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용기 있게 나를 마주하는 글쓰기 수업
김소민 지음 / 스테이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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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131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김소민. 2023 (분야 : 인문학, 글쓰기)

나를 드러내고 돌보는
글쓰기의 힘과 마력

"글은 마력이 있다.
쓰다 보면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내 감각, 생각, 느낌을
쓴다는 건 자신에게
자기를 인증하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있다고."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의 저자인 김소민 작가의 이력이 조금은 독특하다. 《한겨레》에서 13년 기자로 근무했는데, 10년차 때, 더 이상 못하겠다 싶어서 갑자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그 길이 독일과 부탄까지 이어져, 그곳에서 몇 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국제구호 NGO인 '세이브더 칠드런'에서 일했다.

현재는 《한겨레》에서 '김소민의 그.래.도'라는 칼럼을 쓰면서, 온라인으로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한결 쉬워지는 글쓰기 : 내 이야기 하나쯤'이라는 에세이 수업과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분들의 글을 첨삭하는 '집중 첨삭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소민 작가님은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분들의 글을 통해, 손주를 키우는 할머니의 마음, 중년이 되며 눈물이 많아진 남자의 쓸쓸함, 열정페이를 강요당하는 청춘의 고단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글을 통해서 서로 연결되고, 함께 연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수민 작가님의 글은 매우 솔직하고, 재미있고, 담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쩌면 이렇게 일상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 쓸 수 있을까? 아마도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글쓰기의 재능을 선물받지 않았을까? 내 예상을 빗나갔다. 그녀도 처음부터 탁월한 글쟁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잠깐 일기를 쓴 것과 대학 졸업할 때까지 과제를 위한 글쓰기 외에는 써 본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기자가 되었다고 한다. 글쓰기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 그녀는 신입기자 시절에 평생 들을 욕을 다 들었다고 한다. 그때 들었던 욕만으로 100세 장수가 거뜬할 정도로... ㅎㅎ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한 글쓰기에 매진했다고 한다.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몽덕이의 사료값을 위해글을 썼다고 한다. 출근해서 기사거리를 찾아 헤매며 힘겹게 꾸역꾸역 글쓰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비록 그것이 생계를 위한 글쓰기였다 할지라도, 10년간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써왔던 수많은 기사와 칼럼들이 지금의 김소민 작가님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비록, 그녀가 베스트 셀러 작가는 아닐지라도, 글쓰기 수업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글을 통해서 서로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었던 글 중에서 일부분을 이곳에 옮겨 본다. 제목은 "슬픔은 적금" 이다.

기자 시절 최완규 작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종합 병원> <올인> <아이리스> <주몽> 등 초대박 드라마를 쓴 작가다. 인터뷰 당시 그는 드라마 <상도>를 쓰고 있었다. 시청률이 잘 나왔다. 문화방송 근처 오피스텔에 "갇혀 있다"는 그는 진짜 죄수 같았다. 푸른색 위옷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머리는 떡져 있었다. 그는 빚이 많아 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나보다 100배 정도는 돈을 벌 유명 작가인 그는 불행해 보였다. 그런 그가 글쓰기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대 때 고생이 많았단다. 대학을 중퇴하고 박스공장, 가구공장, 철공소 등 여러 일을 전전했다.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한 편도 못 썼다. 잘 쓴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20대는 콤플렉스 덩어리" 였단다.

"그런데 말이에요. 작가라 좋은 점이 있어요. 성공이건 실패건 글 쓰는데 비장의 무기가 되거든요."

내가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날 때,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

'이 모든 경험이 내 글에 도움이 될 거야. 언젠가 이 경험으로 뭔가를 쓸 수 있을지 몰라.'

그 언젠가가 올지 안 올지는 몰라도 하여간, 뭐라도 쓸 수 있다면 부정적인 경험도 나쁘지만은 않다. 아픔이 적금이다. 사실 글 쓰는 데는 아픔이 기쁨보다 더 소중한 자산이다.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p.20-21

참으로 깊이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아무런 의미 없는 아픔으로 간주되기 쉬운 슬픔, 실패, 상처는 글로 쓰여질 때, 다른 누군가를 위로하고, 연결하고, 연대하는 의미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슬픔, 실패, 상처로 마음이 괴롭다면, 글쓰기를 권한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글쓰기는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다. 사람은 이야기로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기 마련이다."

무의미하고, 무가치해 보이는 슬픔, 실패, 상처를
글쓰기를 통해서, 이야기를 통해서,
의미있고, 가치있는 작품으로 승화시켜라!
그러한 창조적인 시도를 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김소민 작가님의 《슬픔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쓰는 사람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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