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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똑똑! ㅣ 아티비티 (Art + Activity)
다카하시 가오리 글.그림, 박대진 옮김 / 보림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정직한 제목의 <똑똑! 똑똑!>은 책을 넣을 수 있는 집이 따로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넘겨 보는' 책이 아니라 '펼쳐보는' 책이기 때문!
옆으로 넘기는 대신 위로, 또 옆으로 펼쳐서 끝까지 읽을 때 쯤에는 이 작은 책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게 들어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여러 페이지를 볼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곰돌이를 찾으면서부터 그림책은 시작된다.
아이는 집 안을 열심히 찾아보고 심지어 집밖의 고양이에게도 물어보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앗
저 창문 밖으로 무언가가 날아가고 있기는 한데....
아이는 못 본 것 같다.
그래서 곰돌이를 찾기 위해 한층 위인 201호 현관문을 두드린다.
굳게 닫힌 검은색 문이 위압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용기를 내 본다.
"우리 곰돌이 못 봤어요?"
그렇게 노크 소리로 작은 여행이 시작되었다.
1층인 자신의 집을 지나 아이는 위로, 위로 올라간다.
201호, 202호, 301호, 302호...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책의 구조는 단순하다.
아이가 곰돌이를 못봤냐며 현관문을 두드리고, 그 페이지를 펼치면 문 너머 집안 풍경이 펼쳐진다.
현관문은 모두 똑같이 생겼을지라도 그 뒷장에 펼쳐지는 풍경은 모두 다르다.
열린 방문 너머에는 식물을 잔뜩 키우는 할머니나 책으로 가득찬 책장을 가진 아저씨처럼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도 있지만,
때론 시간을 건너뛴 것처럼 보이는 풍경도 나온다. 전혀 다른 나라의 집안 풍경이 펼쳐지는가 하면 왠지 무중력 상태인 것 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방도 있다.
위로 점점 올라갈수록
"똑똑"
하는 노크 소리 뒤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대하게 된다.
계속 위로 올라가다가 보면 바다와 숲까지 지나 옥상 앞까지 오게 된다.
이제 더이상 노크할 문도 없는데, 곰돌이는 어디 있는 걸까?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온 순간, 저 멀리 새에게 붙들린 채 하늘을 날아가는 중인 곰돌이가 보인다.
다행히 새가 곰돌이를 다시 돌려줘서 둘은 무사히 상봉한다.
아파트 여행이 끝나고 이제 집에 갈 시간!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풍경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결정적으로 곰돌이도 찾았다.
근데 내려갈 때는 어떻게 가지?
뻔하지만 계단으로!
이렇게 펼쳐보니 꽤 길다.
아파트라는 공간의 특성을 독특한 그림책 형식으로 잘 풀어낸 것 같다.
다 같은 현관문에 같은 집구조를 가지고 있어 겉보기에는 문 너머에 누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 없다.
그 폐쇄성 덕분에 아파트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흑백으로 그려져 삭막해 보이는 문이지만 그 너머에는 각자 다른 모습으로 개성있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1층에 살고 있어 한번도 위로 올라가보지 않은 아이가 2층부터 옥상까지 곰돌이를 찾기 위해 떠나는 길은 '여행'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마침내 집에 돌아온 곰돌이와 아이.
평화롭게 잠이 든다.
또 다른 여행을 위해, 푹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