진 것처럼 느낍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유배지같은 변방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책을 구입할 여유가 없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수십 권씩 빌려 언덕길을 오르던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당시에는 책 살 돈이 없어 감당해야 했던 고단한 길이었지만, 세월이 흐른 뒤 저자는 그 언덕이 자신의 집 서재였다고 고백합니다. 이 대목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우리가 결핍이라고 부르는 시간이 훗날 은혜의 기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물론 고난 자체가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가난은 고통스럽고, 실패는 아프며, 억울한 일은 여전히 억울합니다. 저자도 그 시간을 쉽게 미화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고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시고, 선용하십니다. 저자는 바벨론 같은 유배지의 땅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새롭게 듣는 순간 갈릴리가 될 수 있음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줍니다.
환경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그 자리를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증거는 내가 얼마나 높은 자리에 올라갔느냐가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그분의 손길을 얼마나 발견하느냐에 달려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3. 추천하는 이유 | 깊은 고난보다 더 깊은 은혜를 발견하게 하는 책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깊은 고난보다 더 깊은 은혜를 발견하게 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밀려난 자리에 밀려온 주의 은혜를 발견하게 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유배지같은 변방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더 가까이 만났기에, 김기현 목사님은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이 책의 메시지가 닿기를 소망한다고 서두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중심에서 밀려나 변방을 살아간다고 느끼는 사람들"
"사역과 생계 사이에서 오래 버텨 온 사람들"
"신앙의 언어는 풍성하지만 정작 자기 이야기를 잃어버린 사람들"
이 책에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마침내 성공했다는 식의 결말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상처와 실패를 지나면서도 하나님을 향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한 사람의 정직한 신앙고백입니다. 그래서 위로뿐 아니라 도전도 받게 됩니다.
신학을 공부하는 분에게는 삶과 연결된 신학의 깊이를, 목회자에게는 교회와 세상을 향한 새로운 시선을, 평신도에게는 일상의 고단함 속에 감추어진 은혜를 발견하는 기쁨을 선물할 책입니다.
특히 자신의 삶이 유배지에 밀려난 것처럼 느껴지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남들 눈에는 보잘것없는 변방일지라도, 하나님께는 그 밀려난 자리에, 밀려온 은혜를 허락하십니다. 하나님은 실패했다고 느끼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 가십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당신의 인생에는 어떤 하나님의 이야기가 쓰여지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