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 다른 세대, 공감과 소통의 책·책·책
옥영경.류옥하다 지음 / 한울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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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머니(옥영경)아들(류옥하다), 모자(母子)가 함께 쓴 독서 에세이 집이다. 두 분의 이력이 조금 독특하다.

'옥영경' 님은 이른 나이인 이십대 초반(스물 둘)에 폐교를 살려 일종의 대안학교를 시작한 '자유학교 물꼬 교장 선생님' 이시고,

'류옥하다' 님은 열여섯 살까지 어머니가 설립한 자유학교를 다니면서, 학교의 일들을 돕고, 마음껏 책을 읽고 글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는 '글 쓰는 의사'를 꿈꾸는 어엿한 이십대의 청년이 되었다.

그의 성장 배경이 조금은 부러웠다. 어린 시절 부터 마음 껏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었다는 것 말이다.

그는 또래 아이들처럼 어린시절에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부모님 서가에 꽂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읽으면서, 조용히 사색하는 습관을 길렀다고 한다.

자신의 부모님이 십대, 이십대에 읽었던 책에 그어진 밑줄과 짧은 메모를 보면서,

부모님이 그 시절에 가졌던 고민, 용기, 부끄러움, 혈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자신의 뇌를 건드리고 자극하는 수많은 구절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기 인생을 해석하는 도구로 삼았다. 그리고 그 생각과 느낌을 부모와 함께 나누었다.

학창 시절, 새벽공부를 마치고, 책 한권을 통해 힘을 얻곤 했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책은 든든한 친구로 순간마다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늘 같은 곳에서 멘토가 되어 주었다." (p. 6)

"누군가가 '공부란 세상의 해상도를 올리는 행위' 라고 했던 말에 퍽 공감이 갔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내 세계의 해상도를 높이는 즐거움이 있으니까." (p. 6)

그는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고' 즐기게 해 주는 책이 참 고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처럼 높은 화질의 체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독서 에세이 집을 출간하였다.

이 책에는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던 '고전'과 함께

비교적 최근에 많은 독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신간' 까지, 총 14권의 인문학 서적이 소개되어 있다.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만물은 서로 돕는다』 표트르 A. 크로포트킨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1984』 조지 오웰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좁은 회랑』 데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엘리트 세습』 대니얼 마코비츠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센델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애서가(愛書家)인 모자(母子)가 각각 자신이 읽은 책들 속에서, 건져올린 깊은 지혜와 통찰을 간결한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한다.

​세상을 좀 더 높은 화질과 해상도로 바라보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집어서 읽어라!

이 책 한 권을 읽는다면, '고전'과 '신간'을 아우리는 양서 14권을 읽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두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책들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두꺼운 인문학 서적들을 읽고 싶지만, 책의 두께에 눌려서,

어려운 내용에 압도되어서, 책을 펼치기를 주저하고 있다면, 이 책을 '도우미'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확신하건데, 이 책을 읽다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야가 더욱 넓어지고, 트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초등학생 때부터 이십대에 이른 지금까지, 소화하기 어려운 다양한 인문학 서적을 읽고,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해석의 틀로 사용하고 있는 저자 '류옥하다' 님이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웠다.

나의 편협한 독서편력을 반성하게 되었다.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두루 읽어야 겠다는 도전을 받게 되었다.

p.18

'인류가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고민, 내가 할 일은? 우리가 할 일은?'

p.19

고전이 매력 있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현시대를 넘어서 어머니의 시대, 더 나아가 그 윗세대의 고민을 모두 꿰뚫기 때문이다.

인간 일반에 대한 질문과 통찰을 담기 때문이다.

p.21

인간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음에도 우리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가? 왜 매년 우울증 치료제의 판매량은 신기록을 경신할까?

p.29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이런 것이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켜 내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p.31~32

우리 앞길에는 두 가기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쉬운 길, 하나는 어려운 길이다. 하나는 다수가 선택하며, 몸이 편한 길이다. 그것이 인류에게, 그리고 나아가 나에게 지옥이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란 힘들지만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쉽다. 다른 하나는 개인의 삶, 나아가 기업을, 국가를 바꾸는 길이다. 어려운 길이다. 그것이 어려운 것은 우리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싸워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p.38~39

<만물은 서로 돕는다> 1902년판 서문에서 크로포트킨(저자)은 (중략) 동물의 수가 풍부한 곳에서 어김없이 서로 지지하여 돕는(상호 부조, 상호 지원)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인간 사회만 하더라도 근간이 되는 것은 '사랑'도 심지어 '동정심'도 아닌 '연대 의식' 이라는. 이는 상호 부조를 실천하면서 각 개인이 빌린 힘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며 각자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과 밀접하다는 점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고. 그리하여 그는 '자연법칙이자 진화의 요인으로서 상호 부조'를 찾아 기록하게 되었던 것이다.

p.39~40

(중략) 동물의 상호 부조가 읽는 이의 가슴을 더 크게 울린다. 가령 이런 대목. 덩치 큰 몰루카 게 한 마리가 어항 구석에 뒤집혀 있었는데, 그 동료들은 한 시간 동안이나 갇힌 동료를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동시에 두 마리가 와서 밑에서부터 갇힌 동료를 밀어올리고, 안간힘을 다한 끝에 성공했지만 수족관 구석 쇠막대 탓에 게는 다시 무겁게 뒤로 떨어진다. 여러 차례 시도 후 그중 한 마리가 어항 깊은 곳으로 가서는 다른 두 마리를 새로 데리고 온다. 이들을 관찰하던 일행들이 두 시간 이상 머물고 나오다 돌아보니 여전히 구조는 계속되고 있었다.

p.40~41

흰개미가 그랬고 꿀벌이 그랬고 흰꼬리독수리, 브라질 산 솔개, 황조롱이, 사다새, 유럽참새, 댕기물떼새, 두루미, 앵무새. 상호 부조의 예를 열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했다.

p.47

그는 인간은 연대하며 서로 도와주는 도덕적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스스로 절제하며 이웃과 평화롭게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호 부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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