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 것(책의 줄거리)|집을 짓는 이야기 속에서 사람의 삶을 보았습니다.
최준석의 『여덟 개의 우주』는 건축가인 저자가 여러 건축주를 만나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겪은 이야기와 생각을 담은 책입니다. 책에는 ‘온기’, ‘무언가’, ‘빌라파티오’, ‘모노’, ‘연주가’, ‘빛담집’, ‘오하나 집’, ‘류원’이라는 여덟 채의 집이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건축가가 쓴 책이니 집의 구조나 설계, 자재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내용도 있지만,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집보다 사람에 더 가까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을 짓기 전에 그 집에서 살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집은 가족이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설계되고, 어떤 집에는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또 어떤 집은 일부러 동선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어 아이들이 그 공간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합니다. 집마다 모습은 다르지만 결국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성격과 생활 방식이 공간에 묻어납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건축가가 “몇 식구가 사는가”라는 질문을 단순히 방의 개수를 정하기 위해 묻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구와 왜 같이 살려고 하는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를 알아가는 것이 설계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집을 짓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개인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깨달은 것|공간을 바꾸는 일은 삶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은 “좋은 집은 어떤 집일까?”였습니다. 평소 저는 좋은 집이라고 하면 넓고, 깨끗하고, 교통이 편리하고, 수납공간이 많은 집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조건들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것만으로 좋은 집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집 중 하나는 ‘빌라파티오’입니다. 이 집은 중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동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방에서 아이 방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대신 조금 돌아가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효율만 따지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그 길이 뛰어놀 수 있는 트랙이 되고 술래잡기를 하는 공간이 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도 평소에 너무 효율만 생각하며 살고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빨리 가는 길, 편한 방법, 손이 덜 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돌아가는 과정에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것은 ‘빈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집의 빈 공간을 “미래의 사유가 스며들 자리”라고 표현합니다. 이 문장을 읽고 잠시 멈추게 되었습니다.
저는 공간이 비어 있으면 왠지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빈 곳에는 가구를 놓고, 빈 벽에는 무언가를 걸어야 공간을 제대로 쓰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꼭 채워야만 좋은 공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 잠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좋은지 잘 모르더라도 싫은 게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는 내용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꼭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싫은 것, 불편한 것을 하나씩 덜어내다 보면 남는 것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은 집뿐만 아니라 삶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무조건 정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 내가 힘들어하는 것이나 원하지 않는 것부터 조금씩 줄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적용할 것 |더 채우기보다 덜어내고, 바쁜 발걸음 속에 속도를 줄이고 머물러보려 합니다.
첫 번째로 해보고 싶은 것은 지금 살고 있는 공간을 한 번 천천히 살펴보는 일입니다.
당장 집을 새로 지을 수는 없지만, 지금 있는 공간을 조금 더 나에게 맞게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쓰지 않으면서 계속 자리를 차지하는 물건이나 볼 때마다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무언가를 새로 사서 채우기보다 먼저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는 것부터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작은 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책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간섭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거창한 서재나 별도의 방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작은 의자 하나, 책을 놓을 수 있는 공간 하나 정도만 있어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그냥 가만히 있는 시간을 조금씩 가져보고 싶습니다.
4. 추천 독자 :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언젠가 자신의 집을 직접 지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실제 집을 지을 때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꼭 집을 지을 계획이 있는 사람만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 살고 있는 집과 자신의 생활을 한 번 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잘 맞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는 사람, 요즘의 생활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사람, 가족과 함께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건축에 대해 잘 몰라도 읽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전문적인 건축 지식을 설명하기보다는 집과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기 때문입니다. 건축책이라기보다 삶에 관한 에세이처럼 읽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