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읽은 책의 저자는 현재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를 지니고 있다. 처음부터 시각장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10살 무렵 시력에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았고, 16살 즈음 보통 크기의 글자도 읽지 못하게 되었고, 40년이 지난 현재는 앞을 보지 못하고 한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이력을 가진 작가, 교육자, 문학 연구자, 예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본인이 시력을 잃게 된 경험과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눈멂'의 역사에 관한 탐구를 해나간다.
호메로스, 소포클레스, 샬럿브론테, 프랭크 허버트, 프랜시스 베이컨, 데카르트, 헬렌켈러, 스티비원더...에 이르기 까지 문학, 철학, 대중문화 등 어느 한 분야에 구속받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의 삶과 일대기를 추적하며, 시각을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눈멂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설명하고, 더 나아가서 눈멂에 대해서 세상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편견과 왜곡된 생각들에 대해서 예리하게 집어내고, 분석하면서, 눈멂에 대해서 더욱 선명하게 인식하도록 섬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빛과 어둠 그리고 '봄'과 '보지 못함' 이라는 틀 안에서 이분법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마련인데, 저자는 그 두 가지 틈 사이에는 무수한 얼룩덜룩한 지대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책을 통해서, 리오나 고댕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 세상과 문화가 그리고 있는 시각 장애인 이야기의 대부분은 비시각장애인의 두려움 섞인 상상으로 부적절한 방식으로 그려졌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리오나 고댕'이라는 저자를 안경 삼아서,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눈멂'이라는 세계를 보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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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멂은 내게 완전한 불행은 아니었다. 눈멂을 동정의 눈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삶의 한 방식, 삶의 스타일일 뿐이다." -보르헤스의 에세이 『눈멂』 중에서 -
시각 장애우를 바라볼 때, 그들들 불쌍히 여기거나, 동정심을 느낄 수도 있는데 그러한 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각장애인은 평생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지적 수준이 낮다는 인식은 모두 편견이다. 이 책을 통해서, (시각)장애우를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하나의 온전한 인격으로 존중받기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또한, 더 나아가서 비시각장애우가 정상적인 시력을 활용하여,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도 온전하지 못하고, 부분적인 파편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정말 그렇다! 현미경이나 망원경을 생각해 보라. 비시각장애우가 아무리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 현미경이나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세밀한 것이나 먼 거리에 있는 것은 보지 못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에 대한 기준은 너무나 편협하게 세워진 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눈멂'과 '봄' 에 대해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과 확장이 일어나고, 더 나아가서 우리가 인식하고, 판단하는 세계가 얼마나 지엽적이고, 파편적이고, 부분적인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또한 시각장애와 장애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좀 더 성숙한 단계로 발전하였으면 좋겠다. 낡고 오래된 시작중심의 문화와 세상이 아닌 새롭고 좀 더 넓은 시야로 '눈멂'과 '봄'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원하는 분들에게 1독을 권한다.
아래는 이 책의 내용 중에서 기억하고 싶은 좋은 문장들을 인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