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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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애들이 밤늦게 들어오다가 무슨 일이 생기는 거 아냐, 하는. 평온한 일상에 원인 모를 불안이 급습할 때가 있다. 잠시 두려움에 떨다가 애들의 귀가를 보고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곤 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만약 이런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상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여기에 있다.


얼마 전에 노마드랜드라는 영화를 봤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중년의 여성은 남편을 잃은 후 밴을 타고 전국을 떠돌아다닌다. 경제적으로 돈을 버는 주체가 없어졌으니 그녀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살고 있는 집조차도 무거운 짐이 되었을 것이고, 막다른 골목에서 그녀가 선택한 길은 밴을 타고 길 위에서의 사는 유랑민으로서의 삶이었다. 잠잠히 흐르는 그들의 일상을 보면서 경제력이 없는 노년의 삶이란 참담할 정도로 비극적이었고 자본주의의 비열함은 그 이상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빠와 딸도 스쿨버스를 타고 노마드의 삶을 살아간다. 그곳에서 겪는 갖은 에피소드를 코요테라는 어린 소녀의 시각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노마드랜드가 어른들의 시점으로 본 유랑민의 일상(여기에는 비극적이면서 희극적인 요소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이라면, 이 소설은 아이의 시점으로 본 유랑민의 세계를 감동적으로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무게로 따지면 노마드랜드가 단연 무겁겠지만, 감동은 이 소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같은 유랑민의 삶이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아직 희망이 남아있고, 소설의 제목에 ‘여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삶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일까. 주어진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그조차도 힘드니, 인생의 쓴 맛을 본 사람들이라면 더 한 심정일 것이다. 여기 가족을 잃은 슬픔을 뒤로한 채 스쿨버스를 자기 집인 양 생각하며 광활한 미국 땅인 동부에서 서부로 긴 여행을 떠나는 두 부녀의 모험담이 이 책에 담겨있다. 아니 소녀의 파란만장한 성장소설이라 해도 좋겠다. 어쨌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시종일관 담담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을 보면서 어쩌면 삶이란, 알 수 없는 막연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노마드랜드가 아닐까싶다.


끝으로, 이 소설은 정말 재밌다. 이야기도 좋지만 중간 중간에 감동과 교훈을 주는 문장을 만나면 줄을 긋지 않을 수 없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청소년 소설이라 하지만 어른들에게도 유의미한 통찰을 준다. 감동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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