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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토끼
고정순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4년 5월
평점 :
바람이 불어도 괜찮고, 사소한 농담에 웃고,
시시한 장난의 즐거움을 알려준 놀라운 마법은,
바로 '사랑!'.
'슬픈 세상의 구원은 오직 사랑'이라 외치던 고정순 작가가 이번엔 진짜(?) 사랑 이야기를 한다니!
하지만 분홍빛 달콤한 사랑은 잠시 스쳐지나갈 뿐, 어떤 토끼의 사랑은 외롭고 비참하고 눈물바다란 걸... 알려 주고 만다.(역시^^)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 늘 무지갯빛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누구나 한 번쯤 겪지만 애써 숨기는 사랑의 그림자를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읽는 내내 어느 한 시절의 비밀스런 나의 사랑을 들킨 듯해 마음이 달뜬다.
사랑하는 내내 축 처져 있던 어떤 토끼의 귀여운 두 귀가 사랑이 지나간 뒤에 쫑긋 서는 걸 보며, 한뼘 자란 어떤 토끼의 모습에 나도 몰래 미소를 짓는다. 나도, 아마도 그러한 아픔을 딛고 이만큼 성장해 왔을테니까. 언젠가 우주의 어느 행성에서 어떤 토끼를 마주친다면 꼭 말해 줘야지.
"어떤 토끼, 다음 번 사랑할 땐 너의 사랑스런 두 귀를 쫑긋 세우길~^^"
어떤 토끼의 대체불가 귀여운 외모 때문인지 어쩐지 더욱 쓸쓸해 보이는 사랑이지만, 사랑 앞에서 작아진 고정순 작가를 슬몃 발견하는 건 독자가 누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