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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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군대, 전쟁 이야기에 혹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을 집어 들고 한 장,두 장 넘길 때마다 책 속으로 빠져 들지 않을 수 없었다. 1930년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스페인 내전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작가가 집적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전쟁, 정치라는 힘든 현실 상황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재탄생 시켰다. 읽다 보니 소설보다 아주 긴 정치면의 한 기사를 읽은 느낌이 들었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전쟁과 설익은 이념의 충돌. 이런 시대적 혼란 속에서 작가는 양심의 소리를 이야기 하고 있다. 암투가 판치는 정치와 전쟁 속에서 거짓된 진실을 바로 잡으려했다. 또한, 팽팽한 정치적인 대립에서 정의를 찾고자 하는 주인공의 심리적인 갈등이 잘 그려져 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주주의, 파시즘, 노동조합, 무정부주의 등 수없이 많은 정당과 이념의 충돌.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꾼의 날카로운 필치로 써 내려가 작가로선 객관적이고 양심적인 글을 썼으며, 독자한테는 그 시대의 정치적인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했다.

 

정치적인 상황을 쉽게 표현하기 위하여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렸다.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작가 특유의 세밀한 묘사가 압권이다. 전쟁에서 가장 힘든 것은 추위라고 하면서, 한 겨울, 참호 속에서 추위와 싸우는 장면과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이가 극성 거려 찬물로 목욕하는 장면, 가슴 높이의 흉벽 속에서 머리 위로 날아드는 총알과 포탄. 이러한 세밀한 묘사가 독자로 하여금 실제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추위에 떨면서 참호 속에서 새우잠을 자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한, 주인공이 목 관통상을 입은 모습을 글로 표현한 것을 보니 총상 입은 환자를 직접 체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와는 반대로 정치적인 설명을 할 때는 기자가 글을 쓰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이 5장과 11장의 정치적인 상황 설명은 지루하고 난해하기까지 했다. 반면에 대화식이 최대한 배제된 형식으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8장에서는 작가가 이 소설을 쓴 배경과 사상이 나타났다. '우리는 평등의 공기 속에서 숨을 쉬었다.'라고 하면서 자본주의의 계급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등이 있는 사회주의를 맛보았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사회주의를 작가는 잠시나마 직접 겪었던 것이다. 스페인 내전은 혁명을 찬동하는 쪽과 그것을 반대하는 집단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같은 편에 속해 있었지만 혁명을 찬동하는 세력은 만민의 평등을 원했고, 그 반대 세력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기지 않기 위해 서로 암투를 벌였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면, 과연 그 혼란의 시기에 제정신인 사람이 있었을까. 우리도 50년 전에는 그러한 혼란 속에서 각자의 주관대로 같은 민족끼리 서로 총 뿌리를 겨누지 않았는가. 또한 현실에서는 실제 전쟁은 아니지만 무한경쟁에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우리네 인생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과거의 전쟁과 현재의 무한경쟁. 무엇이 다른가, 너무 똑같다.

 

13장에서는 주인공이 속한 정당이 마녀사냥으로 내몰리면서 막강한 권력의 희생자가 된다. 이처럼 권력의 배신으로 인해 주인공은 선택의 결핍을 느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자기 고향인 영국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자문해 본다. 시대의 기류에 편승해서 이리저리 방황을 하지 않았을까. 14장에서 작가는 전쟁을 통해 환멸과 냉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품위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고 한다. 힘든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인간의 내면이 단단해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완벽한 진실에 대한 오류에 대해서 작가는 말한다. 스페인 내전에 대해 쓰는 작가마다 보는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전부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고 한다. 작가의 진정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서두에 말했듯이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기의 생각을 글로 옮겼다. 권력의 희생자로서 마녀사냥을 당할 땐 한 인간으로서 배신감도 컸겠지만, 이를 극복하고 스페인 내전에 대한 잘못 알려진 정치적인 부분을 객관적 입장에서 바로 잡고자 노력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평등과 정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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