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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ㅣ 반달 그림책
이한비 지음, 고정순 그림 / 반달(킨더랜드) / 2022년 10월
평점 :
그림책 <나는>은 내 품에 쏙 들어오는 나의 강아지처럼 작은 책이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에 관한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강아지 공장에 관한 <63일>에 이어 실험실 동물들에 관한 그림책으로 어린이 작가가 글을 쓰고, 고정순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동물권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무척이나 모순적이고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느 한 순간도 다른 생명의 도움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먹는 것, 입는 것, 질병을 극복하는 것까지 모두 다른 생명, 특히 동물들에게 빚지고 있는 나약한 우리, 인간.
앞으로도 살기 위해 동물들에게 기대어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이 죄없는 동물들에게 할 수 있는, 가져야 하는 태도를 ‘동물권’이라고 생각한다. ‘권리’라는 꽤나 그럴 듯해 보이는 이름을 붙였지만, 정작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희생당하는 동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뿐…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하며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는>은 이름대신 번호로 불리던 실험견 비글에 관한 이야기다. 평생을 실험 대상으로 살다가 난생처음 땅을 밟고 햇빛을 느끼고 드디어 이름을 갖게 된 비글의 이야기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 그들이 있음을, 그들에게 필요한 건 작은 관심과 배려라고 이야기하는 어린 작가의 목소리는 단단하다.
묵직한 이야기와 달리 더없이 사랑스럽고 화사하게 그려진 고정순 작가의 그림에는, 가엾은 동물들에게 평생 보지 못했을 햇빛과 다정함, 따뜻한 온기를 책으로나마 주고 싶었던 작가의 간절한 마음이 깊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마치 작은 강아지를 안 듯 그림책을 꼬옥 안아 주었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