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해 있던 곳에서 떨어져나오는 일은 예상치 못한 순간 벌어진다.<작은배>는 우연한 일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된 작은 배의 이야기다.
소년은 배를 갖고놀며 말한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우리는 가라앉지 않아! 나랑 내 배는!"
그러나 현실은 마음 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아이는 어리고,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배는 너무나 가볍기 때문에,아이가 잠깐 한눈파는 사이 약간의 산들바람만으로 배는 멀리 멀리 떠내려간다.아이의 시선에서 이렇게 컸던 배는,
넓은 바다에 나온 순간부터 티끌 하나만큼 작아 보인다.작은 배는 어떤 의지나 목적도 없이 파도가 이끄는대로 흘러간다.자신보다 몇천배, 몇만배는 더 큰 유조선과 마주치고,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를 마주하고
석유 캐는 탑도 지나치고 신기루를 보기도 하면서.몇 시간,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작은 배는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멈추지 않는다'는 표현은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자기 의지로 흘러가는 게 아니므로 어딘가 닿기 전에는 멈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거대한 물고기를 만나 잡아먹혀 깊고 어두운 바다 아래까지 내려가는데...다행히 스티로폼인 걸 알아챈 물고기가 배를 뱉아낸 덕분에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게 된다.
그렇게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바다를 헤맸을까,우여곡절 끝에 어느 해변가에 닿는다. 한적한 걸로 봐서 처음의 그곳은 아닌 것 같다.한 아이가 배를 발견하고 집어든다.그리고 말한다.확신에 찬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