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와 비주류의 선상에서

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미각 중에 꺼려 하는 맛이 두가지가 있다. 신맛과 쓴맛.  신맛은 생각보다 유용하다. 시끔한 맛에 인상을 잠시 찌푸리기는 하지만, 그 신맛이 입맛을 돋군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준다.  쓴맛은 소위 불쾌감이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한 컵 물을 잔뜩 들이키고도 사라지지 않아 연신 퉤퉤 침을 내뱉게 하는. 

"삼미슈퍼스타스의 마지막 팬 클럽"은 신맛 같은 작품이었다.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사라진 그런 야구단과 그들을 기억하는 팬들.  우리 자신이 주류를 동경하면서도 비주류로 살아 가는 인생에서 아렷한 기억들을 점자마냥 더듬게 해주 던 그런 신맛 같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핑퐁"은 완전 쓴맛 투성이다. 물을 잔뜩 들이키고 퉤퉤 연신 침을 내뱉아 보아도 그 불쾌감이 사라지지가 않는다.

세상에는 언제나 주류와 비주류가 있고 그들은 끊임없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규칙적으로 다툰다.  재밌있는 건 비주류라고 자신들을 분류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주류라는 틀 안에 있다는 것이다.

박민규 작가의 소설은 비주류 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비주류에서도 버림받은 소외계층을 바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책을 읽는 내내 역겨움 마저 들었다. 과연 내가 역겹다고 느꼈던 작품이 몇 개나 과거나 있었더라?

이 책엔 진실성이 없다. 작가는 자신을 비주류라 분류하면서 그걸 꽤나 독특하고 쿨하다고 믿는 듯 하다. 최소한 자신은 자아의식을 가지고 산다는 게 무슨 대단한 덕목을 하나 갖추고 살고 있는 냥 뻐기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스타크래프트 중계자가 마치 자신도 스포츠 중계자 중의 하나라며 시끄럽게 옆에서 떠드는 걸 보는 듯한... 아주 신경에 거슬린다.  이 사람이 이리 비주류란 껍데기로만 치장한 작가였던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크로스오버

나비 - 사계 [재발매]
나비 연주 / 열린음악 / 2009년 12월

1990년 대에 시작 된 크로스오버.  초창기 크로스오버는 각계의 유능한 뮤지션들이 참여하였음에 불구하고 그 조합은 어린 아이가 드럼을 두드리는 것 마냥 들어 주기 힘든 음악 수준이었습니다. 다들 잘나서 인지 상대를 배려하며 음을 이끌어 나가기 전에 마치 자신들의 우월성을 입증하여 서로를 압도하기 위한 듯한, 함께 여서 더욱 듣는 게 고욕이었던 크로스오버. 그리고 보면, 이제는 크로스오버도 어엿한 음악의 한 장르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요 근래에 크로스오버로 시도 된 해금 음반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이 이 나비의 앨범입니다. 다양한 악기들과 함께 하여 자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대와 서로의 장점을 한 껏 뽑아 올리는 멋스러운 연주. 특히, 다른 곡 들에 비해 강열하게 해금이 퍼져 나가는 "하루애"가 가장 맘에 드는군요.

장난하냐...

마시멜로 이야기 ㅣ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아나운서 이름들을 잘 모르는지라 정지영씨가 번역을 했다고 하는 데도 "누구지"하며 별 생각없다가 베스트셀러 랭크에 상위를 오래동안 차지하고 있기에 호기심에 구입 해 보았다.

내용...은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었는데, 도대체 이 우화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삽화도 잔득 들어 있고 말이다. 그리고, 도대체 이 얇은 책이 하드커버라서 이 가격일까?  읽고 나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청소년들에겐 추천 하지만, 성인들한테는 영... 이거 보고 감명 받을 성인이면 정말 책 좀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 해 주고 싶다.

Don't be evil

구글, 성공 신화의 비밀
데이비드 A. 바이스 외 지음, 우병현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3월

닷컴신화들이 무너져 가던 2000년도를 지나 혜성처럼 등장한 구글.  또 다른 하나의 사기성 닷컴회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무시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계속되는 그들의 성공은 결코 그들이 닷컴열품에 편승해서 주식시장을 울궈먹던 회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비공식적으로 지명한 그들의 유일한 라이벌이기도 한 회사, 구글. 

사실 "악해지지 말자"는 말은 구글의 공동 창업주들이 하는 말이다.  참으로 도덕적이고 멋진말이다.  그런데, 재밌는건 책 마무리 쯤 되면, 그들도 악해지고 있다는걸 알게 된다.  최소한 '선과 악'을 구분함에 있어 그들은 그들만의 잣대를 들이되고 있다는 것 쯤은 알게되는데, 구글의 중심 사업모델들은 대부분 남의 것을 슬쩍해서 좀 더 발전적인 형태로 변형을 시킨 것 뿐이라는 것도 알게된다. 

확실히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두려워할 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답은 이 책에서 자연스럽게 알려 줄 것이다.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면, 번역의 완성도... 급하게 번역한 티가 난다.  영문법을 그대로 옮겨서 해석을 해서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고, 'cancel'이라는 단어를 써 놓고 버젓이 '암'이라고 번역을 해 놓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런 점들 빼곤, 구글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읽어 보아도 좋을 책이다.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김애라 - Scent Of Wind
김애라 연주 / 스톰프뮤직 / 2006년 2월

해금이란 악기를 참 좋아합니다.  김애라씨의 전 앨범곡들도 많이 좋아하고, 이번 앨범도 해금과 다른 악기들과의 조화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보여집니다.  

아쉬운 면이 있었는데, CD를 뒤적이며 참여자들을 찾기 전에 몇 곡 듣고나니 이미 이사오 사사키가 연상이 되더군요.  이사오 사사키란 훌륭한 뮤지션이 참여한게 아쉬운 일은 아닌데, 주객이 전도가 되었다고 할까...  김애라씨의 앨범이긴 한데 전체적으로 이사오 사사키 및 다른 악기에 김애라씨와 해금이 참여해서 빛을 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 앨범들과는 다르게 이번 앨범에선 해금만의 강한 색이 많이 묻힌 거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만, 여전히 좋은 앨범이고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