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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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 한민용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우리는 한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화려한 '현재의 모습'만 바라보면서 오해할 때가 많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뛰어난 재능과 좋은 배경을 가지고 태어나서 큰 수고와 노력없이 그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화려한 성공의 배경 뒤에는 수도없이 남모르게 흘렸던 땀과 눈물의 지난한 과정이 생략되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천재 발명가 에디슨의 명언처럼, 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공과 성취를 이루게 된 사람들의 배경 뒤에는 피나는 노력과 힘겨운 눈물의 시간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읽은 책,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앵커 한민용’이 아닌 ‘인간 한민용’의 치열한 삶의 기록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한민용 앵커는...

29살에 JTBC <뉴스룸>의 주말앵커

30살에 최초로 JTBC 여성 단독 앵커

33살에 평일 <뉴스룸>의 매인앵커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전 방송사를 통틀어서 메인뉴스, 메인앵커를 이렇게 젊은 여자가 맡게된 건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민용 앵커가 큰 노력과 수고 없이, 쉽고 빠르고 편안하게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 역시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험난한 시간을 뚫고, 지나왔음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취재를 위해, 공항에서 후배 스태프와 나눈 대화 속에서 이러한 일화가 소개 되어 있습니다. 후배가 한민용 앵커에게 묻습니다.

"선배는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한민용 앵커는 활주로의 불빛을 바라보며 기억을 되돌리고, 되돌린 후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돌아가고 싶은 때가 없네..."

필름을 돌려도 재미있는 장면을 찾을 수 없는 불행한 영화처럼, 그녀의 20대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들로 가득했습니다. 당장 내일 쓴 돈을 걱정했고, 시급이 쎈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녔으며, 많은 걸 가진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언론사 시험에서 계속해서 떨어졌습니다. 아무 것도 되지 못할 것란 생각에 사로잡혀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20대의 인생은 그녀에게도 역시나 힘겹고, 눈물겨운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의 프롤로그는 한민용 앵커가 답장을 하지 못한 한 학생의 이메일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메일의 주된 내용은 어릴적부터 뉴스 앵커를 꿈꿨지만,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고, 부모님의 도움도 바랄 수 없어서 앵커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여학생의 진심어린 고민에 답을 해 주기 위해서, 한민용 앵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자가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에 있습니다. "재능 없는 기자 지망생"이었다고 고백하며, 완벽한 재능이 없어도 일단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게 가장 근사한 모습이 끌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빨래골 여자아이'에서 '동대문 옷가게 알바'를 거쳐 마침내 대한민국 최연소 여성 메인앵커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자신과의 싸움이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기자 인턴을 위해 다니던 회사를 퇴사할 때의 망설임과, 마침내 합격 통보를 받던 순간의 벅찬 감정은 마치 제 이야기인 것처럼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저자는 "행운은 내 두 손 안에 있었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 행운이 그녀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앵커라는 직업이 가진 무게감에 대한 깊은 고뇌도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밤샘 취재와 사건 사고의 현장을 마주하며 느꼈던 아픔, 그리고 "한 남자의 실패는 그만의 실패로 그치지만, 한 여자의 실패는 여성의 실패가 되고 마는 것을 많이 봐왔다"는 고백은 저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앵커로서, 또 여성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우리 모두에게 큰 공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임신한 몸으로 뉴스를 진행했던 이야기는, 직업적 소명과 개인의 삶을 치열하게 병행했던 한 여성의 용기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저자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소중한 인생의 지혜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인자한 실패'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보다, "다시 시도할 힘까지 몽땅 앗아가지 않을 정도의 인자한 실패여야만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은, 실패 자체를 거부했던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또한 "답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는 말처럼, 꿈을 막연한 명사로 두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동사로 만들어야 비로소 삶이 채워진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무기력했던 저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습니다. 이 책은 꿈은 크지만 늘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했던 모든 분들께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앵커 한민용이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분들께 이 책을 꼭 추천합니다.

