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 전설적 포토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파의 2차대전 종군기
로버트 카파 지음, 우태정 옮김 / 필맥 / 2006년 5월
평점 :
책이 처음 나온 시점을 유추해 보면 대략 2차대전 직후가 될 듯 하다. 2차 대전 시작 후 미국의 참전으로 전세가 역세되어 가는 시점에 그가 종군기자로 유럽으로 건너오게 되어 전쟁의 말미로 책이 마무리 되는 걸 보면 말이다.
2차 대전 당시, 미국 땅에 널린 수 많은 유럽의 전쟁 탈출자 중의 하나로서 생활고에 찌들고 전쟁을 기회로 이용하여 생존해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또는, 가볍게 보여 주는 걸 보면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정답인거 같다.
사진은 전쟁의 사실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그의 글은 좋게 얘기하면 위트가 풍부하고 나쁘게 얘기하면 40년 대 흑백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 한 컬트적이고 건방짐이 잔뜩 묻어 있다. 헝가리 출신 유태인으로서 유럽을 전전하다 미국으로 이주하여 2차대전을 통해 종군기자로 명예를 쌓은 시점이어서 그런지 '골든 에이지'의 미국인들 보다 더 미국인 같이 되어버렸다고 할 까. (책 내내 연인으로 '키티'가 등장을 하며 책 말미도 그녀로 종결이 되는데, 카파의 책 서두 연혁을 보면 45년 부터 2년간 잉그리드 버그먼과 연애들 했다는 부분이 있다. '키티'가 그녀가 아닐까란 상상을 해 보았지만, 잉그리드 버그먼은 스웨덴인에 금발이었으니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다.)
차라리 누군가 그의 인생을 더 극적으로 표현한 책을 보았더라면 카파 사진의 순수성에 의문을 던지지는 않았을 듯 한데, 카파의 카메라 클릭은 그가 여러 차례 책에서 언급하듯 특종이 아니면 당장 일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었다는 매우 주관적인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위험을 알면서도 '특종'을 건졌을 때의 희열을 계속 만끽하고 싶어 멈추지 않고 셔텨를 누르는 그와 그의 동료들은 왠지 나에겐 마약이나 도박중독자를 보는 듯한 거부감 마저 들게 한다.
글은 어찌되었던, 사진들 만큼은 전쟁의 사실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