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피엔딩
김태호 지음 / 타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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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지옥 같은 삶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작은 희망과 행복'

: 김태호 작가의 『새피엔딩』 서평


누군가의 삶이 지옥 같았다는 표현은 흔히 쓰이지만, 그 지옥의 깊이를 감히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김태호 작가의 에세이 『새피 엔딩』은 바로 그러한 지독한 알코올 중독자의 폭력, 폭언, 폭행으로 얼룩진 유년 시절과 그 이후의 삶을 시인과 같은 필체로 고스란히 담아낸 책입니다. 지옥같이 지독하게 아프고, 아렸던 시간들이 작가의 섬세한 언어를 통해 한 편의 서정시처럼 펼쳐지지만, 그 안에는 고단하고 고되어서 눈물로 젖었던 상처와 아픔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는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작가의 삶에 깊은 연민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놓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에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새피엔딩』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핵심 내용은 바로 고통을 글로 승화시키는 작가의 빼어난 문장력과, 그 속에서 찾아낸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희망입니다. 작가는 과거의 상처를 들추어내어 독자에게 그저 아픔만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아픔을 직시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며, 궁극적으로는 삶을 긍정하는 힘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고통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성숙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진정한 승화의 과정입니다.

이 책에서 제가 가장 깊이 매료되었던 부분은 바로 제목이 왜 <새피 엔딩>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이었습니다. 새드 엔딩이면 새드 엔딩이고, 해피 엔딩이면 해피 엔딩이지, '새피 엔딩'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새드로 시작했지만, 해피로 끝난다는 말인가? 하는 의문을 품고 책을 읽어 나가던 중, 문득 그 제목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저자의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133쪽에서 134쪽에 걸쳐 나오는 문단이었습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힘든 상황이 모두 정리되진 않았으나 내일이 기대됩니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쉬워질 리 없지만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소망을 안고 사랑하는 가족을 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해피엔딩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완전하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인생의 항로에서 지진과 해일이 언제 닥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 또다시 온다 해도, 그 또한 끝이 아님을 기억하겠습니다. 우리 인생의 장과 막에 희비는 갈리겠으나, 언제나 진행형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낮아지고 단단해진 마음이 해피에 자만하거나, 새드에 굴하지 않을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더 사정없이 사랑하고 치열하게 친절하겠습니다. 전심으로 울고 웃으며 맡겨진 역에 전념하겠습니다. 내 앞에 열어야 할 막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이 문장을 통해 저는 '새피 엔딩'이 단순히 새드 엔딩에서 해피 엔딩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삶의 불확실성과 고난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겠다는 저자의 단단한 삶의 태도를 담고 있는 표현이었습니다. 완전한 행복이 아니라, 아픔 속에서도 내일을 기대하고, 겸손하게 삶을 받아들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친절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 이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함께, 삶의 모든 순간이 불완전하더라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합니다.



또한, 이 책은 작가가 겪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치유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아버지의 폭력이라는 깊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새로운 관계 속에서 위로와 힘을 얻는 모습은 관계의 중요성과 회복의 가능성을 증명합니다. 비록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지만, 그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김태호 작가, 삶의 심연을 탐험하는 시인

김태호 작가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시인과 같은 필체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에세이스트입니다. 그의 글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결들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 고난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린 책『새피엔딩』이 김태호 작가의 처녀작인데, 앞으로의 책들이 몹시 기대가 됩니다.

김태호 작가는 비록 고통스러운 과거를 지녔지만, 그 아픔을 통해 얻은 통찰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그의 글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아픔을 인정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합니다.

『새피엔딩』은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 현재 삶의 고통과 절망 속에서 헤매고 있는 분들: 특히 가족 문제, 과거의 상처 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이 책은 깊은 공감과 함께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입니다.

  • 삶의 불확실성에 지쳐있거나,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 해피 엔딩이 아닌 '새피 엔딩'이라는 개념은 불완전한 삶 속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싶은 분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될 것입니다.

  • 자신이 겪는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 작가가 고통을 글로 승화시키고 삶을 긍정하는 과정을 보며, 독자들 역시 자신만의 치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에세이를 선호하는 분들: 김태호 작가의 시인과 같은 아름다운 필체는 독서의 깊이를 더해주며,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정서적인 울림을 선사합니다.

  • 인간의 회복 탄력성과 삶의 긍정적인 면모를 보고 싶은 분들: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용기를 불어넣을 것입니다.

김태호 작가의 『새피엔딩』은 고통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진솔한 고백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사랑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용기 있는 선언입니다. 이 책이 당신의 마음에 깊은 위로와 잔잔한 파동을 일으켜, 당신의 삶 또한 '새피 엔딩'으로 나아가는 데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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