👀 이런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막연히 뭔가 해보고 싶은데 '재능이 부족한 것 같아서' 시작이 두려운 분 : 한민용 앵커의 이야기는 재능보다 시작하는 용기가 얼마나 큰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 실패 후 다시 발을 내딛을 용기가 필요한 분 : 한민용 앵커 역시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메인 앵커의 자리에 올랐음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실패와 실수를 통해 자라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 여성의 커리어와 목소리에 공감하고 싶은 분 :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는 비슷한 경험을 겪은 여성들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줄 것입니다.

  • 그리고 방송, 언론 분야에 관심 있는 분 : 기자, 앵커의 꿈이 있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동기부여와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p.7

필름을 어디로 돌려도 재미있는 장면을 찾을 수 없는 불행한 영화처럼, 내 20대는 어디로 되돌리더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들로 가득했다. 그때의 나는 참 초라했다. 당장 내일 쓸 돈을 걱정했고, 시급이 센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녔으며, 나보다 더 많은 걸 가져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언론사 시험에서 계속 떨어졌고, 난 아무것도 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사로잡혀 절망하기도 했다. 그 시절의 나에게 누군가 "넌 뉴스 앵커도 될 수 있어"라고 했다면 헛소리도 참 성의없이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p.24

그 무렵, 우리집 사정도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사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얼마나 고달파졌는지는 그리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 어려움은 늘 상대적이며, 모두가 겪는 것이니까, 무사태평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던가. 어쨌거나 그때부터 나는 어둡고 캄캄한, 만리장성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걷게 됐다. 그 속에는 어제도, 내일도 없었다.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누구의 도움 없이도 홀로 우뚝 살아갈 수 있는 어른.

p.32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인생의 이야기를 잘 골라내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있었는지를. 나는 세상이 갑자기 나에게 얼마나 매서웠는지, 불공평헀는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외롭고 가여웠는지 들려주지 않았다. 대신 내가 얼마나 용감했는지, 지혜로웠는지, 강했는지 들려주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말해주었다. 타인들이 건넨 작은 도움과 보호를 받으며, 그래도 망가지지 않고 잘 살아왔다고도 전해주었다.

p.33

이제 나는 안다. 나라는 인간, 나의 인생은 결국 그 모든 것을 겪어낸 내가 어디에 애써 주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자 간절히 바라게 된다. 상처 많은 세상에서 당신만은 당신의 편이 되어주기를.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이야기를 애써 고르고 골라 스스로에게 들려주기를.

p.55

누군가의 실패담만큼 용기를 주는 것은 없다. 실패 끝에 성공했다면 '누구나 실패를 겪는구나!' 싶어 용기를 얻고, 실패가 그저 실패로 남았더라도 '실패해도 괜찮구나. 세상 무너지는 건 아니구나!' 하며 용기를 얻는다. 실패가 처참할 수도록 훌륭한 실패담이다. 나는 서류전형이나 면접이 아닌, 스터디 모집부터 떨어졌다. 그러니까 회사가 나를 떨어뜨리기도 전에, 같은 처지인 지원자들이 먼저 나를 알아보고(?) 떨어뜨린 것이다.

p.71

선배는 내가 사회생활하는 내내 두고두고 떠올릴 말을 건넸다.

"2년마다 너 자신을 팔아봐. 매번 꼭 이직하라는 말은 아니고, 네가 팔릴 상품인지 안 팔릴 상품인지 평가받아보라는 거야. 스스로에게든 외부로부터든."

이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2년마다'라는 반복성이 좋았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안주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선배의 가르침을 가솜 속에 새기고 실천했다.

p.89~90

곧 동아미디어그룹의 공채가 시작됐다. 이제는 세상도 날 알아줄 때가 됐다. (중략)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 나는 또 떨어지고야 만다. (중략) 나는 다음 시험에서도 떨어졌다. 고백하자면, 여러분이 아는 언론사 중에 날 떨어뜨리지 않은 곳은 그해 공채를 열지 않은 한 두 군데밖에 없다. 그런데 참 재밌는 것은 내가 이렇게 떨어지면서도 '회전문'을 떠올렸다는 사실이다. "될 놈은 어디든 돼. 그런데 어디에 붙을지는 아무도 몰라." 그 옛날 나의 사수가 말했던 그 회전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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