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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 - 107세 철학자와 함께하는 특별한 인문학 여정
김형석 지음 / 위더북 / 2026년 5월
평점 :

작년 여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가운데 『편안함의 습격』이 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은 편리함과 효율을 좇는 현대사회가 오히려 인간의 행복과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덕분에 우리는 계단을 오르는 수고 없이 이동하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검색과 쇼핑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까지 등장하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빠르게 얻고, 업무와 과제에 드는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편리함에는 그에 따른 대가도 있다. 사람들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사유의 깊이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을 적절히 정리해 입력하기만 하면,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도 몇 초 만에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때일수록 인간에게 꼭 필요한 능력은 ‘인문학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아닐까. 그러한 고민을 하던 중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가 시대의 질문과 맞닿아 있는 책, 『AI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를 펴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저자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지식의 나무는, 보이지 않는 땅속 어둠에서부터 인문학이라는 뿌리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뿌리에서 묻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인간은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가?’” (p.35)
AI가 빠르게 답을 내놓는 시대에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바로 “인간은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단순한 사용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답을 비판적으로 살피고, 무엇이 옳고 가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인문학적 기초와 깊이 있는 사고가 필요하다. AI가 제공하는 명료한 답과 효율성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정작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묻는 본질적인 질문을 놓치기 쉽다.
백 년이 넘는 삶을 살아온 김형석 교수의 담담한 성찰은 인문학이 모든 학문의 뿌리이자,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에서 인간의 주체성을 지켜 주는 힘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AI는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그럴듯한 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역사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선과 악을 판단하며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일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웃과 연대하는 능력 역시 인간에게 남겨진 고유한 몫이다.
기술의 속도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AI를 인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면 진실과 양심, 자유라는 인간다움의 가치를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인문학은 과거의 지식을 배우는 낡은 학문이 아니라, 첨단 기술 사회에서 인간이 중심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학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AI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기술을 어떤 기준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인문학을 현실과 동떨어진 어렵고 추상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해 온 사람이나,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다시 점검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빠른 답과 높은 효율을 끊임없이 요구받는 청소년과 직장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에 앞서 자신이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