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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떻게 씁니까 - 글쓰기로 자기 세계를 만든 열두 작가들
강원국 지음 / 디플롯 / 2026년 9월
평점 :


1. 본 것(책의 줄거리)|
문장에는 저자의 삶이 담겨 있다.
서평을 쓰려고 빈 화면을 열면 첫 문장에서 머뭇거릴 때가 있습니다.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분명한데, 막상 쓰고 나면 어디선가 본 듯한 말이 됩니다. 조금 더 눈길을 끄는 표현을 찾고, 제목을 바꾸고, 문장 순서를 옮겨봅니다. 그러다 보면 정작 이 책에 관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놓치기도 합니다.
강원국의 『당신은 어떻게 씁니까』는 그런 고민 곁에 놓고 싶은 책입니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쓰고, 자신의 이름으로도 독자를 만나온 강원국이 열두 작가에게 글쓰기를 묻습니다. 조정래, 김용택, 정지아부터 여행작가 김남희와 웹소설 작가 천지혜까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자기 문장을 만들어온 사람들입니다.
처음에는 유명 작가들의 글쓰기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막힐 때는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준비한 뒤에 쓰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그들이 지나온 삶에 눈길이 머뭅니다. 어떤 시간을 견뎠고, 무엇을 오래 바라보았으며, 왜 끝내 글을 놓지 않았는지가 이 책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조정래 작가님은 통일되기 전까지 발표할 수 없는 작품을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후손에게까지 원고를 맡길 생각으로 집필한다는 대목에서 잠시 멈추게 됩니다. 지금 독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없어도 기록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글을 올리고 나면 반응부터 궁금해지는 마음으로는 쉽게 헤아리기 어려운 태도입니다.
시인 김용택 선생님의 이야기에서는 작은 것을 바라보는 눈이 기억에 남습니다. 길에 놓인 배추를 집으로 가져온 엄마와 그것을 보고 미소 짓는 아빠. 아이가 쓴 짧은 글 안에 한 가족의 표정이 들어 있습니다. 특별한 수식어가 없어도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내가 무심히 지나친 일상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지아 작가의 글쓰기는 생활의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어머니를 돌보고, 고양이를 챙기고, 창밖을 바라보는 동안에도 이야기의 조각들이 이어집니다. 천지혜 작가님은 도형과 표로 이야기의 구조를 그리며 다음 장면으로 나아갑니다. 누구는 일상에서 이야기를 익히고, 누구는 치밀한 설계로 길을 찾습니다. 그 차이를 읽는 재미도 큽니다.
강원국 작가님은 이들의 말을 옮기면서 자신의 글쓰기도 돌아봅니다. 그 덕분에 독자 역시 대화 한쪽에 앉아 함께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으며, 무슨 마음으로 쓰고 있는지 말입니다.
2. 깨달은 것|잘 쓰고 싶은 마음에, 내 이야기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가장 오래 남은 대목은 정지아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강원국이 ‘왜’를 너무 적게 물었다고 돌아보는 부분입니다.
저 역시 서평을 쓸 때 ‘어떻게’를 자주 생각합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끝까지 읽을지, 어떤 제목이 관심을 끌지, 어떻게 정리해야 책의 핵심이 잘 전해질지 고민합니다. 모두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그 고민에 앞서 물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나는 왜 이 대목에 밑줄을 그었는지, 왜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지입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오래 머무는 페이지는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문장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말이 됩니다. 서평에 담고 싶은 것도 바로 그 지점입니다.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데 힘을 쏟다가, 그 문장 앞에 멈춰 선 나의 마음을 너무 짧게 적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김용택의 이야기에 나오는 “검색은 답을 주지만, 관찰은 질문을 남긴다”(59쪽)는 문장도 마음에 남습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곧바로 찾아보는 습관이 익숙합니다. 그렇게 정보를 얻고 나면 충분히 알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표정이나 말끝에 담긴 마음은 조금 더 오래 곁에 머물러야 보입니다.
서평도 비슷합니다. 책 소개와 목차를 알면 내용을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읽다가 불편했던 이유,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던 대목, 자꾸 다시 펼쳐보게 되는 문장에는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 시간을 거쳐야 내 생각도 조금씩 분명해집니다.
김민식이 인공지능을 글쓰기의 조연출로 활용한다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도움을 받아 문장을 정리하고 생각을 넓힐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직접 겪은 일과 구체적인 생각을 보태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매끄럽게 정리된 글을 받아 들었을 때도, 그 안에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말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살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실패와 결핍을 다루는 이야기에서는 위로도 받습니다. 쓰다가 멈춘 글,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운 문장, 생각만큼 읽히지 않은 서평도 남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왜 막혔는지 돌아보고 다시 쓰는 동안 조금씩 배우기 때문입니다. 다만 힘든 경험이 저절로 좋은 글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시간을 어떤 눈으로 돌아보고, 어디까지 정직하게 써낼 것인지가 제 몫으로 남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 느긋해집니다. 당장 훌륭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오늘 내게 남은 생각부터 붙잡아보고 싶습니다.
3. 적용할 것 |한 장면을 남기고, 한 가지 이유를 묻겠습니다
첫째, 하루에 한 장면을 세 문장으로 적겠습니다.
거창한 소재를 찾느라 미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 책을 읽다가 멈춘 순간, 평소와 다르게 보인 풍경이면 충분합니다. 무엇을 보았는지,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왜 기억하고 싶은지를 짧게 적겠습니다. 나중에 쓸모가 있을지부터 따지지 않고 우선 남기겠습니다.
기록할 때는 ‘좋았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려고 합니다. 무엇이 좋았는지, 어떤 말 때문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구체적으로 써보겠습니다. 그렇게 모은 장면들이 서평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둘째, 서평을 쓰기 전에 ‘이 책에 관해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적겠습니다.
제목과 첫 문장을 고민하기 전에 중심을 잡아보려는 것입니다. 그 한 문장을 적은 뒤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을 이어가겠습니다. 초고를 완성한 다음에는 소리 내어 읽으며 평소에 쓰지 않는 표현과 과장된 감탄을 덜어내겠습니다.
특히 어느 책에 붙여도 어울릴 만한 문장이 있다면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유를 보태거나, 떠오르는 근거가 없다면 지우겠습니다. 읽는 사람이 책의 내용과 함께 그것을 읽은 사람의 얼굴도 조금은 떠올릴 수 있는 서평을 쓰고 싶습니다.
4. 추천 독자 :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첫 문장 앞에서 자주 멈추는 분
블로그와 서평에 자신의 생각을 더 자연스럽게 담고 싶은 분
작가들의 생활과 창작 과정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은 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기 글을 써나가고 싶은 분
실패하거나 돌아온 시간을 글로 정리해보고 싶은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