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우주 - 당신의 집은 어디입니까?
최준석 지음 / 아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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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가 집을 짓지만

그후에는 집이 우리를 짓는다

-윈스터 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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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것(책의 줄거리)|집을 짓는 이야기 속에서 사람의 삶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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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의 『여덟 개의 우주』는 건축가인 저자가 여러 건축주를 만나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겪은 이야기와 생각을 담은 책입니다. 책에는 ‘온기’, ‘무언가’, ‘빌라파티오’, ‘모노’, ‘연주가’, ‘빛담집’, ‘오하나 집’, ‘류원’이라는 여덟 채의 집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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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건축가가 쓴 책이니 집의 구조나 설계, 자재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내용도 있지만,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집보다 사람에 더 가까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을 짓기 전에 그 집에서 살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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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은 가족이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설계되고, 어떤 집에는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또 어떤 집은 일부러 동선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어 아이들이 그 공간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합니다. 집마다 모습은 다르지만 결국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성격과 생활 방식이 공간에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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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건축가가 “몇 식구가 사는가”라는 질문을 단순히 방의 개수를 정하기 위해 묻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구와 왜 같이 살려고 하는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를 알아가는 것이 설계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집을 짓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개인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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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깨달은 것|공간을 바꾸는 일은 삶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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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은 “좋은 집은 어떤 집일까?”였습니다. 평소 저는 좋은 집이라고 하면 넓고, 깨끗하고, 교통이 편리하고, 수납공간이 많은 집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조건들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것만으로 좋은 집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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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집 중 하나는 ‘빌라파티오’입니다. 이 집은 중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동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방에서 아이 방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대신 조금 돌아가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효율만 따지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그 길이 뛰어놀 수 있는 트랙이 되고 술래잡기를 하는 공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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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도 평소에 너무 효율만 생각하며 살고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빨리 가는 길, 편한 방법, 손이 덜 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돌아가는 과정에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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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것은 ‘빈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집의 빈 공간을 “미래의 사유가 스며들 자리”라고 표현합니다. 이 문장을 읽고 잠시 멈추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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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간이 비어 있으면 왠지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빈 곳에는 가구를 놓고, 빈 벽에는 무언가를 걸어야 공간을 제대로 쓰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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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꼭 채워야만 좋은 공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 잠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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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좋은지 잘 모르더라도 싫은 게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는 내용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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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꼭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싫은 것, 불편한 것을 하나씩 덜어내다 보면 남는 것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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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집뿐만 아니라 삶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무조건 정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내가 힘들어하는 것이나 원하지 않는 것부터 조금씩 줄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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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적용할 것 |더 채우기보다 덜어내고, 바쁜 발걸음 속에 속도를 줄이고 머물러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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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해보고 싶은 것은 지금 살고 있는 공간을 한 번 천천히 살펴보는 일입니다.

당장 집을 새로 지을 수는 없지만, 지금 있는 공간을 조금 더 나에게 맞게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쓰지 않으면서 계속 자리를 차지하는 물건이나 볼 때마다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무언가를 새로 사서 채우기보다 먼저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는 것부터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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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작은 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책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간섭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거창한 서재나 별도의 방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작은 의자 하나, 책을 놓을 수 있는 공간 하나 정도만 있어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그냥 가만히 있는 시간을 조금씩 가져보고 싶습니다.


4. 추천 독자 :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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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젠가 자신의 집을 직접 지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실제 집을 지을 때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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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꼭 집을 지을 계획이 있는 사람만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 살고 있는 집과 자신의 생활을 한 번 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잘 맞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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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는 사람, 요즘의 생활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사람, 가족과 함께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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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대해 잘 몰라도 읽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전문적인 건축 지식을 설명하기보다는 집과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기 때문입니다. 건축책이라기보다 삶에 관한 에세이처럼 읽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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